1.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서울숲으로 가는 길, 전철안에서 나즈막히 '서울숲'을 여러 번 읊조리니 서울숲이라는 말에서 풀내음이 나는 것만 같다.
이름도 예쁘네, 서울숲!
하모니카 페스티벌에 찾아가는 건 두번째다. 첫번째는 2013년 양평 소나기마을에서 있었던 축제였다. 그때는 하모니카 동호인으로서 관람하러 갔었지. 3년이 지난 오늘은 대하협 강사로서 연주로도 참여한다.
서울숲의 야외무대에 선다. 즐기는 자리이고, 서로를 응원하며 기량을 뽐내는 자리인데, 긴장할까봐 살짝 걱정이다. 쓸데없다. 우리 삶에 긴장, 두려움은 거의가 물리쳐야할 것들이다. 두려움을 넘어서 자신감으로 즐기는 자리되자.
하모니카 행사와 단체는 다양하다. 그것들마다 특색이 있고 장점이 있다. 나는 우리 대한하모니카협회 행사가 자연속에서 진행된다는 점이 참 좋다. 여기 잔디광장 푸른 나무 그늘에 돗자리 깔고 앉아 연주를 관람하는 사이에 간간이 시원한 바람이 분다. 그 바람의 순수한 느낌이 참 좋다. 말 그대로 소풍나온 기분이다. 그것도 하모니카라는 악기로 독주, 중주, 합주등 다양하고 품격있는 음악을 접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이런 축제를 계획하고 준비해서 진행하는 모든 사람들. 마치 피라미드 구조처럼 작은 역할을 맡은 다수의 사람들과 그 위에 층층이 탑을 쌓듯 책임감을 가지고 행사를 치른 사람들. 대단하다. 훌륭하다.
오후 2부 중간에 지인을 배웅하고 돌아오니 하모니시스트 박종성의 연주가 이미 시작되었다. 그냥 입구에 서서 미동도 하지않고 그의 연주를 보았다. 그의 <리베르 탱고>는 마치 가을날 빼곡한 벼 알곡처럼 농익어있었다. 그의 연주가 일순 서울숲을 정지시킨다. 입구쪽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하모니카 동호인이 아니다. 그냥 서울숲에 바람쐬러 나온 가족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에게서 자연스런 탄성이 흘러나온다.
'와, 대단하다. 와, 멋있다. 참 잘한다.'
전체 합주 <옥수수 하모니카>를 불 때 무대로 나가지 않고 그냥 돗자리에 앉아서 신나게 불었다. 숲에 앉아있는 사람들 사이에 들리는 나의 하모니카 소리, 사랑한다. 사랑한다.
2. 아름다운 응원
"혹 내일 서울숲 오시나요?"
"네. 가서 훌륭한 연주도 듣고 좋은 경험해야쥬."
그녀, 하모니카를 배우는 사람으로서 이번 축제에 관심있어 하셨다. 그렇지만 서울까지 가서 관람한다는 건 큰 마음을 내지 않으면 안되리라. 그런데 오신단다. 그 먼 길을, 혼자서, 버스타고.
왜 나는 이 분과 함께 있는 시간이 전부 내게 보내는 응원처럼 느껴질까. 축제에 찾아오시는 것도 한편으론 나를 응원하러 오시는 것만 같다. 아름다운 오해인가...20여년 됐으니 오래된 인연이긴 했다. 그렇다고 긴 시간이 모두 소중한 인연으로 남는 건 아닐텐데, 평소 일상의 경험을 나누고 하모니카라는 매개체로 만나 배우고 가르치면서 내가 늘 뭔가를 배우는 분이다.
바람이 불어오는 나뭇그늘 아래서 청소년, 장애인, 어르신, 강사들, 일가견을 이른 독주자등 다양하고 훌륭한 하모니카 연주를 둘이 들었다. 이분, 오늘 여기에서 하모니카 음색과 연주가 이렇게 멋지고, 하모니카 세계가 이렇게 넓음을 몸소 체험하셨으리라. 백문이 불여일견. 나도 2013년 양평축제에서 그랬으니까.
우리 팀 연주가 끝나고 무대에서 내려오자 정말 잘 했다고 말씀해주셨다. 사진과 동영상 찍은 걸 보여주신다. 어제 밤 여기 오신다는 문자를 받았을 때부터 나는 감동해있었는데, 오늘 이렇게 다정하시다. 오늘 꼭 박종성 연주를 보고싶어 하셨는데 버스 시간이 다가와 못보고 가셔서 아쉽다. 그래도 무척 흥미로웠다며 얼굴에 꽃웃음지으며 가시는 아름다운 정원, 그녀.
3. 와씩스 하모니카 앙상블
카톡 단체방에
"협회에서 이번 중주팀 각 기수별 이름 적어내래요." 라는 문자가 떴다. 궁리와 상의끝에 '와씩스 하모니카 앙상블'이라는 팀명을 만든 6기들.
'와'는 우와, 뜻밖에 기쁜 일이 생겼을 때 내는 소리의 준말, 여럿이 한꺼번에 기세를 올리려고 외치는 소리의 준말. '씩스 하모니카 앙상블'은 6기 강사의 중주를 단순명료하게 나타내는 말의 뜻이다.
생각해보니, 지방에 사는 강사들도 있어서 우리가 전원이 다 모여 연주를 맞춰 본 적은 한 번도 없구나. 오늘 리허설때조차도... 개인 사정이 있어 꼭 한 두명이 빠진 상태에서 맞춰보았다. 그때가 4월 중순었지 아마, 협회에 처음으로 모여 연습하기로 한 날, 팀에 합류하여 하모니카 불면서 '아, 나의 지금 소리는 독주용이네. 집에 가면 중주용으로 바꿔야겠네' 하고 생각했다. 바로 옆에서 그걸 알면서도 아무 말씀 안하신 동기분들. 어쩌면 함께 맞춰보며 스스로 깨우치겠지 하고 내게 시간을 주신 것 같다. 연륜과 경륜에서 얻은 지혜이리라.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우리 팀 한 분 한 분 모두 재능있고 좋은 사람들이다. 지도력있고, 재치와 위트 겸비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묵묵히 있다가도 꼭 필요할 때 나설 줄 아는 우리 팀. 무엇보다 이분들은 타인의 실수를 너그러이 넘겨주고, 서로를 응원하며, 부족한 것을 채워주신다.
짧은 시간안에 중주를 맞춰봤음에도 우리는 우리의 소리에 만족한다. 한 곡을 완성하기에 얼마나 많은 개인 연습과 화합의 마음이 쌓여야 하는지 연주해 본 사람은 안다. 오늘의 연주, 신나고 기쁘다. 이로써 와씩스 하모니카 앙상블의 재산이 두 곡 저축되었다. <아침이슬>과 <Top of the world> !
첫댓글 처음으로 서울숲 페스티벌에 가 본 저는
아름답고 귀한 연주들을 들을 수 있어 마냥 행복했는데
그날의 느낌을 한 편의 수필처럼 올려주시니 감동이 두배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화합의 마음이 쌓여 만들어 낸 6기 선배님 식스앙상블 연주 잘 들었습니다~
선숙님, 저도 3년전 양평 페스티벌에 가 보고
많은 걸 보고 배우고 즐기고 왔답니다.
아마 비슷한 마음일지... 싶어요^^
어? 선숙님도? 선숙님은 몇 기 신가요?
@문정숙(햇빛사냥) 10기 샘이십니다~
7월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십니다
@장현숙 반갑습니다. 벌써 10기라니.....^^
문샘!!!
오랜만이라 더욱 반가웠어요.
여전히 밝은 모습과 아름다운
글솜씨로 나를 감동시키시네요.
행사때라도 얼굴 자주 보여주셔요~~^^
박선생님, 저도 마찬가지였답니다.
썬그라스 낀 저를 못 알아보시나 생각도 했구요. ㅎㅎ
협회 활동이나 강사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못해서 좀 죄송도 하구요.
이렇게 가끔 끄적끄적거리고 행사때만 얼굴 비추더라도 반가워해주시는 박샘,
그리고 협회분들 모두 고마워요^^
오랬만에 만나뵈어 반가웠습니다,
연주 잘 들었구요.^_^
저도 무척 반가웠답니다.
여전히 활발한 활동하심에 더욱 보기 좋았구요^^
좋은 역할 맡아 늘 도움주심에 회원으로서 감사하구요^^
6기를 한층 더 빛내주신 문샘!
환한 웃음짓는 얼굴!
7월 모임 때 뵈요.
늘 여유로우면서도 이성적이라
6기의 균형을 잘 잡아주시는 윤쌤^^
청포도 익는 칠월에 뵈요^^
어쩜그렇게 글을 맛갈나게 잘써요 멀리서 오느라 고생많았어요 같은기수라 자랑스럽고 ^^천진스런 얼굴 자꾸자꾸만 보고잡네요 7월에꼭~
이렇게 술술 말씀 잘 하시는 종선쌤이 더 글을 잘 쓰실거예요.^^
안방마님같은 푸근함과 아우름... 장점중 하나신것 같아요^^
예쓰예쓰 7월 !!!
인사가 늦엇습니다 예산의문샘 울산의곽샘 우리 모두 6기의 자랑입니다
멀리서 하모니카라는 악기로 맺어진 우리 6기^^ 항상 웃음으로 대하시는 샘들 고맙습니다
청포도 익아가는 7월 대구에서 뵈요. 멋진 악보 대령 기다리겠습니다~
와... 6기회장님^^
파랑~ㅇ새 노래하~는
청포도 덩굴 아래~ㅅ서
어여~쁜 아가씨여~~~~~~~
하모니카 불잔다....^^
"멋진 악보 대령" 짱 !!!!!!!!!!
축제날 우리의 설렘을 그대로 표현해 주셔서 감동입니다. 문쌤,곽쌤 합류에 항상 힘을 얻습니다^^ 또한 7월이 기대됩니다~
총무님, 그 아담한 체구에 어쩜 그리 살뜰이 6기살림을 잘하시는지...
늘 감동이죠^^
저는 그저 머리수만 채우는 역할밖에 못하는데, 그리 생각해주시니 감사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