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에라 네바다 산군을 하이킹하던 여성이 갑자기 다리로 어떤 것도 느낄 수 없다며 당국에 구조를 요청했다. 그녀는 처음에 거미에게 물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당국은 이제 다른 원인을 추정하고 있다고 미국 잡지 피플이 20일 전했다.
인요 카운티 수색구조대는 보도자료를 내고 사고 당일 오후 6시 30분쯤 터부스(Taboose) 패스 트레일에서 하산하지 못한다는 해당 여성의 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존 무어 트레일을 하이킹하는 중이었으며, 매터(Mather) 패스에 눈이 엄청 내려 하산 루트를 변경했다가 다리가 마비되는 횡액을 당한 것이었다.
그녀는 트레일 입구에서 2.7km도 떨어지지 않았는데 물을 마시려고 협곡 아래로 내려갔다가 거미에게 물렸다고 생각했다. 얼마 안 있어 그녀는 두 다리의 살갗으로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다며 걸어 내려올 수가 없다고 했다. 그녀는 겨우 겨우 구조 요청을 했고 그 뒤 여러 사람이 중계해 그녀의 위치를 알려 구조할 수 있었다. 그 뒤 전화 배터리가 나가버렸다.
구조대원들이 소집돼 터부스 들머리로 차를 몰아 달려갔다. 바퀴달린 들것을 끌고 2.4km를 올라갔고, 그 뒤 험준해 바퀴를 떼고 들것만 들고 올라갔다.
여성의 용태를 살핀 뒤, 구조대원들은 로프를 감아 안전을 확보하고 여성을 걷게 한 뒤 바퀴달린 들것에 눕힌 뒤 자정 직전에 들머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보안관실 대변인은 일간 뉴욕 포스트에 여성이 거미에 물린 것이 아니라 트레일을 지나는 차량들 때문에 일정 방향으로 누운 쐐기풀(stinging nettle)에 쓸린 것이 원인으로 추정된다는 얘기를 구조대원들로부터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캘리포니아 대학 산하 Integrated Pest Management 홈페이지에 따르면 쐐기풀은 캘리포니아와 서부의 다른 주들에 많이 서식하는 직립 식물이며 털 때문에 살갗에 상처를 내고 물집이 생기게 할 수 있다. “사람의 살갗이 잎이나 줄기에 닿게 되면 빠르게 붉은 반점이 생겨 가려움증과 화상을 동반할 수 있다. 종종 눈에 띄는 증상이 사라져도 살갗에 남은 가려움증은 12시간 이상 지속될 수 있다.”
인요 카운티 수색구조대의 지난 16일 성명은 해당 여성의 용태를 밝히지도, 신원을 공개하지도 않았다. 보안관실은 다만 뉴욕 포스트에 그녀가 회복 중인 것으로 믿고 있다고 확인해줬다.
당국은 하이킹하는 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할까? 휴대폰 배터리가 다 떨어진 상태에서 구조 요청을 하는 것이 대다수다. 문제의 여성도 배터리가 간당간당해 그녀와 먼저 통화한 이들이 그녀의 위치를 추정해 알려줘 구조할 수 있었다. 따라서 외장 배터리를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공원 측은 시에라 네바다 산군 중 다른 트레일에 견줘 무선전화가 잘 터지지 않는 트레일로 터부스, 샘밀, 백스터, 셰퍼드 패스 트레일을 추가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산에도 소쐐기풀, 혹쐐기풀, 가는잎쐐기풀, 애기쐐기풀 등이 많이 자란다. 배초향이나 모시풀 종류로 알고 만지거나 잡아 뜯었다가 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여러해살이풀로 잎이나 줄기에 ‘포름산’이라는 성분을 포함한 털이 있는데 포름산은 벌과 개미 침의 독극물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쐐기풀을 만지면 벌에 쏘인 것처럼 열감, 따끔거림, 발진 등을 느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증상이 24시간 이내 사라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적으로 백두대간 지리산을 시작으로 문경 대야산까지 대간 종주의 5분의 2정도 소화하고 뜻하지 않은 부상과 여름철 휴식 때문에 쉬고 있다. 이른 아침 풀섶을 헤치다 이슬을 머금은 풀들에 팔과 다리를 쓸린 기억이 아프게 떠올랐다. 여름이 아니면 긴 상의와 바지를 입으면 되지만, 초여름 팔에 토시를 두르거나 앞치마 같은 것을 두르고 다니는 일도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열렬한 대간꾼인 황산 님이 전문 장비회사를 차려 스코틀랜드 남성들이 입는 전통 치마처럼 새벽 종주에 나설 때 두르고 햇볕이 나면 휙 벗어버려 종주꾼들의 곤혹스러움을 해소해줬다. 하지만 그런 일에 대범하기 짝이 없는 나는 그냥 풀잎에 쓸리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것도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쐐기풀에 쓸려 다리가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다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또 하나 문제로 지적된 휴대폰 배터리 문제와 관련해, 나는 외장형 배터리 무게 때문에 숙소를 떠나기 직전까지 최대한 충전을 하려 하고, 오후 2시가 되기 전 꺼버린다. 6시나 7시쯤 택시 기사와 연락이 안 되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방편인데 한 시간에 한 번정도 휴대전화를 껐다가 다시 켜 정보들을 확인한 뒤 다시 끈다. 내 위치를 남기기 위해서다.
참고로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농민들이 쐐기풀 뽑는 모습을 본 마들렌이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쐐기풀은 요긴하게 쓰이지만 내버려두면 해로운 것이 되기 때문에 쐐기풀을 솎아내는데 인간도 이렇게 쐐기풀처럼 되는 경우가 있지만, 이 세상에는 나쁜 풀도 없고 나쁜 사람도 없고 나쁜 경작이 있을 뿐이라고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