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3년차로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마을에 사는 유용은씨가 법환해녀학교에서 물질 교육을 받고 있다.
10여년 분주한 미국생활과 코로나로 번아웃 후 제주로
하도리 해녀들 영상에 담아 전시·법환해녀학교 교육도
[한라일보] "스무살부터 생활한 미국에서 코로나19 상황을 맞았고, 잠시 찾았던 서울생활에서
일종의 번아웃 상태를 겪었죠.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을까 해서 찾은 곳이 제주에요."
2021년부터 제주시 동쪽 바닷가 마을인 구좌읍 하도리에 살고 있는 유용은(35)씨.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생활하다 대학 1학년 때 여행차 찾았던 미국이 잘 맞겠다 싶어 눌러앉았다는 그는
예술대학 편입과 예일대 석사과정을 마치고 전공을 살려 디자인 관련 강의와 예술교육을 하며
20대를 눈코 뜰 새 없이 보냈다.
'쉼'을 찾아 온 제주에서 우여곡절 끝에 터잡은 곳은 하도리 고(故) 고이화 해녀의 생가다.
우도에서 태어나 어머니를 따라 물질을 배운 고 할머니는 일제 강점기 해녀항일운동과 제주
최고령 해녀로 활동하며 제주 1호 해녀상을 수상한 이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제주해녀문화를
마주했고, 이웃해 사는 할머니의 우뭇가사리 작업을 도우며 친분을 쌓고 귀한 성게도 얻어
먹을만큼 마을에 스며들었다.
"고령의 해녀들이 대부분인 마을에서 그들과 소통할 수 있어야 더 오래 머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해녀들의 작업을 먼 발치에서 바라만 보다 난생 처음 바다에서 헤엄치는 법을
배우면서 해녀들의 작업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알았어요. 선택의 여지 없이 해오신 일이잖아요.
시간나는대로 해녀들의 작업 과정을 영상으로 찍어왔어요."
그렇게 하도리 해안에서 수영하고, 이웃 해녀 할머니들의 삶을 작품으로 녹여낸 '내가 헤엄치는
이유' 전시를 지난 5~6월에 한달간 서울에서 열기도 했다. 제 몸을 바다에 내던져 숨참으며
작업하는 해녀들의 영상에서부터, 옷을 갈아입거나 찬 바람을 피해 불을 쬐며 몸을 녹이는 해녀
공동체공간인 불턱 설치작업을 통해 인간이 개별적 존재가 아닌 지구상의 물과 함께 다른 생명체
와 연결된 존재로 바라보는 하이드로 페미니즘 관점에서 제주의 물과 인간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는 지난 5월부터는 직업해녀를 양성하는 법환해녀학교 교육생으로 물질도 배우고 있다.
우리 세대들이 과연 해녀들처럼 물질을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된 일이다. 주말마다
잠수이론과 해녀문화, 실습 과정을 거치고 나면 10월쯤엔 희망하는 어촌계에서 인턴과정을
통해 해녀들에게 본격적인 물질을 익히게 된다. 그는 하도어촌계에서 인턴을 할 생각이다.
쉼을 찾아 온 제주살이도 바쁘긴 하지만 그는 하고 싶은 일들이라 행복하다고 했다.
어린이를 위한 성평등 그림책(5권)을 공동으로 펴냈고, 수도권 대안학교에서 예술강의와
인터넷으로 외국 강의도 틈틈이 한다. 그녀가 사는 곳은 곧 예술공간이 되기도 하다.
요가명상클래스와 어린이 감각 예술영어클래스 등의 문화예술 돌봄 프로그램인 언러닝스페이스
프로그램도 예약제로 운영중이다.
제주살이 2년차인 작년 5월 미국 생활 시절 만난 덴마크인 남편과 하도리 별방진에서 결혼도
했다. 앞으로 아이가 생기면 병원, 학교 문제로 "도시에 살아야 하나?"는 고민도 없진 않고
"집값이 비싸 열심히 벌어야 한다"며 그는 웃었다. 서울 다음으로 높다는 집값을 제주살이
3년차에 접어드는 그도 어김없이 겪고 있는 셈이다.
보도: 한라일보 2023. 07. 20일자
첫댓글 제주 에서 2십년을 홀로살고있는 지인은 해녀가 되고 싶었지만 어촌계 텃세에 가입을못하다가 겨우 최근에 가입을 했습니다, 현실은 녹녹치 않을것입니다,
아~ 그런 일도 있었군요. 어디든지 텃세란 것이 있는 모앵이지요, 최근에라도 가입해서 다행이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