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천의 4할 타율,박철순의 22연승 등은 프로야구 원년에 세워진 뒤 아직도철옹성처럼 버티고 있다.장명부의 30승,선동열의 0점대 방어율 등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고 했다.끊임없이 도전해왔고,올해도 도전은 계속된다.한국 프로야구가 2002시즌을 맞아 새롭게 도전 웅지를 키우고있는 꿈의 기록들을 살펴보자.
◆4할 타율
백인천이 82년 MBC의 감독 겸 선수로 뛰면서 0.412를 기록했다.이후 누구도4할에 도달하지 못했다.가장 근접한 선수가 이종범으로 프로 2년째인 94년 0.393을 기록했다.국내 복귀 2년째를 맞은 이종범 외에 안타제조기 LG 이병규,영원한 3할타자 삼성 양준혁에게 기대를 해볼 만하다.
일본에서는 아직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지난 86년 한신 타이거스의 외국인 선수 랜디 배스가 기록한 0.389가 근사치다.타격 천재 스즈키 이치로도 89년 오릭스 블루웨이브 시절에 세운 0.387이 최고였다.메이저리그에서는 1941년 테드 윌리엄스가 기록한 0.406이 마지막 4할이었다.
◆누구도 밟지 못한 200안타 고지
국내 프로야구에서 전인미답의 영역이다.누구든 기록하기만 하면 평생 ‘최초’라는 영예를 안는다.역대 최고 기록은 94년 이종범의 196개다.2위는 99년 LG 이병규의 192개다.133게임을 치르는 올해도 이들 두 명이 가장 강력한후보다.
◆시즌 84도루
기아 이종범이 해태 시절이던 94년 세운 84개가 최고.가장 근접한 수치는 현대 전준호가 롯데 시절이던 93년 기록한 75개다.이종범이 떠난 뒤 4년간 도
루왕을 독식해온 두산 정수근의 최고기록은 99년 57개다.올해는 이들 3명의경쟁이 볼 만할 것이다.
미국과 일본 기록은 82년 오클랜드의 리키 헨더슨(현 샌디에이고)의 130개와72년 한큐(현 오릭스)의 후지모토 유타카(은퇴)가 세운 106개다.
◆22연승
가장 범접하기 힘든 기록 중 하나다.OB 박철순이 세운 대기록으로 82년 4월10일부터 9월 18일까지 단 한번도 패하지 않고 연승을 달렸다.이해에 24승4패를 기록했다.84∼85년 삼성 김시진과 94∼95년 LG 김태원이 16연승을 한게 역대 2위 기록이다.
올해는 롯데 투수 박지철이 유리한 고지에서 출발한다.지난해 7월 27일 사직두산전에서 선발승을 거둔 이래 8연승 행진을 이어왔다.그러나 대기록까지는 아직도 14연승이 남아 있다.
◆0점대 방어율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과 함께 갈수록 국내 투수들로부터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영역이다.역대로 국내 프로야구에서 0점대 방어율은 딱 세 차례 나왔다.모두 ‘국보투수’ 선동열의 작품이었다.프로 입문 이듬해인 86년 0.99로 처음 0점대 방어율의 문을 열어젖힌 뒤 87년 0.86으로 낮춰 입을 벌어지게 했다.또 93년에는 0.78로 역대 최저 방어율을 기록했다.
그나마 최근 들어서는 타이틀홀더의 방어율이 2점대로 상승했다.지난해 롯데박석진은 2.98이라는 역대 최악의 방어율로 타이틀을 차지했다.그러나 올해부터 스트라이크존이 다시 확대될 전망이라 0점대 방어율에 대한 투수들의도전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30승
타자에게 4할이 꿈이라면 투수에게는 30승이 꿈의 기록이다.
지난 83년 재일동포 투수 장명부(삼미)가 세웠다.요즘처럼 투수들의 보직이분업화해 있고,선발투수가 로테이션에 따라 등판하는 상황에서는 불가능에가까운 기록이다.선발 등판 횟수가 30경기 안팎이라는 점에서 보면 전승을거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장명부는 당시 60경기에 출장해 36경기를 완투하며 무려 427.1이닝을 던지는괴력을 발휘했다.30승16패 6세이브라는 놀라운 성적을 남겼다.
30승에 가장 근접한 투수는 이듬해인 84년 27승을 올린 최동원(롯데)이다.90년대 들어서는 20승 투수조차 가물에 콩나듯했다.90년 선동열(22승·해태)에이어 95년 이상훈(LG),97년 김현욱(쌍방울),99년 정민태가 20승씩을 올렸을뿐이다.박찬호나 랜디 존슨이 한국에 와도 불가능할 승수다.
◆18연패
치욕의 기록으로 두 차례 나왔다.85년 3월 31일∼4월 29일 삼미가 먼저 기록했고,99년 8월 25일∼10월 7일 쌍방울이 경신에 나섰으나 타이기록에 만족해야했다.
이 기록 역시 쉽게 깨지지 않을 전망이다.외국인선수가 들어오면서 팀간 전력평준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지난 시즌에는 중·하위권 5팀이 4위 한자리를 놓고 막판까지 혼전을 벌였을 정도로 만년 최약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게 국내 프로야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