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나의 첫 번째 男子> 저자인 중국동포 장금선 작가는 현재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배를 타고 다니면서 글을 쓰고 있다. 그의 실화소설을 <동포세계신문>에 연재한다. 이 소설은 보따리상들의 삶을 몸소 겪으며 쓴 글이기에 더욱 실감난다.
제17화 임삼씨의 풍파
2014년 4월이다. 고향 흑룡강에는 눈보라가 휘물아치련만 산동 석도는 따뜻한 봄이 왔다. 새 회장이 올라와서 석달이 넘어서도 별로 큰 변화가 없이 상인들의 보따리는 점점 작아지고 호주머니는 굶어서 몸에 딱 붙을 지경이다. 벌써 여러 개의 상단은 파산되였다. 우리 상단도 날을 다투며 파산되려는 찰나에 사장이 뜻밖의 소식을 전했다. 한국에서 인삼씨를 합동했는데 한공근에 대공비 한국돈 만원을 준다고 하였다. 이미 세관을 통과했으니마음껏 가지고 오라는 것이다. 사장은 어쨌든 사장이다. 매일 아내와 다투기는 해도 돈 나올 구멍을 뚫는 건 사장이였다. 인삼씨 수량이 많고 빠른시간에 중국으로 들여와야 하므로 우리 상단의 사람으로는 부족하여 지금 세력이 가장 센“해풍점”과 협동하였다. 군산부두에 내려 곡물을 바치는 마당에 우리 상단의 최팀장의 차가 이미 한쪽 구석에 있었다. 최팀장이 오라고 눈짓하여 가니 검은 비닐주머니를 두껍게 포장한 물건을 주었다. “다른 상단에서 보면 장사를 채여 갈수도 있으니 배낭에 넣어 가세요. 절대 주머니가 구멍이 나면 대공비를 안줘요. 한 주머니에 삼공근인데 중국에 가면 사장이 한국돈 삼만원을 줄꺼요.” 삼만원이면 인민페 거의 180원이다. 대공비가 많아 기뻐서 마음이 술렁거리고 백병을 치료하는 인삼씨가 어떻게 생겼는가 궁굼증이 났다. 만약 살짝 한줌만 꺼낸다면 집에 돌아가 심어서 인삼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자란 인삼씨를 받아서 또 심으면 한마당이 되면 부자가 되겠다. 나는 세관마당에 있는 걸상에 앉아서 배낭에 손을 넣어 비밀주머니를 살그머니 만져보았다. 인삼씨는 괴상하게 생겼다. 콩알처럼 동그랗지도 않고 벼씨처럼 갤죽하지도 않고, 다시 신경을 곤두세우고 만져봐도 삼각형이다. 보배라고 모양도 특별한가! 나는 주머니를 헤치고 빨간색인가 노란색인가 보고 싶어 가슴이 근질근질해 났다. 중국에 도착했다. 배에서 내리려고 줄을 섰다. 이때 최팀장의 전화가 왔다. 내용은 뜻밖이다. 사장이 해관은 통과했으나 검역은 통과 못했으니 오늘은 가지고 나오지 말라 한다. 중국해관에는 해관과 한 사업센터가 아닌 검역실이 있다. 검역실에서는 전문 한국의 식품과 곡물을 관리하는 센터이다. 우리들은 김 빠진 뽈이 되여 인삼씨를 배 위에 남겼다. 다음 중국에서 내릴 때 통지는 더욱 괴상하다. 모두 인삼씨는 가지고 나와 전화를 기다리라는 것이다.“해풍점”의 한 사람이 먼저 해관을 나갈 수 있는가 실험해 본다고 하였다. 백단위 번호가 해관을 나갈 때 우리들은 배위에 있었다. 실지 국제적으로 종자는 일체로 금입되여 있다. 발견 시에는 벌금을 면치 못하는 건 그만두고 정선이다. 정선이란 배에서 쫒겨난다는 말이다. 나는 인삼씨 배낭을 안고 서서 안절부절 하였다. 대체 가슴에 안은 것이 돈뭉치인지 아니면 시간폭탄인지 알수 없었다. 전화가 왔다. 실험한다던 사람이 붙잡혀 벌금을 내고 정선 당했다한다. 그 시각, 돈 뭉치라고 믿었던 인삼씨는 그만 시간폭탄으로 변했다. 인삼씨를 배에다 시간폭탄처럼 던져버리고 나왔다. 기막힌 사람은 인삼씨를 산 중국사장이다. 엄청난 돈을 꿔서 사들인 인삼씨는 한국에도 내릴 수 없고 중국으로 나올 수 없다. 우리 상인들만 아는 일이지만 중국과 한국의 해관은 자기 나라에서 배에 오를 때는 기본상 검사를 하지 않는다. 때문에 인삼씨는 아주 쉽게 배에 올랐다 하지만 한국으로 들어갈 때는 규정된 곡물 외에는 한 양도 용서치 않는다. 한국 인삼장사는 팔아 먹었으니 인삼씨가 배 위에서 싹이 나든 썩어 나든 상관이 없으나 중국사장은 인삼씨가 배 위에서 내리지 못하면 자살해 죽겠다고 고함 질렀다. 우리들의 입장은 또 다르다. 사장의 모양을 보면 안타깝기는 하지만 해관에 들리는 날이면 배에서 쫒겨난다. 사장은 술을 잔뜩 마시고 또 와이프와 전쟁을 벌렸다. 우리들은 배낭을 메고 걸어서 해관에 와서 배위에 올랐다. 중국으로 돌아올 때 인삼씨를 보는 나의 마음은 천근만근 무거웠다. 나는 가슴이 답답할때 마다 뒤 갑판에 가서 바람을 쏘였다. 바다는 바람한 점 없이 호수같이 그윽하였다. 하지만 나의 마음에는 거센 파고가 일고 있었다. 영자 언니와 아저씨도 나왔다. 좀 후에 보니“해파리점”의 사람들은 거의 갑판으로 나와 인삼씨 근심을 하고 있었다. 그날 최팀장은 볼일이 있어 한국에서 내렸다. 이때다. 영자 언니의 전화가 울렀다. 사장이다. 인삼씨가 못 나오면 자기는 죽을 길 밖에 없다고 혀 꼬부라진 소리로 부르짖었다. “그저 죽는다는 소리밖에 할줄 몰라요. 전화를 가져 오세요.” 사장 와이프의 말소리 같다. 영자언니는 전화를 나에게 넘겼다. 이어 사장 아내의 챙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모! ” “그러지 않아도 인삼씨 근심에 잠이 오지 않아 우리 상단에 사람들이 모두 갑판에 있어요. ” “장이모! 돈밖에 모르는 한국사장이 인삼씨 근수자를 올리려고 방부지 (防腐剂-썩는 것을 방지하는 화약물질)에다 물을 섞어 인삼씨를 잠그었다가 건져서 물을 빼고 포장했대요. 온도가 알맞는 창고 같은 장소는 며칠 있어도 괜찮지만 사람이 자는 온도에는 인차 싹이 나지 않으면 썩어 버린대요. 그럼 우리는 손해가 너무 대단해요." 사장 아내는 웉면서 말했다. “돈 밖에 모르는 인간들!” 모두다 분해서 이를 갈 정도였다. “거기에 있는 이모와 아저씨들! 오늘 제가 앞에 꿇어앉아 빕니다. 어떻게 방 법을 대더래도 인삼씨를 가져다 주세요. 대공비는 한공근에 3만원을 주겠습니다.” “악아 엄마! 지금 돈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들이 걸리면 배에서 쫓겨나면 밥통이 없어지는 걸 어떡해요. 퇴직비가 있는 사람은 집으로 가면 되지만 배타고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떡해요? 어쨌던 그쪽에서 검역을 통과했다면 인차 가지고 떠나겠습니다.” “검역을 통과 한다는 일이 너무나 힘든 일입니다. 그럼 가져 올수 있는 사람만 가져다 주세요. 다만 한 근이래도 손실을 적게 했으면 합니다.” “노력해 볼께요. 크게 희망은 두지 마세요.” 우리쪽 사정도 딱하고 그쪽 사정도 딱하였다. 어쩌면 좋단 말인가?! 모두들 가슴에 돌을 얹었는지 말이 없다. “죽을 셈하고 가지고 가볼까." 언제나 용감하고 남의 사정을 헤아리는 영자 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도 가지고 가겠어요. 잡히면 집으로 돌아가면 되지만 사장은 멸망입니다.” “글쎄. 어쨌던 우리 사장인데 보고만 있을수 없구만. 나도 가지고 가겠소.” 영자 아저씨다. 정직하고 남을 도와 주기 즐기는 그였다. 결국 퇴직비가 없 는 길자를 내놓고 모두 한결같이 동의 했다. 우리는 서로의 경험을 아끼지 않고 교류하면서 고도의 감추는 예술을 발휘하여 인삼씨를 배낭에 감추었다. 세상에 완벽한 물건은 없다. 엑스레이만 나타나지 않으면 중국에서는 한국과 달리 매개 사람들의 배낭을 헤쳐놓고 검사하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 눈길로 고무하면서 엑스레이를 지났다. 결국, 한 사람도 걸리지 않았다. 어떻게 감추었는가를 독자들에게 알려줄 수 없다. 이것은 영원한 상인의 비밀이다. “해풍점”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인삼씨를 무사히 내왔다. 사장의 아내는 말대로 한 공근에 대공비 3만원을 주었으나 우리들은 만원만 받고 되돌려 주었다. “악아 엄마! 우리가 대공비를 많이 준다고 위험을 무릅쓰고 인삼씨를 가져 왔다면 그건 너무 억울한 일이요?” “알아요. 이모와 아저씨들은 돈 보다 사람을 중히 여기는 분들입니다.” 웬일인지 인삼씨 풍파가 있은 후 사장의 부부는 싸움하지 않았다. 알고 보니 경제권리는 완전히 아내한테로 넘어 갔다. <다음 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