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속 기대와 희망의 노래, 봄을 기다리는 마음들
◀개화(Flowering) ◼루시(Lucy)
◀Winter Flower(설중매) ◼윤하(ft;RM)
◀겨울 소리 ◼박효신✕정재일
◀다시 겨울이야. ◼박정현
◉ 주말을 지나면서 한파가 다소 누그러졌습니다.
그래도 오늘도 아침 수은주가 영하 10도 훨씬 아래쪽에 머물러 있습니다.
다만 내일부터는 혹한이 아닌 통상의 겨울 추위 정도로 한걸음 물러설 모양입니다.
일 년 중 가장 춥다는 소한(小寒)과 대한(大寒) 사이이니 이 정도는 추워야 겨울답기는 합니다.
◉ 하지만 큰 추위의 끝, 대한까지는 이제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대한(大寒) 끝에 양춘(陽春)이 있다.’ ‘대한 너머에 따스한 봄이 기다리고 있다’는 속담입니다.
어려운 고비를 잘 넘기면 행복과 즐거움이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도 그 속에 담겨 있습니다.
시절이 어지러워서 마음이 산란한 국민에게 절실히 와닿는 말이기도 합니다.
여기에는 매서운 추위와 어려운 시절을 견뎌낸 선인들의 경험과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 이르긴 하지만 조금씩 봄의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고 기어코 봄을 가져오겠다는 의지는 앙상한 모습으로 서 있는 겨울나무에서도 보입니다.
잎이 진 나무들이 모여있는 겨울 숲은 황량해 보입니다.
그래도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면 활발하게 숨 쉬고 있는 생명의 움직임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바로 겨울눈입니다.
나무의 심장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생명의 캡슐입니다.
한겨울에도 나무들이 쉼 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여러해살이 초목의 겨울눈은 혹독한 겨울 환경을 견뎌내기 위한 그들의 생존전략입니다.
그들은 한창 꽃이 피고 잎이 무성할 때 겨울눈을 준비합니다.
겨울눈을 만든 뒤에야 비로소 편안하게 낙엽 지는 시절을 만납니다.
나중에 꽃을 피울 꽃눈은 한자어로는 화아(花芽)라고 합니다.
나중에 잎이 나오게 할 잎눈은 엽아(葉芽)라고 합니다.
식물의 눈을 말하는 이 ‘싹 아(芽)’는 바로 시작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겨울눈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해서 탄생시키는 출발점입니다.
실제로 식물의 꽃눈 단면을 보면 사람의 모습을 갖춘 태아처럼 꽃의 형태를 갖추고 있습니다.
◉모든 식물의 꽃과 잎모양이 조금씩 다르듯이 겨울눈도 다양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꽃눈이 유난히 큰 목련에서부터 작고 앙증맞은 진달래 개나리까지 각양각색입니다.
모양은 달라도 비늘로 겹겹이 옷을 입고 어려운 환경을 견뎌내도록 만들어진 것은 비슷합니다.
눈밭에 서 있는 나무들의 이 겨울눈은 화려하게 꽃이 피고 잎이 날 때를 끈기 있게 기다리며 겨울을 품고 갑니다.
◉ 꽃을 피우는 노래 ‘개화’(開花)-‘Flowering’부터 시작합니다.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활짝 피어나는 꽃들처럼 아름다운 시기가 올 것이라는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노래입니다.
그래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위안을 주는 응원가이기도 합니다.
6년 전 슈퍼밴드에서 준우승했던 4인조 밴드 루시(Lucy)의 2020년도 노래입니다.
◉ 루시는 빛을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가져온 팀명입니다.
노래로 소통하며 세상의 빛이 되겠다는 팀의 이름에도 어울리는 노래입니다.
리더인 신예찬의 인상적인 바이올린 연주로 시작합니다.
‘바람아! 내게 봄을 데려다줘 언젠가 파랗게 피어날 거야.
기지개 켜듯이 두 팔 벌린 꽃들처럼 그대의 꿈도 On & On!!’
https://youtu.be/WQdFA55hT80?si=YET8FrvB6U9_Ib-y
◉봄에 가장 먼저 찾아오는 생강나무꽃과 산수유꽃이 피려면 아직 석 달은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도 이들의 꽃눈은 추위 속에서 잔뜩 부풀어 있습니다.
이들에 앞서 찾아오는 겨울꽃(Winter Flower)이라 부르는 꽃들이 있습니다.
설중매, 동백, 복수초 같은 식물의 꽃들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사실 겨울에 피는 꽃들은 아닙니다.
이른 봄, 춘설(春雪) 속에서 꽃망울을 열어 겨울꽃처럼 보일 뿐입니다.
◉설중매화(雪中梅花)는 눈과 서리를 두려워하지 않고 모진 추위를 견뎌내며 메마른 가지에 꽃을 피워 냅니다.
통상 2월에서 3월 사이에 맑은 향기를 뿜으며 눈 속에서 봄을 부릅니다.
산간 지역 야생화인 복수초도 이른 봄, 3월 초쯤 눈 속에서 꽃을 피웁니다.
독이 있는 복수초(復讐草)가 아니라 건강을 기원하는 복수초(福壽草)입니다.
◉꽃을 피워 곤충을 부르고 나중에 잎이 나게 하는 사려 깊은 친구들입니다.
겨울꽃이라기보다는 눈 속에서 봄을 알리는 꽃 정도로 이해하면 적당합니다.
그래도 모진 겨울을 견뎌내고 남보다 먼저 꽃을 피우니 겨울꽃이라 불러도 별로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가수 윤하는 이들을 ‘겨울꽃’이라 부르며 이 친구들의 이야기를 노래 속에 담고 싶다는
메시지를 BTS의 래퍼 RM(랩 몬스터)에게 메일로 보냅니다.
윤하의 팬이기도 한 RM이 맞장구를 치면서 노래가 만들어집니다.
바로 ‘겨울꽃’, ‘Winter Flower’입니다.
윤하의 서정적인 감성과 RM의 랩이 잘 어우러집니다.
가사 자체를 그대로 표현한 애니메이션도 보기 좋습니다.
◉뮤직비디오에서 소녀는 겨울을 힘겹게 견디는 매화나무를 지키기 위해 눈보라를 맞으며 애를 씁니다.
결국 소녀는 매화를 피워 냅니다.
‘눈 감으면 봄은 아득하고 여긴 숨만 가득한데 모진 겨울 내가 흘렸던 피에서 빨갛게 나는 태어났지.’
현재가 힘들고 괴롭지만 모진 겨울을 견뎌내고 봄을 피워 낼 것이라는 의지가 보입니다.
‘똑바로 들어 겨울아! 네가 날 피운 거야
나 이제 내 가지로 파란 향을 피울 거야’
윤하와 RM이 엮어낸 겨울 포크 록입니다.
https://youtu.be/OcCkAG_LO9Y
◉메마른 초목들이 겨울을 견디고 있는 숲 속으로 가봅니다.
가만히 귀 기울여보면 겨울 소리가 다가옵니다.
가지를 스치는 바람 소리, 쌓였던 눈이 흘러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얼음이 얼고 눈이 덮인 계곡 사이를 비집고 흘러내리는 계곡 물소리도 정겹습니다.
계곡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을 고라니의 울음소리도 간혹 들립니다.
먹을 것이 귀해도 겨울이 짝짓기 철이라 구애의 울음을 우는지도 모릅니다.
산비둘기, 어치, 참새류의 지저귐 속에 집 짓는 딱따구리의 작업소라도 섞여 옵니다.
이 모두가 숲 속에서 듣는 정겨운 겨울 소리입니다.
◉6년 전 겨울 이맘때쯤 박효신과 정재일이 띄워 보낸 겨울 소리를 불러옵니다.
힘든 겨울을 보내며 새해로 들어선 사람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격려의 노래입니다.
작사가 김이나가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줄 겨울 소리를 담기 위해 공을 들였습니다.
‘겨울 소리 따라 부르는 깊은 밤 나의 노래가 어디선가 잠든 널 안아주길’ 정재의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띄우는
박효신의 ‘겨울 소리’입니다.
https://youtu.be/C4OBdfXMI6s
◉ 겨울엔 사랑 노래가 많을 것 같은데 예상외로 이별 노래가 많습니다.
겨울의 이별은 날씨만큼 가슴 시린 이야기여서 어느 계절보다 더 아프게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겨울에 이별을 노래하지만 시리거나 차갑지 않고 따뜻하고 포근하게 다가오는 박정현의 노래를 마무리 곡으로 듣습니다.
◉박정현이 3년 하루 전 겨울, 1월 12일에 발표한 신곡이 바로 ‘다시 겨울이야’입니다.
그녀의 대표곡 ‘꿈에’를 작곡했던 공일오비 출신의 작곡가 정석원과 호흡을 맞춰 만들어낸 겨울 노래입니다.
겨울에 이별하면서 지난 추억을 떠올리지만 그것도 봄이 되면 눈 녹듯이 사라지길 바란다는 마음을 담아낸 곡입니다.
‘행복하나요?
날 흰 눈에 덮고서 웃으며 사나요?
겨울지나 봄이 오면 너와 만든 세상 녹아 있기를 빌게’
모든 겨울 노래의 끝에는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걸려있습니다.
https://youtu.be/4P_OiQEELxE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 BBC Sound의 1위, Winner는 미국의 채플 론(Chappell Roan)이 차지했습니다.
앨튼 존, 두아 리파 등 180여 명의 음악 전문가 패널이 선정해 지난 10일 발표했습니다.
BBC Sound Winner에 미국 아티스트가 선정된 게 이례적입니다.
◉그만큼 지난해 활약이 두드러졌고 올해도 기대되는 최고의 여성 아티스트로 인정받은 셈입니다.
그녀는 다음 달 2일에 있을 그래미 어워즈에도 6개 부문에서 후보로 올라 있습니다.
미국 미주리주의 보수적인 작은 촌마을에서 태어나 가장 개방적인 음악을 하는 스물여섯 살의 가수의 2025년 행보가 주목됩니다.
브릿 어워즈 2025년 Rising Star로 선정된 마일즈 스미스(Myles Smith)는 4위에 머물렀습니다.
(배석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