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귀가 쫓겨나자 말못하는 이가 말을 하였다. 그러자 군중은 놀라워하며, "이런 일은
이스라엘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나 바리사이들은, "저 사람은
마귀 우두머리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 하였다. (33~34)
'말못하는 이'에 해당하는 '코포스'(kophos; dumb)는 '둔한', '무딘'이라는 뜻을 지니며,
'벙어리'(마르9,25; 루카11,14) 뿐 아니라 '귀머거리'(마태11,5; 루카7,22)도 가리킨다.
여기서도 귀먹고 말못하는 복합 장애인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본 적이 없다'에서 '본'에 해당하는 '에파네'(ephane; it was seen; has
been seen)는 '보다'라는 뜻의 '파이노'(phaino)의 3인칭 단수 직설법 과거 수동형이다.
그래서 직역하면 '이스라엘에서 이런 일이 보여진 때가 없었다'이다.
희랍어 성경에서 수동형이 사용될 때, 행동의 주체가 뚜렷이 나타나지 않으면
하느님의 행위로 볼 때가 있다.
여기서 '에파네'(ephane)도 수동태로서, 마귀를 쫓아내고 벙어리로 하여금 말하게
하는 것과 같은 놀라운 기적은, 하느님께서 예수님 이전에는 일어나도록 하신 적이
없었다는 뜻이다.
이런 일은 이사야 예언자가 이사야서 35장 5절, 6절에서 오실 메시야께서 행하실 일에
대해서 예언한 내용과 같다.
한편, 앞절에서 '군중'에 해당하는 '호이 오클로이'(hoi ochloi; the multitudes; the
crowd)가 예수님의 기적에 대해 경이롭게 생각하고 놀라움을 고백했음에도 불구하고,
마태오 복음 9장 34절의 '바리사이들'에 해당하는 '호이 파리사이오이'(hoi pharisaioi;
the Pharisees)가 오히려 예수님을 '마귀 우두머리' 즉 '베엘제불'(마태10,25)의 힘을
빌리기 위해 그와 접촉하는 자로 모함한 사실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행하신 기적 자체에 대해 반박할 수 가 없게 되자
예수님께서 행하신 기적의 원천에 대해서 비방한 것이다.
같은 사건에 대해서 '눈먼 두 사람'( 마태9,31)이나 '군중'(마태9,33)과는 전혀
상반된 반응을 보인 이러한 사실을 제시함으로써, 마태오 복음사가는 '믿음'이란
객관적 사실에 대한 경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영적 자각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또한 마태오 복음 8장 1절부터 시작되어 마태오 복음9장 34절로 마무리되는,
메시야로서의 예수님의 신적 권능을 드러낸 9가지 기사에 대한 바리사이들로 대변되는
이스라엘의 종교 기득권자들의 반응을 총체적으로 기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