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건의 전지적 토지관점]복이 들어오고 화를 피하는 풍수지리는?
주거의 형태가 전통 한옥이나 단독주택이 아닌 아파트로 변했다. 20~40대 100명에게 주거공간을 선정하는 데 있어 풍수를 의식하는지 질문을 던져 본 결과 집을 구하면서 풍수까지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집 근처에 공원이 있거나 물이 가까우면 좋겠다 등 환경의 개념으로 접근할 뿐이었다. 그나마 집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내부 인테리어에서 풍수적인 지식을 조금 공부해서 가구배치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토지와 주택을 중개하며 많은 땅을 밟아보고 아파트, 전원주택 할 것 없이 들어가보면 각각의 장소마다 다른 기운이 느껴질 때가 있다. 눈에 보이는 특별한 게 없지만 마음이 편해지는 곳이 있는 반면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곳도 있고 불편하게 만드는 장소도 있다. 이렇게 느껴지는 것들을 정리한 것이 풍수지리학일 것이다.
지금도 고위공직자나 재계인사들은 주거지나 사업터전을 고를 때 풍수지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필자는 풍수전문가는 아니지만 부동산을 공부하다 보니 풍수지리학에서도 생각보다 흥미로운 내용들을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복이 들어오고 화를 피하는 토지의 풍수적 유형들과 주택의 위치 그리고 그 내부 인테리어 풍수를 살펴보자.
풍수지리 지식은 없어도 배산임수란 말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지세’라는 뜻으로 주택이나 건물을 지을 때 이상적으로 여기는 배치다. 주택 뒤의 산이 생기를 불어넣어주며 앞의 물은 그 생기가 더 이상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막아준다. 4대문명도 모두 강에서 시작 되었듯 자연적으로도 집 가까운 곳에 물이 있어야 식수를 얻기가 편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또 뒤에 산이 있으면 그 산을 통한 식량 채취가 가능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집터로서 선호된다. 따라서 배산임수는 꼭 풍수에서만 다루는 것으로 보기엔 어렵지만 사람이 사는데 있어 살기 좋은 명당의 근본이 된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집터로 으뜸으로 꼽히는 ‘금계포란형’은 황금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의 길지로 유명 기업가 회장들이 사는 집터에 꼭 빠지지 않는 형태다. 주변 지형이 집터를 포근하게 품은 듯한 모습으로 비교적 흔하게 쓰는 표현 중 ‘좌청룡 우백호’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는 지형이기도 하다. 길지 중의 길지로 꼽히며 금계포란형의 토지는 본인 뿐만 아니라 자손들에게도 그 발복이 이어지며 큰 인재가 탄생한다고도 한다.
경제적 관점이든 생활의 관점이든 풍수지리학에서도 토지는 기운을 뿜어내는 생기, 생명의 원천이 되며 주택의 기반이 된다. 그러나 풍수가들은 좋은 토지가 있어도 거주하는 집의 공간이 이상하다면 기가 흩어질 수 있다고 한다. 주택의 관점에서 풍수적으로 조심하거나 내부 인테리어에서 확인해야 할 사항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큰 도로가 주택보다 더 높은 위쪽에 놓여 있으면 안 된다. 집 위로 다니는 차들의 소음과 오염물질들로 인해 집이 생기를 잃게 된다고 한다. 내부에선 현관이 가장 중요하다. 현관은 그 집의 얼굴이다. 옛 집으로 치면 대문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현관이다. 대문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집 안의 재물운과 더불어 가족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관 문은 녹이 슬지 않게 해야 한다. 현관문이 녹슨 것은 곧 가세가 기운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관 앞 청소는 깨끗하게 해주고 조명 역시 밝은 것으로 해주는 것이 좋다.
거실은 현관을 통해 들어온 기를 각 방으로 공급하는 중심점이 된다. 옛 집으로 친다면 거실은 한옥의 마당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거실의 핵심요소는 환기다. 집 안의 오염된 공기를 바깥의 쾌적한 공기로 바꿔줘야 집안의 모든 것들이 생기를 찾을 수 있다. 거실에 스탠드 조명을 환하게 켜주면 집 안의 음기가 사라진다고 한다.
부엌은 집안의 동쪽에 위치하는 것이 좋다. 반대로 북동방이나 남서방에 있으면 안 된다. 이 방위는 귀신이 드나드는 길이라 해 이곳에 더러운 물이 있으면 부정을 탄다고 한다. 현대적으로 해석해도 이 위치는 습기가 차고 물이 잘 마르지 않아 위생적이지 않다. 식탁 위에는 둥글고 밝은 조명을 둬야 가족 간에 화목 운이 증대되고 행복한 식사가 된다.
안방은 좋은 잠자리의 핵심이 되는 공간이다. 안방은 남에게 침범되지 않는 공간이어야 하며 앞 쪽보다는 안쪽이 좋고 현관에서 바라봤을 때 바로 보이는 곳보단 앞이 조금 막혀있는 곳이 좋다. 침대는 방문을 조금 열었을 때 침대가 모두 바라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 문을 기준으로 머리 방향이 문 쪽에 있는 것 또한 살기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고 한다.
풍수는 보이지 않는 기라고 하지만 생각보다 생활과 밀접하다고 느껴진다. 풍수지리는 사실 내 생활공간을 더 편안하고 밝게 만들 수 있는 내용들이다. 따라서 풍수를 마치 미신처럼 여기고 맹목적으로 믿으려고 하기 보다는 내 생활공간을 편안하게 만드는 가이드 북처럼 공부해도 좋을 것 같다.
스포츠서울, 성호건 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