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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염화실 원문보기 글쓴이: 無相行
12월22일 도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만약 부처가 되고자 한다면 일체불법을 모두 다 공부하지 말라. 오직 본래로 구할 것 없고 집착할 것이 없음을 배우라. 學道人 若欲得成佛 一切佛法總不學 唯學無求無着 학 도 인 약 욕 득 성 불 일 체 불 법 총 불 학 유 학 무 구 무 착 - 전심법요, 황벽 희운 ............. 사람들은 불교를 믿고 공부하고 수행하는 목적을 저마다 여러 가지로 표현한다. 혹자는 성불(成佛)이라고도 하고, 혹자는 중생을 교화하는 보살행이라고도 한다. 또는 죽음을 면하는 생사 해탈이라고 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보살행이든 생사 해탈이든 성불을 하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성불이 목적이라고 하는 편이 정답에 가장 가깝다. 장구한 불교 역사의 산맥에서 황벽 선사는 그 높이가 얼마인지 알 수 없는 대단히 높은 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임제 선사와 같은 희대의 인물을 길러낸 사람이기도 하다. 불교 사상이 발전과 진보를 거듭했다지만 아직은 황벽 선사와 임제 선사를 뛰어 넘지 못하고 있다. 황벽 선사는 『전심법요』에서 불교의 지상 목표인 성불에 대해 매우 명쾌하고도 정곡을 찌르는 가르침을 준다. '도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는 말에서 도(道)는 불교의 최종 목표인 성불이며, 해탈이며, 열반이며, 불도(佛道)며, 깨달음이다. 황벽 선사는 그러한 도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만약 부처가 되고 싶다면 일체 불법(佛法)을 공부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불교의 거의 모든 가르침은 성불하기 위한 방법들이다. 방편에는 사성제(四聖諦)· 팔정도(八正道)· 십이인연(十二因緣)· 육바라밀(六波羅蜜)· 참선 · 기도· 간경(看經)· 염불· 주력(呪力) 등 많은 것이 있다. 사람들은 그와 같은 방법을 통해 수행해야만 부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황벽 선사의 말은 어떻게 되는가? 도대체 부처는 무엇인가? 황벽 선사의 가르침대로 간단히 표현하면 부처란 사람들의 본래 모습이다. 아무것도 더 보탤 것이 없는, 이미 존재하는 그 모습 그대로가 완전무결한 부처님인 것이다. 현재의 인간 그대로가 완전한 부처이지만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뭔가 새롭고 다른 모습의 부처를 상상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부처라는 사실을 이해하든 못 하든 사람은 그 자체로 원래부터 부처이다. 고려청자를 알아보고 국보로 지정하여 박물관에 진열해 두든지, 아니면 그 가치를 몰라보고 시골구석에서 개 밥그릇으로 사용하던 고려청자도 언제나 고려청자이듯이. 예컨대 갓 태어난 어린아이도 사람이며 80, 90 된 노인도 사람이다. 눈이 하나 없어도 사람이며 다리가 하나 없어도 사람이다. 지극히 선한 사람이나 극악무도한 악한 사람이나 건강하거나 몹쓸 병에 걸렸거나 어떤 외적인 차이가 있어도 모두 사람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는 동일하다. 이것은 어느 나라에서든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이든지 부처라는 점에서 모두 똑같다. 계(戒)를 지키거나 파계를 하거나 불교를 알거나 모르거나 아니면 불교를 사탄이라고 비방하는 사람까지도 모두가 부처님이다. 수행의 덕화(德化)가 매우 높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도 실은 똑같은 부처님이다. 모든 사람이 본래로 이미 다 갖추고 있는 무한의 생명과 공덕과 복덕을 생각하면 석가와 일반인의 차이도 있으나 마나 한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황벽 선사는 "성불하고자 하거든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서 더 이상 공부하지 말라. 누구든 자신이 아닌 밖의 것에 집착하지만 않는다면 이미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완전무결한 부처님이다."라고 한 것이다. 인간 개개인이 이미 갖추고 있는 부처의 존엄성을 서로 이해하고 인정하고 존중하고 찬탄하는 길만이 세계평화의 열쇠이며 인간불교(人間佛敎) 시대의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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