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Fou Renewal - 이 거리가… 괜스레 포근해져온다.
꿈을 엮은이 Le Chat Magique..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으응, 그냥 뭐 사실대로 말했더니 때리더라구.”
그와 나눈 대화는 대부분 내가 그로 하여금 그의 이야기를 하도록 하였고, 쓸데없는 지식만 잔뜩 있는 머리로는 이야기 거리가 될 만 한 것을 찾지 못했다. 그의 이야기는 대부분 자신의 주변 이야기 같은 것으로, 다만 이해 할 수 없는 단어가 가끔씩 나오는 바람에 중도에 자꾸 물어봐야 한다는 게 미안했다. 그런 부분은 대게 ‘이런 느낌이다.’ 라는 것은 느껴지는데, 정확히 그것의 정체를 모르는 애매한 거라, 기껏 그에게 물어봐 놓고서는 ‘아아, 그거 나 알아.’라는 말이나 하고 앉아있다. 이렇게 귀찮게 하는 데도 그는 아무런 기색도 없이 그저 웃고 있을 뿐이다. 정말 착하고 자상한 사람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내가 너무 단순한건가? 난 식탁 밑에 모으고 있던 팔을 올려 탁자 구석에 올려두었다. 그와는 계속 되는 대화에 잠시 짬이 생겼고, 나름대로 유리로 만들어진 창 밖을 바라본다던가, 식당안의 정돈된 풍경을 바라보기도 하였다. 이미 식사는 끝나있었고, 여러 가지 빈 접시들이 서로의 앞에 놓여있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탁자는 원목으로 되어있었으며, 수축과 팽창을 최소화한 방법으로, 상판을 여러 쪽으로 나누고, 결 방향을 바꿔서 붙이는 방법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나름대로 머리를 쓴 것처럼 보이지만, 마감의 부실로 인해서 약간의 오돌토돌한 면이 보였다. 물론 이러한 생각은 이제 익숙해진 나의 이상하리만치 발달한 지식에 의한 것일 뿐이었다. 원목의 재질은 중 상급정도에, 연결 부위가 어떻다는 식의 생각까지 진행되었을 때쯤에는 자기 자신도 감당 못할 정도로 생각이 부풀려져있었다. 어지러움에 머리를 약간 흔들고는, 자신의 앞에 있는 이 남자를 바라보았다. 암갈색의 짙디짙은 눈동자와 선명하게 구별되어있는 새까만 동공, 약간은 푸르다 할만한 흰자위, 코는 약간 높았으며, 전체적으로 날카롭게 생긴 인상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언제나 웃고 있는 상이어서 그리 차갑다는 느낌 보다는, 그저 사람 좋게 생긴 얼굴이었다. 게다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얇은 안경을 쓰고 있었다. 순간 의문이 들어 그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그 안경…….”
그는 내가 그를 바라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내 얼굴을 멀뚱히 보고 있다가는 내가 입을 열자, 바로 대답하였다.
“으응, 아까 메뉴판이 안보여서 쓴 거야.”
그는 안경의 콧대 부분을 잡고 그것을 벗었다. 그리고 자신의 바지주머니를 뒤지더니, 이내 푸른색의 천을 꺼내어 그것을 닦았다. 손가락을 놀려 동글동글 돌리는 모습이 참 익숙하다. 의외로 안경을 벗은 모습도 어색하지 않았고, 특별히 안경으로 인해 눌리거나 한 부분도 느껴지지 않았다.
“안경이 특이하게 생겼어.” “아아, 이런 모양 말야?”
그는 자신의 안경테를 집게손을 하고는 집어서 앞으로 내밀었다. 그의 안경은 보통 안경의 삼분의 일정도 되는 렌즈를 가지고 있었는데, 투명한 렌즈에 장난스런 웃음을 짓고 있는 그의 얼굴이 굴절되어 보인다. 얇게 두른 안경테가 렌즈의 윗부분만을 감싸고 있었고, 얇은 낚싯줄로 렌즈의 밑 부분을 받치고 있었다.
“설마 기억 안 나는 거야? 이거 네 거야.”
그는 당연하다는 투로 내게 말했고, 나는 잠시 당황했다. 나로서는 절대 이해되지 않는 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나…, 눈 좋은 걸.” “지금은 그래. 미래에도 그러리란 보장은 없잖아? 나빠지면 그때 줄께.”
그는 어지럽다는 듯이 자신의 안경을 접고는 관자놀이를 눌렀다. 접히는 테는 그리 흔하지 않은 타입이었다. 적어도 지금에는.
“기분 나쁜 소리네, 눈이 나빠질 거라니. 그보다 네 안경 아닌 거 막 써도 되는 거야?”
“…난 너와 시력이 똑같게 되도록 설정되었으니까. 어쩐지 아까부터 어지러운 이유는 이거였군.”
그는 접은 안경을 도로 품속의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의 복장은 당연하게도 아까와 다름이 없는 검은 정장 안의 흰 셔츠였고, 나또한 변함없이 자주 빛의 옷을 입고 있었다. 그의 말로는 ‘교복’이라는 물건이라 했다. 자세히 보니 그의 옷 안에 목에 걸린 두개의 검은 줄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의 끝에는 동그랗고 납작하게 생긴 무언가가 달려있었는데, 한 면은 검고 부드러운 솜으로 쌓여있었고, 다른 한편은 반짝거리는 은빛을 하고 있었다. 특이한 목걸이네.
“이만 갈까?”
그가 갑자기 말을 걸어왔고, 꽤나 오랜 시간의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와 있으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게 된다는 것을 실감하는 것 같았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자신들이 먹고 남긴 음식의 잔해를 바라보다가는 웃었다.
“좋아요.”
그는 내 웃음을 보고는 잠시 굳어있는 듯 하다가는 ‘그, 그래.’라는 어색한 말을 남긴 채 나를 이끌어 밖으로 나섰다. 그의 얼굴에 약간의 열이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면, 착각이었을까? 나도 왠지 귓가가 뜨거워져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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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먼저 밖으로 나와 있었고, 그는 계산을 한 뒤에 가게의 문을 나섰다. 그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녀는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위쪽으로 차가는 배의 모양을 닮은 달이 담겨있었다.
“에테는 뭘 하고 싶었어?”
모처럼 그녀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밤공기가 유난히 찼기에 그는 자신의 겉옷을 벗어 그녀에게 걸어주었다. 그녀는 ‘아, 괜찮아.’라고 하려는 목소리가 기어 들어가 버리는 바람에, 졸지에 수긍해버린 듯이 넘어가 버렸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의 소심함을 원망했다. 그의 겉옷은 그렇게 두꺼운 편이 아니었지만, 뭔가가 잔뜩 들어있는 듯 묵직했고, 따뜻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그의 따뜻한 마음도 들어있다는 생각을 해버릴 정도로.
“……글쎄. 너는?”
그의 반문에는 ‘별로 생각해 본적 없어.’라는 느낌이 강했고, 그녀는 그런 그를 장난스레 바라보았다.
“아, 싫다~. 내가 먼저 물어봤는데에~. 으음, 난 화가가 되고 싶었어.”
그녀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평범한 사람….” “에?”
그의 중얼거림에 그녀는 본능적으로 반문했다. 뜬금없이 ‘평범한 사람’이라니.
“난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었어….” “꿈이 참 독특하네.”
그녀는 달리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뭐라 격려할 말도, 뭐라 다그칠 말도 떠오를 리가 없었다. 꿈이 ‘평범한 사람’이라면.
“평범하게 태어나, 평범한 몸을 가지고, 평범한 배경을 가진 채,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고, 평범한 꿈을 꾸고, 평범한 망상도 하고, 평범하게 친구를 사귀고, 평범하게 사람들 사이에 섞이고, 평범하게 평생의 일을 갖고, 평범하게 반쪽을 만나, 평범하게 연애하다가, 평범하게 죽고 싶거든.” “…….”
그의 말은 아무런 감정도 없이 들으면, 따분한 얘기에 불과하겠지만, 그의 말투와 느낌, 그리고 풍기는 분위기는 그의 절실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왜 그렇게 평범해지고 싶은데?”
그녀는 잠시 의문이 들었다. 그가 ‘평범함’을 추구하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비참해. 특별하다는 거…, 그다지 좋은 기분 아냐.”
그는 뭔가 자신의 목에 걸려있던 특이하게 생긴 목걸이를 자신의 귀에 걸었다. 양쪽 모두를 걸었음을 확인하고는 왼쪽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그리고 뭔가 하는 듯 하더니 낮은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선가 새어나오는 듯하게. 그의 귀에 은빛이 빛났다. 그는 그중 하나의 은빛을 그녀의 귀에 주었다. 그녀는 갑자기 자신의 귀에서 음악이 들리자 놀라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받아들이고는 그의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그곳에서는 여러 가지 음이 한데 어우러진 하나의 음악이 들려왔는데, 모두 악기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하모니로, 그녀로써는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랫말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녀는 알 수 있었다. 그 노래에는 그의 소망이, 그녀의 소망이 모두 들어있다고, 이 거리위의 우리를 위한 거라고.
내가 그곳에 잠들었던 것만큼.
여태껏 아무런 감정 없이 걷던 이 검은 거리가, 오늘 따라 괜스레 포근해져온다.
리뉴뉴뉴얼~ 5화인건가요.
아하핫.. 제목에는 IV라고 썻지만.. 0이 엄연히 있으니 5화인거죠;
저번 편에 꼬릿말 써주신 '히데바이러스'님, 'c.e. 마녀'님 감사합니다!
흐음.. 이번편은 그다지 르샤마지끄의 포스가 첨가되지 않아서 그런지 의욕 부족입니다. 우후후.. 그리고 안경이라든지, 유리라든지, 원목탁자의 공법이라든지
분명 안경은 17세기 가량일거고, 유리는 중세라기 보다는 근세일거고, 원목탁자의 공법은 정말 최근의 것입니다;(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특히 안경이래봤자.. 한쪽눈 안경이라던지, 접히지 않고 콧대가 없는 안경같은게 있었겠죠..
우후후.. 게다가 마지막에는 MD(때에 따란 MP3 일수도)까지 등장하다니..
도대체 세계관이 어떻게 돌아가는 걸까나..(사실은 의도입니다;;)
중세에 흘러들어온 미래의 기술, 그로인해 벌어지는 초서사뒤죽박죽 판타지. 그게 바로 LFR(La Fou Renewal),,;;(털썩) |
IACTA ALEA EST |
첫댓글 세계관, 잘못하면 이야기가 거꾸로 돌아간다는.....
대부분이 중세 유럽[아마도]을 세계관으로 쓰니까...안 정해도 그 쪽으로 가는 것 같은 느낌...;; 어쨌건 건필하세요~
저번 버전보다 더 사이가 좋은데요? 이건 작가의 사정 때문일까나?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