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라는 스포츠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의견들이 분분하겠지만 "축구공 하나와 땅, 그리고 같이 할 사람들만 있으면 언제든지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이기에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다는 의견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실제로 축구는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는' 스포츠이기도 하지만,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스포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5부 리그, 심지어는 7부 리그까지 방대한 축구 인프라를 자랑하는 유럽의 상황은 차치하더라도, 일요일 아침만 되면 삼삼오오 몰려 축구 경기를 즐기는 우리나라의 '조기 축구회'만 생각해도 이러한 명제는 쉽게 증명될 수 있을 것이다.
Show Me The Money!!!
그러나 언젠가부터 이렇게 순수했던(?) 축구라는 스포츠에 '돈'이라는 자본주의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가 스며들면서, 당초의 순수한 의미는 적지 않게 퇴색된 부분이 없지 않다. 많은 축구 선수들은 '돈'이라는 존재 때문에 유럽으로 몰려들고 있으며, 이 때문에 좋은 선수들이 유럽으로 몰리고 다시 유럽 리그의 질이 한 단계 상승되는 구조가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왜 유럽의 리그들이 전 세계적으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느냐?"라는 물음에, '돈'이라는 이유가 전부는 될 수 없어도 상당 부분의 이유를 차지하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물론 자본주의와 프로가 '돈'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법이기는 하지만.
최근 축구 클럽의 재정 상황을 분석하여 보고하는 것을 주업으로 삼는 '딜로이트'의 보고에 따르면, 03/04 시즌을 기준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가 총 1억 7,100만 파운드 가량의 매출액을 기록해 세계 최고의 '부자 구단'으로서의 위상을 과시하였다. 가히 천문학적인 수치임에 틀림없으며 이것은 유럽 축구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단적으로 증명해주는 사례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이러한 매출액은 '그 많은 축구 클럽 중' 20위를 차지한 아스톤 빌라의 총 매출액(5,590만 파운드)에 '세 배'에 다다르는 수치이니 말이다. 그리고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더욱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러한 매출액 수치는 입장 수입, 스폰서 수입, 경기장 부대 수입 등의 부분도 있겠지만, 여전히 많은 클럽들의 재정은 리그에서의 TV 중계권료와 UEFA에서 주관하는 유럽 대항전에서의 상금과 중계권료에 의존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럽 클럽들의 '빈부격차'는 더욱 더 그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03/04 수입 수치를 볼 때, 상위 9개팀 중 8개팀이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진출했던 팀들이며 올 시즌에는 상위 10개팀이 모두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진출하여 있다. '돈 잔치'의 수혜자들인 이 상위권 팀들이, 다음 시즌 매출액 순위에서 다시 상위권에 올라있는 것을 상상하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잉글랜드의 분전, 독일의 약세
물론 이번에 '딜로이트'가 발표한 수치는, 클럽들의 순수익이 아니라 단지 "매출액"에 기초한 수치이므로 이 순위가 클럽들의 '건전한 재무 상태'를 반영하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아무리 많은 수입을 올린다고 하더라도, 운영비와 연봉 등 클럽의 지출이 이러한 수입 보다 더 많다면 그 팀의 재무 상태는 건전하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2002년 순위에서 리즈 유나이티드는 총 9,200만 유로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16위에 올랐지만 수입을 훨씬 초과하는 지출을 기록하여 막대한 부채를 짊어지고 있었던 그들의 재무 상황을, '전 세계 클럽 중 16위'라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클럽들의 건전한 재무 상태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소가 '매출액의 정도'임을 감안할 때, 이러한 면에서 지난 시즌은 잉글랜드 프리미어쉽의 약진이 두드러진 시기였다. 막강한 TV 중계권료와 스폰서 비용, 그리고 해외 판권 등을 통해 엄청난 부를 획득하고 있는 가운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1위 자리를 수성한 것을 비롯, 첼시(4위, 1억 4,370만 파운드), 아스날(6위, 1억 1,150만 파운드), 리버풀(10위, 9,230만 파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11위, 9,050만 파운드), 토튼햄 핫스퍼(14위, 6,630만 파운드), 맨체스터 시티(16위, 6,190만 파운드), 아스톤 빌라(20위, 5,590만 파운드) 등 20위권내에 총 8개팀을 올려 놓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스코틀랜드 리그까지 포함하여 '영연방'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20개팀 중 절반에 이르는 10개팀을 20위권 안에 올려놓고 있다. 이탈리아가 5개팀, 스페인과 독일이 각각 2개팀을 올려놓은 것에 비하면 절대적으로나 상대적으로도 많은 수치임에는 틀림없다.
'딜로이트'는 앞으로도 잉글랜드 클럽들의 재정적 수입 규모가 더욱 더 높아질 것이라 예측하며, 05-06 시즌에는 잉글랜드 팀들이 상위 3위까지를 독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8년 연속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세계 최고의 부자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물론, 6만여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경기장을 건설하고 있는 아스날, 그리고 전년에 대비해 무려 62%의 수익 향상을 낸 첼시의 수입 규모 상승세가 가파르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리그의 '부자 구단'들의 수익도 향상되는 추세에 있지만, 이 세 팀의 수익 상승세는 나머지 리그의 빅 클럽들에 앞서있다는 것이 이러한 예측을 뒷받침해 준다.
독일 클럽들도 전반적으로는 수입이 상승 추세에 있는 것은 확실하다. 키르히 미디어의 파산으로 막대한 중계권료 타격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의 관중 동원력과 스폰서 수입의 증대 그리고 클럽들의 자구 노력으로 최근 몇 년간 계속해서 3~5% 가량의 수입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상위권 팀들의 매출액은 워낙 유럽 대항전 성적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최근 몇 년간 유럽 클럽 대항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던 20위권 팀들의 순위는 다소 떨어졌다.
바이에른 뮌헨은 전년에 1억 6,270만 유로의 수입을 내어 5위에 올랐고 03/04 시즌에는 1억 6,630만 유로의 수입을 올려 약간 수입이 상승됐지만 순위는 9위로 떨어졌다. 01/02 시즌 3위를 기록한 이래, 계속해서 순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최근 바이에른 뮌헨이 몇 년간 그들의 '가장 큰 밥 줄'인 챔피언스리그에서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에 기인한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지난 시즌 대외컵에서 실족을 거듭한 샬케는 9,140만 유로의 수입을 올려 전년에 비해 약 2천만 유로 가량 매출액이 떨어졌으며, 이에 따라 14위에서 17위로 순위가 하향 조정됐다.
참고로 아래는 '딜로이트'가 발표한 유럽 축구 클럽 매출액 순위이다. 단위는 100만 파운드이며, 괄호안은 작년도 순위이다.
1 (1)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 £171.5 million
2 (4)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 £156.3 million
3 (3) AC 밀란(이탈리아) - £147.2 million
4 (10) 첼시(잉글랜드) - £143.7 million
5 (2) 유벤투스(이탈리아) - £142.4 million
6 (7) 아스날(잉글랜드) - £115.0 million
7 (13) 바르셀로나(스페인) - £112.0 million
8 (6) 인터 밀란(이탈리아) - £110.3 million
9 (5) 바이에른 뮌헨(독일) - £110.1 million
10 (8) 리버풀(잉글랜드) - £92.3 million
11 (9) 뉴캐슬 유나이티드(잉글랜드) - £90.5 million
12 (11) AS 로마(이탈리아) - £72.0 million
13 (18) 셀틱(스코틀랜드) - £69.0 million
14 (16) 토튼햄 핫스퍼(잉글랜드) - £66.3 million
15 (15) 라치오(이탈리아) - £65.8 million
16 (-)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 £61.9 million
17 (14) 샬케 04(독일) - £60.5 million
18 (-) 마르세이유(프랑스) - £58.3 million
19 (-) 레인저스(스코틀랜드) - £57.1 million
20 (-) 아스톤 빌라(잉글랜드) - £55.9 million
도르트문트, 생존의 위협을 느끼다
02/03 시즌에는 20위권안에 들었지만, 03/04 시즌에 20위권 밖으로 밀려난 팀은 총 네 팀이다. 12위를 차지했었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 리즈 유나이티드(잉글랜드, 15위), 올림피크 리옹(프랑스, 19위), 그리고 발렌시아(스페인, 20위)가 그들이다. 이 중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하차'에 상당한 의문점을 가지고 있을 팬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클럽이 발표한 도르트문트의 재정 상황 보고를 보게 되면, 이러한 것은 의문점을 넘어 놀라움과 충격으로 바뀌게 된다.
최근 계속된 재정의 압박을 받고 있었던 도르트문트가 클럽 하우스에서 주주들과 팬들에게 공개한 재무 보고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2004년 하반기에 기록한 도르트문트의 순손실은 무려 2,720만 유로이고, 04/05 시즌에 기록할 순손실은 총 6,880만 유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게 되면, 2005년 6월 기준으로 도르트문트의 누적된 총 부채는 1억 7,950만 유로에 이를 것이라는 게 클럽의 발표. 사실상 '파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이러한 클럽의 발표 직후, 도르트문트 주식의 가격은 무려 25% 이상 폭락해 주당 2유로 밑으로 떨어졌다.
물론 이러한 사태에 있어서 도르트문트가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기에, 클럽은 사태 해결을 위한 해결책 강구에 분주한 모습이다. 3대 채권단과 계속된 협상을 벌이고 있는 도르트문트는, 그들의 홈 구장 베스트팔렌 슈타디온을 개조하는 데 있어서 투자자들의 동의를 얻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며 아직까지 'Yes' 여부를 밝히지 않은 나머지 주 채권단들의 설득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도르트문트는 06/07 시즌까지 '지불 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하고 선수들의 연봉 지급을 위해 외부에서 돈을 빌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워낙 부채 규모가 크다보니, 이러한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로만 아브라모비치와 같은 '슈가 대디'가 나타나는 등의 획기적인 진전이 없다면, 도르트문트를 다음 시즌에 1부 리그에서 볼 수 있을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1부 리그에서 뛰기 위한 라이센스를 획득하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이 정도 부채 비율을 가지고는 1부 리그에서 뛸 수 있는 자격을 갖출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치 피오렌티나가 그랬듯이, 도르트문트라는 분데스리가의 '거인'이 3,4부 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럴 경우, 선수단은 공중분해되고 결국 도르트문트라는 구단은 영원히 일어서지 못 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파산'에 직면하게 될 경우, 이것은 도르트문트 뿐만 아니라 독일 분데스리가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줄 전망. 1,2부 리그를 20개팀으로 확대하자는 제안이 구체적으로 현실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거인' 도르트문트의 'KO'는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도 이리저리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 확실시 되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매각 후 임대'라는 방법을 생각해 놓고 있긴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영원히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라는 이름은 사용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미 독일의 유력 축구 전문지 'Kicker'에서는 "FC Dortmund"라는 명칭을 물망(?)에 올린 바 있다.
유럽의 4대 리그 중 프리미어쉽과 함께 건전한 재무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았던 분데스리가의 이미지 타격도 큰 손실이 될 전망. 2002년 중반을 기준으로, 분데스리가 클럽들이 가지고 있는 총 부채는 약 5억 유로로 평가 받았으며 이것은 공히 20억 유로 이상의 부채를 안고 있었던 스페인 리그와 이탈리아 리그의 1/4 밖에 되지 않는 수치였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피오렌티나, 라치오, 파르마 등 여러 클럽들이 재정난으로 위기를 겪을 때, 분데스리가는 상대적으로 조용히 한파를 이겨냈던 것도 사실. 카이저스라우턴이 잠시 위기를 겪은 바 있었지만, '강제 강등' 조치와 같은 충격적인 징계까지 이르지는 않았었다.
원인은 부상???
그렇다면 도르트문트가 현재 이러한 상황에 이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83,000 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베스트팔렌 슈타디온을 홈 경기장으로 삼고 있는 도르트문트, 그리고 유럽 최고의 관중 동원력을 자랑하는 도르트문트, 바이에른 뮌헨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스폰서 수입을 올리고 있는 도르트문트. 그러한 도르트문트가, 왜 '파산 직전'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짊어지게 된 것일까?
2000년 분데스리가 클럽으로는 최초로 그들의 주식이 상장된 이후, 도르트문트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90년대 중반의 영광을 되찾고자 동분서주하는 모습이었다. 97년 챔피언스리그 우승 이후, 도르트문트는 90년대 후반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하며 자존심의 흠집을 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자금력을 바탕으로 도르트문트는 과감한 투자를 시작하기에 이르렀고, 2000년 이후 도르트문트가 영입한 선수들의 면면은 가히 화려하다는 말 밖에 쓸 수 없을 정도였다. 물론 프레디 보비치, 토어스텐 프링스 등 지금은 다시 다른 클럽을 찾아 떠난 선수들도 많지만, 토마스 로시츠키를 시발탄으로 현재까지도 분데스리가 최고 이적료 기록으로 남아있는 아모르조, 얀 콜러, 에웨르톤, 세바스티안 켈 등 그 능력을 검증받은 최고의 선수들을 끌어모은 것이다. 고작 1-2년간의 이 짧은 시간에, 도르트문트가 뿌린 이적료는 약 6,000만 유로에 달하며 선수들에게 정상급 연봉까지 제시하였던 도르트문트의 지출 규모는 크게 확장되었다.
이러한 투자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기에 이르렀다. 도르트문트는 2002년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하였고, UEFA 컵 준우승을 따내며 다시 한 번 도약의 기회를 맞이하였다. '돈 잔치'라고 불리는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확보한 것은 특히 독일 클럽에게는 더더욱 '꿀'같은 선물이었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인구수를 자랑하는 독일이기에, TV 중계권료 수입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도르트문트의 상승세는 예상된 것이었고, 실제로 챔피언스리그 등에서 도르트문트는 바이에른 뮌헨, 바이어 레버쿠젠과 함께 독일의 자존심을 어느 정도 지켜주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유럽 정상의 팀으로 도약하려던 도르트문트의 원대한 꿈은 2003년부터 하반기부터 기울기 시작했다. 02/03 시즌 최종전에서 에네르기 코트부스를 홈으로 불러들인 도르트문트는 후반 중반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하며 1:1 무승부를 기록하였다. 이 것은 단순한 무승부의 의미가 아니었다. 도르트문트 재정난의 시발점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 경기에서 승리했다면 도르트문트는 바이에른 뮌헨에 이어 리그 2위를 차지, 자동으로 챔피언스리그 32강에 나설 수 있었지만 이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는 바람에 슈투트가르트에 추월을 허용하게 된 것이다.
3위로 떨어진 도르트문트는 챔피언스리그 3차 예선을 치르게 됐고, 설상가상으로 3차 예선에서 클럽 브뤼헤(벨기에)에 무너지며 챔피언스리그에서 도중 하차하게 됐다. 당시 원정 1차전에서 1:2로 패배했지만 홈 2차전에서 1:0 승리만 거뒀어도 원정 경기 다득점 우선 원칙에 의해 32강 리그에 진출할 수 있었던 도르트문트. 그러나 정규 시간에 승부를 내지 못하고 2:1을 기록했고, 결국 승부차기에서 무너진 것이다. 연장전에서 상대팀 선수 한 명이 퇴장당하고, 유효 슛팅수에서 12:5의 압도적인 우세를 기록했던 경기이기에 더더욱 허탈감은 컸다.
UEFA 컵으로 좌천된 도르트문트는 2라운드에서 프랑스의 쇼소에게 도합 1무 1패를 기록, 결국 UEFA 컵에서도 더 이상의 진군을 하지 못했다. 당시 도르트문트는 리그에 전념할 수 있는 입장을 들어 다음 시즌 다시 한 번 챔피언스리그에 도전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못했다. 분데스리가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베르더 브레멘이 도이치 마이스터 자리에 오르는 동안, 도르트문트는 보쿰에게 마저 밀리며 6위에 머물러 결국 인터-토토컵으로 좌천된 것이다. 역시 최종전에서 카이저스라우턴에 승리할 수 있었다면 UEFA컵 티켓은 확보할 수 있었지만, 무승부를 기록하는 바람에 보쿰에 UEFA컵 티켓을 내준 것이었다. 6위로 기회를 얻은 인터-토토컵 마저 도르트문트는 조기에 탈락함으로서 올 시즌 아무런 유럽 대항전에 나갈 수 없기에 이른다.
결과적으로 지출 폭은 그대로인 도르트문트가, 수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던 유럽 대항전 수익(중계권료와 상금을 포함한)이 없어지자 적자폭이 커지는 것은 당연했다. 이 와중에 도르트문트는 클럽 지출액에 약 80%에 이르렀던 연봉을 줄이고자 선수들에게 20% 연봉 삭감을 제시하여 우여곡절끝에 타결됐으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클럽의 적자폭을 이 정도 방안으로 줄일 수는 없었다. 결국 계속해서 적자가 누적되었던 도르트문트는, 2005년 6월이 되면 총 부채 1억 7,950만 유로를 짊어지게 될 '파산을 앞둔 구단'이 되고 만 것이다.
사실 멤버상으로 보면 도르트문트의 성적은 적어도 그들이 2년간 거뒀던 성적보다는 나아야했다. 아모르조 등 몇몇 선수가 팀을 이탈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전력상으로는 분데스리가 정상급의 팀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르트문트 라커룸을 휩쓴 '부상 열풍'은 도르트문트의 앞길을 정면으로 가로막았다. 새로운 주장으로 임명되었던 수비수 크리스토프 메첼더는 두 번의 아킬레스건 수술을 받으며 1년 이상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고, 에바니우손과 오토 아도는 무릎 십자 인대 수술을 받으며 1년 가까이 경기에 뛰지 못했다. 팀 전력의 핵심이라는 토마스 로시츠키는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려 도르트문트의 지속적인 근심을 샀으며, 최근 1-2년 동안 도르트문트의 거의 모든 선수들이 한 두번씩 크고 작은 부상에 신음하였다.
결국 선수단의 잦은 부상은 도르트문트 전력의 약화로 나타났고, 이러한 전력의 약화는 유럽 대항전에 참여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유럽 대항전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던 도르트문트 재정 구조에 한바탕 '지각 변동'을 일으킨 셈이다. 그리고 여전히 도르트문트는 선수단이 부상에 시달리고 있으며, 현재 리그 11위에 머무르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다음 시즌에도 유럽 대항전 수입은 기대할 수 없는터, 이리저리 근심만 깊어져 가는 상황인 것이다.
누구든지 '제 2의 도르트문트'가 될 수 있다
도르트문트와 '베스트팔렌 더비'를 벌이는 앙숙 샬케 04는 최근 철강 증시의 호조로 인해 팀 전체 운영 비용을 약 20% 이상 늘려잡았다. 그리고 늘어난 운영 비용에 발맞추어, 분데스리가의 정상급 선수들을 거액의 연봉을 미끼로 끌여들여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비공식적이기는 하지만, 샬케가 올 시즌 아일톤, 믈라덴 크르슈타이치, 마르셀로 보르돈 등을 영입하며 그들에게 제시한 연봉은 전 소속팀에서 받던 연봉의 약 2배가 되는 수치라는 분석이 흘러나올 정도다. 그리고 앞으로 샬케의 이러한 적극적인 '물량 공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도 마찬가지의 경우이다. 보루시아-파크의 개장 이후 늘어난 수입을 바탕으로, 더 많은 연봉을 지급하며 좋은 선수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클럽들이 명심해야할 것은 클럽의 장래 수입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다. 비록 지금 샬케가 리그 2위를 기록하며 바이에른 뮌헨과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지만, 도르트문트의 경우처럼 단 한 번의 '실족'이 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미로슬라프 클로제를 영입하는 데 있어 이적료와 연봉을 포함해 1,800만 유로가 필요했던 베르더 브레멘의 경우, 챔피언스리그에서의 향후 실적을 분석하여 은행에 대출을 신청하여 그의 영입을 완료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브레멘의 경우, 챔피언스리그에서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할 경우 다시 '빚더미'에 앉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실족을 어느정도 커버할 수 있는 자금력을 가진 팀은 분데스리가에서는 오직 단 한 팀, 바이에른 뮌헨뿐이다. 바이에른을 제외한 분데스리가의 모든 팀들은, 부채의 정도만 틀릴 뿐이지 언제든지 '제 2의 도르트문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독일에서만 통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많은 부채를 지고 있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클럽들이라든지, 재정 상황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프리미어쉽의 클럽들에게도 공통적으로 해당될 수 있는 이야기인 것이다.
클럽이 '파산 직전'이라는 발표가 난 이후, 도르트문트 선수단이 처음으로 가지는 경기는 바이에른 뮌헨 원정 경기이다. 뮌헨 지역에는 이미 많은 눈이 내려 경기장 사정이 좋지 않았지만, 바이에른 뮌헨 측은 도르트문트와의 라이벌전과 아스날과의 챔피언스리그를 대비해 이미 60,000 유로에 달하는 거금을 들여 경기장과 관중석, 지붕의 눈을 제거하였다는 소식이다. '부자 구단' 바이에른과 '초라해진' 도르트문트의 상황이 오버랩되는 순간일 것이다. 하지만 도르트문트의 선수단은 클럽의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선수단 자신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을 듯 하다. 부채를 탕감하기 위한 해결책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도르트문트의 부채가 해결되는 날은 선수단이 좋은 성적을 거둘 때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시대죠. 어디서나... 축구는 특히 철저한 계산이 없으면 운영이 더더욱 힘들어지는 세상이 되었고... 맨유의 경우, 재정을 산하회사에서도 벌어들이는 게 있지만, 다른 클럽은 그런 건 없는 것으로 압니다. 레알의 베컴처럼 확실하고 튼튼한 밥줄이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레알은 더 짜증납니다. 베컴같은 갈락
티코 앞세워서 어떻게든 돈만 벌어들이려고 하고, 일본이나 짱꼴라는 그런 베컴 앞에서 헬렐레하면서 돈 퍼주고... 완전히 다른 이야기지만, 북한에 돈 주는 것이야 같은 민족이니 그럴 수 있다고 밀어붙여서라도 말을 만들 수 있지만, 레알에는 그런 것도 없죠.) 이야기를 되돌려서, 천상 도르트문트는 살아남으려면
투자자에게 구걸에 가까운 부탁을 해서라도 지불유예를 받아내고, 일본이나 짱꼴라나 동남아 선수 데려다가 져지셀러와 스폰서 끌어서 그 돈으로 갚는 수 밖에는 없을 듯 싶군요. 선수파는 걸 부정적으로 보는 게, 같은 리그에는 팔기도 어렵고 타 리그에 팔려고 해도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어떻게든 깎으려고 들테니...
첫댓글 돌트문트 존내 최강이었는데..아...
어려운 시대죠. 어디서나... 축구는 특히 철저한 계산이 없으면 운영이 더더욱 힘들어지는 세상이 되었고... 맨유의 경우, 재정을 산하회사에서도 벌어들이는 게 있지만, 다른 클럽은 그런 건 없는 것으로 압니다. 레알의 베컴처럼 확실하고 튼튼한 밥줄이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레알은 더 짜증납니다. 베컴같은 갈락
티코 앞세워서 어떻게든 돈만 벌어들이려고 하고, 일본이나 짱꼴라는 그런 베컴 앞에서 헬렐레하면서 돈 퍼주고... 완전히 다른 이야기지만, 북한에 돈 주는 것이야 같은 민족이니 그럴 수 있다고 밀어붙여서라도 말을 만들 수 있지만, 레알에는 그런 것도 없죠.) 이야기를 되돌려서, 천상 도르트문트는 살아남으려면
투자자에게 구걸에 가까운 부탁을 해서라도 지불유예를 받아내고, 일본이나 짱꼴라나 동남아 선수 데려다가 져지셀러와 스폰서 끌어서 그 돈으로 갚는 수 밖에는 없을 듯 싶군요. 선수파는 걸 부정적으로 보는 게, 같은 리그에는 팔기도 어렵고 타 리그에 팔려고 해도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어떻게든 깎으려고 들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