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인가 싶더니 추위 상관 없이 어느새 한 해가 또 저뭅니다.
이미 나무 끝 마지막 낙엽도 부르르 털고 떠났지요.
아무래도 다음 주부턴 호들갑스런 망년이란 관례적 행사가 아니더래도
허둥지둥 끝마무리들로 바쁠 것 같아
누군가를 따로 청해 만난다면 금주 밖에는 안되겠구나 싶었습니다.
만나보고 싶은 사람들을 콕콕 한 분씩 사우나 탕 한 켠에서 펼쳐 보았습니다.
제 허물만큼이나 너무도 많더군요.
이 글을 올리는 이곳에도 필경 담겨져 있을 터 다시 제 허물이 아쉬움이 됩니다.
결국 저의 시간잃은 정점은 봐야만 매듭이 풀리고 마음이 흡족해질 것 같은
미련 남은 분들께 더 얹혀지더군요
생각따로 갈까 말까 망설임 끝 바로 이틀 전
전 그 미련남은 이미 저완 과거가 되어 현재로선
무관하다 할 그분들 중 한 일행을 찾아 나섰습니다.
작정을 하고 나선 길이라 집엔 회사 어느 분의 초상집에 회사엔 아주 절친한
친구네 초상집으로 향한다는 단호한 거짓에 휴가까지 내고 출발을 했습니다.
(전 올 한해 휴가를 다녀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만나 뵙고자 한 분들은 올 가을 제가 잠시 들린
어느 사이버 카페모임에서 만난 분들입니다
저의 부실로 그곳을 빠져 나온지라 뭐 다시 뒤돌아 본다하는 그런 정서가
유쾌하거나 산뜻한 것은 정녕 아니고
솔직히 그분들과의 과거시간의 공유점이란 것도 너무도 짧은 원체 부실하고
허술한 것들이라서 따지고 보면 깊이 있게 논할 바도 전혀 아닌데
그리 끌리는 마음 참 제 스스로도 알다가도 모르겠더군요.
여러분들은 사이버의 카페 만남에 어떤 의미를 주시는지요.
생각해보자니 참 우습기도 한 노릇입니다.
카페란 것이 제 경우 비싼 칵테일 하나 시켜놓고 음악에 취해 무드에 취해
때론 마담에 취해 그윽한 눈빛 내려깔고 붉은 카페트 위에 다소곳하게
때론 폼난 포즈로 앉아 즐기는 것이
제 필에 적당히 맞는 전부였는데
불과 몇 년전부터 너무도 뜻밖인 문화적 행위로서의
사이버 카페란 것이 등장하여 그것도 버젓한 안방 옆에서 칵테일 대신
영상매첼 벗삼아 zzz대신 ㅋㅋㅋ를 눌러대며 자리를 차지하고
음악에 문학에 없는 분야 없이 즐기고 있으니
과거엔 생각조차 못했던 것을 누군들 어찌 쉽게 논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선 어느정도 시간도 필요하겠지만
문화적 새 장르로서 요즘 단연 두각을 나타낸다 할 것임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다음카페 문학 코너만 들려봐도 아주 색 다릅니다.
많은 시인들이 카페의 주인이 되어 커피대신 음악 차를 내놓으며 시를 선보이며
창작의 느낌에 빠지게 합니다.
그 자리에 잠시라도 머물면 덩달아 반쯤 시인이 되고 맙니다.
이런 카페가 수만인 것을 얼마 전 알았는데
제 이름은 제대로 알 수 없으되 정팅 정모 등등으로 우의도 다지는 형국이고 보면
과거에 돈에 국한되어 흔했던 계모임이 다시 양적 질적으로 부활하여
이 나랄 모름지기 문화강국으로 번창하게 할 것이란 생각도 해봅니다.
제가 만나고자 하는 분들은 예순이 넘으신 원로 산악인과 그 카페의 주인집입니다.
그 나이드신 분은 참으로 그윽하게 황혼기를 맞는구나 싶어
찾고 싶은 충동이 저절로 일게 하는 분이시지요.
그런 감흥이 어찌해서 일어났을까요.
비록 얼굴도 모르고 삶의 속성 또한 제대로 살펴 볼 기회조차 상호간 없었지만
거짓 적은 동질화되는 기회가 주어지고 그런 동질성을 쉽게 나누기 때문
그런 것 아닐까요.
삶의 감정이 스스럼 없이 녹아드는 카페엔 득이 없어 그럴 필요조차 없을 터이니
설령 도둑놈, 강도라 한들 감정을 도둑질 할 리는 만무고
오히려 객담이라도 올린다치면 글을 생색나게 포장은 할지언정
거짓으로 그럴듯하게 꾸미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니 그러기도 쉽지 않겠고
혹 거짓을 사실인양 꾸미다 잘되면 소설화되는 희극도 맞을 터
이를테면 어느 경우 거릴 쏘다니다 화장실이 급했던 에피소드를 털어놓는다면
글 올리는 이 누군들 눈앞에 안보니 부끄럼 적고
그런 부끄럼 또한 늘 가까이 두고 사는 게
인생들인지라 억지 말 끼어 들 여지없이 거리낌이 쉽게도 사라지는 것
아니겠느냐 이런 말입니다.
더더욱 사는 맛 취미가 엇비슷하다면 말 할 나위 없는 호감과 정감이 되고 말겠지요.
실제 그 분들을 만나보니 참으로 정겹더군요.
저 심계님 아니세요..
처음 뵙는데도 한 눈에 알아보았습니다.
저 구름나그네 아니 블랙조 아니 참 조성원입니다.
이럴 땐 제대로 먼저 본명을 밝히는 게 도린데 죄송합니다.
낙동정맥 산행기 잘 봤습니다.
아 반가워요. 나그네님!
아이 성적은 잘 나왔수..
ㅎㅎㅎ
나그네님 술 좋아하는 것 같아서 하나 들고 나왔지...
참 그리고 저번 강매로 받았다던 멸치문젠 잘됐구요.
사무실에 그만 두어야 된다는 아가씬..
이쯤되면 왠만한 이웃사촌보다 훨씬 더 가까운 것 아니겠습니까.
이윽고 카페 주인집과도 조우했습니다.
웬 술은 엄청 마시게 되는 지..
이장희 LP판 좋지요
그럴게 아니라 기타로도 한 곡조
아니 엄청 잘하시네..가숩니다. 정말
과거 샌드페블즈 단원이었습니다.
어쩐 지..
작은형은 지금 저작권협회회장이에요.
청개구리 모임 벌써 세 번째 들렸습니다.
순간 순간이 모여 다시 그 시절이 되고 맙니다.
참으로 평소 모를 것도 많이 접하고 알게 되더군요.
나의 묵혀질 뻔한 속내도 듬성 듬성 터집니다.
미련남은 어느 이별은 되찾은 평온이 되었습니다.
이렇듯 만나서 즐겁고 돈 한푼 안들이고 서로간 마음을 열고
마음을 나눈다는 것 어디 다른 곳에서 이렇게 쉽지는 않을겝니다.
글이란 것이 참하다는 속성을 사랑도하고 아끼는 지라
사랑 행복 낭만 희망이란 낱말이 당연히 즐비하기 마련이고
각박한 현실에선 좀처럼 느낄 수 없는 미담이나 즐겁고 흐뭇한 삶의
쾌거 위로 추억 그리움이 글따라 자연히 따라오게 되어 있지요.
그러기에 마음을 나누면 더욱더 가까워지고 참해집니다.
그런 면에서 이런 카페에서의 기초적 발걸음은 댓글 달기입니다.
알아들었다 궁금하다 수고했다 등등의 마음열림에 대한 장단이
댓글 아니겠습니까.
솔직히 제가 불충한 것이 이 대목인데
부끄럼 무릅쓰고 올린 글 댓글 한토막에 얼싸좋네가 되는 것이지요.
최근들어 카페 내에 싸움 이른바 논쟁도 빈번한 것 같이 보이는 데
대개의 경우 절제되지 아니한 말, 배려하지 않는 마음,
과다한 집착욕구에서 기인합니다.
특히 여성분의 경우 과다한 집착 욕구가 화가 되고 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남성적 오만적 글의 뽐냄이나 괴시욕 못지않은 애정적 대리만족으로
귀착하기 쉬운 섬세한 여성분들의 감정의 절제 또한 중요하다 할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 사이버 카페 문화가 정착되고
깊이 생각하는 영혼들의 쉼터가 되기 위해선 이런 면에 대한 각별한
의식이 뒷받침되어야 하겠지요.
여러분! 우리 마음을 나누는데 모두들 동참합시다.
ㅎㅎㅎ
저만 빼고..
첫댓글 휴우~~~~~~~~~~~~~~~~~~헥헥~~~~~~~~네에~~~~~~~~~~~~~
공자왈 맹자왈 꼭 실천하여 훌륭한 카페 문화 맨드어 갑니다요
저 .... 반디언니랑 동일함돠
카페 생활 일년이 된 저도 느낀점과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적오산성님의 글 공감하며 잘 읽고 갑니다.
지송혀유 글이 길어서..
사이버카페 ..전 아직 낯설기만한대..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인맥을 만들어가는 자신감에 구경꾼처럼 소외감, 경외감 느끼며 놀랍고 존경스러울 뿐.. 나도 ..??? 적오산성님 부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