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Fou Renewal - 그와의 첫 입맞춤은 피 맛이 났다.
꿈을 엮은이 Le Chat Magique..
-화륵
촛대에 작은 불이 붙는 소리가 들리며, 서서히 방안의 램프에 불이 켜진다. 단지 문을 열었을 뿐인데, 자동으로 불이 켜지게 되어있었다. 간단한 조작에 의한 점등방식이었다.
“앉아.”
“으, 응.”
방 안의 구조는 좌우 대칭으로 되어있었는데, 간단하게 입구에서 바로 앞을 보면 창문이 보일 수 있도록 하였고, 양 옆에는 똑같은 직사각형 모양의 멋없는 침대가 있었으며, 간단한 가구가 놓여있었다. 렌은 좌측의 침대에 앉았고, 에테는 그 반대쪽에 앉았다.
렌은 그 쪽의 침대에 있는 검은 가방을 발견했다. 어디선가 본 듯이 낯이 익은 가방이었다. 그 희귀한 바퀴가 그녀의 기억을 더욱더 확실하게 증명해주었음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그 가방.”
“아아, 일단은 맡아 두겠다고 했었으니까….”
그는 그 가방을 들어 그와 그녀 사이에 놓았다. 자세히 보니 그의 작고 뚱뚱한 가방도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소년이 이곳에 왔었던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이상하게 생긴 철사 같은 것을 꺼내더니, 가방의 쇠붙이 부분에 넣고 뭔가를 찾는 듯이 몇 번 넣다 빼었다는 반복하였다. 아마도 그 가방의 자물쇠를 열려고 하는 것 같았는데, 당최 그녀는 열려고 하지도 않았기에 그곳에 자물쇠가 존재한다는 사실 조차 모르고 있었다. 너무도 정신이 없었으니까. 그녀는 꽤나 대충대충 열려고 하는 그를 바라보면서 핀잔을 주었다.
“바보, 그렇게 한다고 해서 열릴 리가….”
“빙고.”
그는 나름대로 밝은 표정을 지으며 꺼낼 때와는 달리 철사를 애물단지 모시듯이 주머니에 넣었다. 그의 환호성대로 가방의 자물쇠는 깨끗하게 열려 있었다.
“너 도대체….”
“취미야. 뭐든지 재미있었거든, 기술을 배운다는 것…. 옛날 얘기지만.”
그녀는 잠시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우연에 의한 것이라고 해도, 너무도 익숙한 모습으로 가방을 태연하게 열어버렸고, 선들선들한 웃음으로 ‘취미’라니, 차라리 ‘생업’이라고 했으면 더 설득력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그 가방 속에서 하나의 벨벳 주머니를 꺼내었고, 그것에는 무언가 들어있는 듯이 납작한 직육면체의 윤곽이 드러났다.
“이거 니거야.”
그는 그녀에게 난데없이 그것을 건네었고, 이제는 이런 ‘난데없는 황당한 사건’에는 나름대로 익숙해진 터라 선선히 받아들였다. 약간 묵직한 기분이 들지만 무겁다할 정도의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벨벳주머니 끝의 리본 매듭을 풀었다. 그녀의 예상대로 납작한 직육면체의 나무상자가 들어있었다. 기껏해야 손바닥에 들어갈 정도의 크기였는데, 두께는 약 손가락 한 두 마디와 비슷한 것 같았다.
“타로카드.”
그녀는 그 나무 상자를 열어보았고, 너무도 익숙한 그것의 뒷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너무도 잘 알고 있는 78장의 카드가 힘을 얻지 못한 채 그녀의 앞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녀는 손을 넣어 빼내기 편하게 파여져 있는 나무 상자의 틈으로 손가락을 넣었다. 애초에 자신의 손에 맞게 맞춰져 있는 상태라 딱 맞는 느낌이 들면서 카드를 빼어낼 수 있었다. 순서대로 메이저 아르카나(Major Arcana)와 마이너 아르카나(Minor Arcana)가 놓여있었으며 마이너 아르카나는 컵과 펜타클, 스워드, 완드 순으로 배치되어있었다.
그녀는 처음인데, 타로는 처음이 아니었다. 낡은 세월의 때가 베어 있어서 슬픈 그런 물건. 그는 그저 그녀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기억의 거미줄이 다시 이어지기라도 바라는 듯이. 그녀는 자신의 빈 공간이, 너무도 커져버린 그 어두운 구멍에 다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무것도 슬프지 않은데, 아무것도 모르겠는데 그저 눈물만이 흘러내렸다. 수많은 자신의 조각 중 하나를 찾은 느낌.
그녀가 자신의 눈물에 볼을 촉촉이 적실 무렵,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Conclusione de contratto"
그는 그녀의 손과 깍지를 낀 채로, 그녀의 앞으로 다가갔다. 자연스레 뒤로 누워버린 그녀와 그 위에 올라 있는 자세가 되어버렸다.
“뭐, 뭐… 하는 거야… 으읍.”
그는 말없이 그녀의 붉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갔다. 그녀는 순간 그의 등에 솟은 한 순간의 검붉은 빛의 날개를 보았다. 그 날개가 그의 등을 찢으며 솟은 듯, 그의 피가 방의 여기저기에 흩뿌려졌다. 그의 입술이 고통에 파르르 떨며 그녀의 입술을 더욱 감싸안았다.
검은 날개의 이곳저곳에 찢기운 상처가 벌겋게 드러나 있었다. 그 순간 몽롱한 기분이 들며 꽉 쥐고 있던 그와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침대에 흩뿌려진 타로카드가 그들의 주변에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하나하나 빛에 휩쌓인 직사각형의 카드들이 세워졌다.
그의 타액이 그녀의 입으로 흘러들어갔다.
그와의 첫 입맞춤은 피 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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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났어?”
“…….”
그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녀의 앞에 서있었다. 그녀는 즉시 그녀의 침대를 바라보았지만 어제의 카드는 어딜 봐도 없었다. 그의 등에 날개 같은 것도 달려 있었다. 어느새 날이 밝아 창으로 비쳐 들어오는 햇살이 제법 따스하다. 언제 잠든 거지?
“들어오자마자. 세상모르고 자던데.”
그는 그녀의 생각을 읽기라도 하는 듯, 정확하게 요점을 짚어 말해주었다. 그리고 그는 벽에 걸려 있는 그녀의 자주 빛 겉옷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그것의 오른 쪽 주머니에는 어제의 벨벳 주머니가 들어있었다. 그녀는 어제의 일 따위를 추궁할 여유는 없었다. 그보다…
“으응, 그래……가 아니잖아! 어떻게 알았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게 당연했다. 그녀는 분명 자신의 의문을 입 밖으로 꺼낸 적이 없었고, 그는 마치 대화를 하듯이 그녀에게 대답했다. 그는 그녀의 반응에 바지에 허리띠를 채우다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검은 바지는 어제의 그대로였다.
“뭘?”
“내가 지금 생각한 거.”
그녀는 어제의 일도 제대로 기억 안 나는 상태에서 뭔가 얼버무려지려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고, 그에게 해명을 촉구하는 중이었다. 혹시 서로의 생각이 연결되어있다던가, 자신도 모르는 텔레파시 능력이 있다든가 하는 엉뚱한 생각이 떠올라서였을까?
“‘내가 언제 잠들었을까.’, ‘왜 잠들었을까.’, ‘잠들기 전에는 뭘 했을까.’ 등등, 보통 이런 거 생각하는 게 고작이니까, 내 대답은 그 중에 5% 정도 되는 가장 높은 확률이었어.” “아아, 그래.”
그녀는 실망한 듯이 그를 바라보았고, 그는 여태까지와 같은 ‘태연한’ 표정으로 마지막 겉옷 까지 걸쳤다. 그녀의 가방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았으며, 그저 그녀에게는 어제와 같은 얇고 하얀 셔츠가 입혀져 있을 뿐이었다. 이것 위에 그가 준 자주 빛 겉옷을 입으면, 어제와 변한 건 하나도 없었다.
“마차 준비 됐어.”
밖에서 어제의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그녀는 ‘마차?’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는 종전과 같이 즉시 대답했다.
“우리를 스페이드로 태우고 갈 마차야.”
“요번에도 확률이야?”
“…그런 셈이지.”
그녀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듯이 겉옷을 들고는 문으로 향했다. 그는 그녀의 뒤를 따라 자신의 조그만 가방을 들고는 밖으로 나섰다.
‘액티브 싱크(Active Sync) 연동 완료. 공명은… 아직 이군.’
그는 그녀의 뒤에서 종전과는 다른 굳은 표정을 지으면서 문을 나섰다.
리뉴얼 6화입니다.
리뉴얼이라고 해도.. 요번 편은 본편에 존재하지 않는 부분이기에
나중에 수정이 가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계약의 시기를 좀더 땡겼습니다. 그 뿐입니다.
서술의 진부함은 나중에 정신이 말짱하면 고치도록 하죠..
꼬릿말 달아주신 '피에타'님'히데바이러스'님'미에코쨩-'님'c.e.마녀'님 감사해요!
역시 계약 방법은 키스뿐입니다.. 덜덜..
사실은 키스 도중 그의 피에 비밀이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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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CTA ALEA 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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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키스란 역시 좋은것 (...)
글틀 어디서났어요? -_;;;
흠...키스에서 피맛이 난다니...왠지 섬뜩한 =ㅅ=:;
이쪽도 분위기가 점점? ' -)
에에, 재밌군요. 취미라...배워보고 싶습니다.[뭐?] 확률구하는 거, 그거 배우고 싶습니다. 뭐, 철사도 배워보고 싶지만...;; 하핫,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