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9월 23~24일), '2017년 전통산사 문화재활용사업'의 일환으로 불교아카데미가 주관한 강원도 인제와 고성을 잇는 만해의 길 걷기와 금강산 건봉사의 불이문화제, 통일전망대 탐방 행사에 가족들과 함께 참가하였다. 그 내용을 간추린다.
1. 만해의 길 순례
23일 오전 7시, 우리 가족은 장충공원에서 출발하는 버스 1호에 탑승하였다. 우리가 탄 버스는 최근 개통한 서울 - 양양 고속도로를 거쳐 홍천에서 진부령을 지나 오전 10시 반 쯤 마산봉 입구에 도착하였다. 버스에서 내리자 주최 측에서 준비한 주먹밥 등의 점심을 받아들고 곧바로 안흘리 임도를 따라 소똥령 마을의 장신리 유원지까지 이어지는 만해의길 도보 순례에 나섰다. 이 행사의 참가자는 200여 명, 청명한 날씨 속에 백두대간의 향로봉을 바라보며 내리막길로 이어지는 세 시간여의 산길이 운치 있고 호젓하다. 임도 주변의 영양가 풍부하게 느껴지는 고랭지 채소들이 싱그럽고 멀리 산 아래 마을이 평화로운 모습, 이에 취한 듯 가을 나그네의 발걸음이 가볍다.

향로봉(정상에 하얀 시설물이 보이는 곳)을 바라보며 걷는 만해의 길
걷는 중간 한곳에 모여 잠시 휴식, 불교아카데미 김윤길 원장이 행사의 취지를 설명한다. ‘이 행사는 문화재청과 강원도, 고성군, 건봉사 등이 후원하는 2017년 전통산사 문화재활용사업의 일환이다. 행사는 첫날 백담사에서 건봉사를 거쳐 금강산 유점사를 오간 만해의 행적을 따라 금강산까지 걷기를 염원하며 기획한 만해의 길 걷기, 건봉사에서 여는 금강산 전통사찰의 과거와 현재 사진 전시회, 건봉사의 불이문화제로 기획한 산사음악회 호국영산재 공연이 이어지고 둘째 날은 통일전망대를 탐방한 후 서울로 돌아가는 내용이다. 만해의 시 님의 침묵의 한 구절, 날카로운 첫 키스’를 제창하며 뜻깊은 첫 발걸음 내 딛으시라.’
적당한 장소에서 점심을 들고 장신리 유원지에 이르니 오후 2시, 주위를 둘러보며 휴식을 취한 후 버스에 올라 건봉사로 향하였다. 건봉사에 도착하니 오후 3시, 참가자를 둘로 나누어 일부는 철책선 넘어 1km에 있는 등공대로 향하고 나머지는 사찰주변을 돌아보며 사진전시회도 살피는 등을 교대로 하기로.
2. 건봉사의 문화행사
금강산 건봉사(乾鳳寺)는 한때 전국 4대 사찰의 하나로 알려진 전통산사, 고성군 거진읍 냉천리의 금강산 남쪽 자락 건봉산에 위치하고 있다. 신라 법흥왕 7년(520년)에 아도화상이 원각사를 창건하였고, 그 후 도선국사가 중수한 뒤 서봉사로, 고려 말엽 나옹화상이 중수하고 건봉사로 개명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사찰 이웃이 민통선 철책으로 둘러진 남한 최북단의 명찰이다. 임진왜란 때는 사명대사가 이곳에서 3,000여명의 승군을 조련하였고 한국전쟁 때는 완전히 폐허가 되었다가 1989년 이래 현재까지 복원사업이 진행 중이다.
우리 가족은 먼저 사찰을 둘러보는 쪽, 사찰 주변을 돌아본 후 대웅전 앞 봉서루에서 전시 중인 ‘금강산 전통사찰의 과거와 현재’를 관람하였다. 사진전시회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한 당사자가 사진 작품의 출처와 내용을 직접 설명해 줘 유익한 시간, 국립중앙박물관과 규장각한국학연구원 등에 소장한 자료들의 원본을 바탕으로 확대 복원한 전시작품들이 생동감 넘친다. 전날 국립박물관에 들러 특별전시중인 독일 드레스덴박물관연합 명품전 ‘왕이 사랑한 보물’을 관람한 데 이은 소중한 기회다.
오후 4시, 군인들이 지키는 철책선을 넘어 등공대로 향하였다. 등공대는 1,200여 년 전인 747년에 발징화상이 31인의 수행승, 1820명의 신도들의 참여로 아미타만일염불회를 결성하여 만일 간 신행을 닦은 곳, 해마다 신도 1,700명은 쌀 한 말과 향유 한 되의 식량 시주를 하였고 신도 120명은 오종포 한 단의 의복시주로 만일을 공양하였다고 한다. 오늘의 번영과 발전은 이들의 공덕과 염원에 힙 입은바 있을 터. 지금도 각 분야에서 그런 일익을 담당하면 좋으리라.
저녁 식사는 건봉사에서 제공하는 절밥, 얼큰한 비빔밥이 맛있고 식후에는 따끈한 떡을 한 조각씩 나눠준다. 점심 주먹밥과 기념품도 건봉사에서 마련, 시주는 안 받고 공양은 푸짐하도다. 이를 통해 건봉사의 일주문인 불이문(不二門, 불이는 둘이 아니라 하나로 엮어지는 원융의 뜻)에서 그 정신을 담으려는 사찰의 뜻이 읽힌다.

건봉사 불이문 앞에서 기념촬영한 일행
저녁 6시부터는 산사음악회, 선선한 가을밤에 전쟁의 상처를 회상하고 아픔을 치유하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범패와 오케스트라가 만나는 동서음악의 협연이다. 대웅전 앞에서 펼쳐진 공연 관람자는 건봉사, 낙산사, 신흥사 등의 스님과 신도를 비롯하여 문화행사 참가자 등 300여 명. 계절 따라 주변의 사찰에서 산사음악회가 열려도 이에 동참하지 못한 터, 전통산사 문화재활용사업의 일환으로 특별히 마련한 격조 높은 공연을 오롯이 지켜볼 수 있어 뿌듯하다. 서늘한 밤공기를 가르며 장중하면서도 은은한 음조로 연주한 니르바나 오케스트라와 모처럼 접하는 살풀이춤, 범패가 추모 영산재의 분위기와 영성을 자극한다. 금강산까지 울려 퍼질 것 같은 가곡 그리운 금강산, 온 겨레가 수십 년 애타게 불러온 우리의 소원은 통일, 한민족의 정서가 녹아 든 아리랑의 노래 가락이 흥을 돋운다. 공연의 끝자락, 아역을 맡은 여성 출연자의 통일을 위해 우리 모두 기도로 힘을 모으자는 호소가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하늘이여, 이 울림에 반응하소서.
저녁 8시, 버스에 올라 숙소로 향하였다. 숙소는 삼포해변의 오션투유 리조트(작년 6월 초 해파랑길 걷기 때 묵었던 곳이라 친숙하다), 천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시설이다. 주최 측에서 배정한 방에 여장을 풀고 가족 끼리 담소, 젊은 후예들과의 다양한 대화가 유익하다.
3. 통일전망대의 소회
둘째 날(24일) 이른 아침, 조카와 손자랑 해변으로 나가 동해를 가르며 힘차게 솟아오르는 일출을 감상할 수 있어 행복하다. 7시에 아침(메뉴는 황태 국 백반)을 들고 8시에 버스에 올라 통일전망대로 향하였다. 방문자 대기소에서 수속을 밟고 전망대로 가는 길목의 검문소를 거쳐 통일전망대에 이르니 오전 9시 반, 한 시간여 전망대에 올라 북녘의 금강산과 해금강 등을 조망한 후 끼리끼리 사진을 찍는 등 자유 시간을 가졌다. 그 틈을 이용하여 찾은 곳은 6⸱25전쟁체험전시관, 영상실에서 10여 분 간 시청한 전쟁발발에서 휴전에 이르는 동안 펼쳐진 참혹했던 전장의 모습에서 다시는 그런 비극이 재현되어서는 안 된다는 자각을 일깬다. 전쟁 중 피아간 희생자가 백만을 넘고 수많은 피란민과 이산가족의 아픔은 아직도 진행 중, 우리 가족도 숙부와 둘째형이 실종자 명단에 들었다. 체험전시관에서 읊은 박경석의 시, 조국을 음미하자.
조국
젊음은 충정의 의기로 횃불 되어
저 역사의 대하 위에 비추소서
오 찬연하여라 아침의 나라
영롱하게 빛 뿜은 영혼의 섬광
이어온 맥박 영원으로 향하고
여기 찾은 소망 자손에 전한다
반만년 다시 수만년을 위해
곳곳마다 눈부신 꽃무지개 피어올려
승리로 이어지는 축제 삼으리
내 한 몸 으스러져 한 줌 흙 되어도
온 누리에 떨치고 싶은
오직 하나 뿐 어머니인 내 나라여!
오전 10시 반,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서는 금강산을 다시 찾을 날이 속히 오기를 염원하며 통일전망대를 출발하여 서울로 향하였다. 속초로 내려와 울산바위를 차 안에서 조망하고 양양-서울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창 밖의 아름다운 경관들이 자랑스런 내 나라 우리강토인 것을 확인한다. 전날의 백두대간 경관은 웅혼하였고. 인제 내린천 휴게소에서 점심을 들고 서울에 도착하니 오후 4시, 일찍 출발했어도 막바지에 귀경차량으로 길이 막혔다.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 안고 전망대에 도착하여 포즈를 취한 가족들
장충공원에서 가족들과 작별하고 강남의 고속터미널 행, 광주에서 올라온 사촌 여동생과 동행이다. 집에 도착하니 저녁 9시 반, 금요일 오전에 출발하여 2박3일간 서울과 강원도를 바쁘게 돌아다녔다. 통일전망대의 작별인사에서 이혜숙 불교아카데미 이사장이 한 멘트가 인상적이다. ‘나이든 어른이 아니라 나이든 청년들을 비롯하여’라고. 몸은 쇠잔하여도 청년의 열정으로 도전하리라.
첫댓글 통일전망대에 다녀오셨군요?
수학여행길에 한 번 다녀온게 다인데...
혹시 교수님은 김길동???ㅎ 워낙에 동에번쩍 서에번쩍 하셔서욧ㅎㅎ
'내 한 몸 으스러져 한 줌 흙되어도 온 누리에 떨치고 싶은 오직 하나 뿐, 어머니인 내 나라여!'
소~오름돋는 싯귀네요.
깊이있는 글 감사드려요.
하~~~산사 음악회 오케스트라 가을이라 그런지 마음 설레는 단어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