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인터넷뉴스 김민수 (기사 작성 : 2013년 2월 1일)-
미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는 1986년 1월 28일 발사 후 73초만에 공중에서 폭발했고, 탑승 승무원은 전부 사망했다.
챌린저호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 위한 조사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자연은 속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 사고 위험성은 감지됐었고, 그럼에도 설마하며 안전하다고 선전하며 발사를 강행한 것이 그런 참사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인간은 안전하다는 선전에 속을 수 있지만, 선전으로 물리법칙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따라서 자연이 선전에 속는 것도 아니고, 선전으로 사고 위험을 없앨 수도 없는 것이다.
제주해군기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공방은 파인만의 이 말을 떠오르게 한다. 되지도 않을 것을 선전과 기만으로 된다고 말하면 이룰 수 있다는 것인가?
검증단은 민군복합항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제주해군기지에 15만톤급 두 척이 동시에 안전하게 입출항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구성된 검증단(정부·제주특별자치도 크루즈 선박 조종 시뮬레이션 시현팀)은 시뮬레이션 시현 결과 지난 1월 31일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에 15만톤 크루즈 선박의 안전한 입항 가능”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검증단이 입증한 것은 결국 제주해군기지가 현재 설계 규모대로 완성됐을 때에는 민군복합항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검증단이 입증한 것은 해군이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필요성으로 내세우는 제7기동전단을 수용하는 군항으로서의 기능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대형 크루즈 선박 두 척을 동시에 접안시키는 민항 복합 기능을 포기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해군 홈페이지에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필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수록돼 있다.
‘현 기동부대 전력은 진해와 부산에 분산 배치되어 교육훈련과 전비태세 유지가 제한되고, 동해·평택·목포항은 항만 여건상 기동부대 전력 수용이 제한되기 때문에 기동부대 전개를 위한 모항 개념의 기지 건설이 불가피하다’고….
또 ‘제주 남방해역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기동부대 전력에 대한 효율적인 군수지원, 교육훈련, 장병 휴식시설이 필요하다’고 제주해군기지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국방홍보원에서 발간하는 국방일보는 “제주해군기지에 위치할 제7기동전단 함정들은 전방 북방한계선(NLL)은 물론 필요시 독도, 이어도, 소말리아까지 단숨에 기동해 대북 억제는 물론 원해작전을 위해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현재 기동전단 전력이 진해와 부산에 분산 배치되어 있어 효율적인 운용에 문제가 되기 때문에 제주해군기지 한곳에 함정을 모아 효율적으로 운용하겠다는 말이다.
제주해군기지는 제7기동전단과 대형 크루즈 선박 두 척을 동시에 수용할 수 없다
제7기동전단은 7,600톤급 이지스함(KDX-3) 2척과 4,500톤급 구축함(KDX-2) 6척, 그리고 부속함정 등 함정 총 10여척과 헬리콥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아래 사진이 제7기동전단의 훈련 장면이다. 이 훈련 장면에 대해 해군은 2011년 9월 30일, “훈련 중인 구축함들 바로 뒤로 마라도의 모습이 보이고 멀리 제주도의 모습도 희미하게 보인다. 7기동전대는 구축함, 항공기 등 통합전투력을 갖춘 입체전력을 구성하여 원해(遠海)에서 독립작전이 가능한 우리 해군의 핵심 전력으로, 이번 기동훈련은 기동전대의 전투수행능력 향상 및 해역함대와의 협동작전 수행능력 제고를 목표로 실시됐다. 2015년 제주해군기지 완공 시 제7기동전단은 이곳을 모항으로 해상교통로 보호 등 국가정책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임무를 실시할 예정이다”라고 설명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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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라도 인근 해상에서 제7기동전단이 훈련를 하고 있다. 해군은 제주해군기지가 완공
되면 이 전단 전체를 이 기지에 배치할 예정이라 밝혔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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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동전단은 보통 2척의 이지스함과 6척의 구축함 등 대형 함정 8척과 부속함 등 함정
10여척으로 구성된다. 해군은 대형수송함(14,500톤급, 현재 독도함 1척 보유)이 포함돼
야 원양작전 능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
지난 31일 발표한 시뮬레이션 검증 결과 대형 크루즈 선박이 안전하게 입출항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지만, 문제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제주해군기지가 대형 함정을 최대 5척밖에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즉 해군이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목적이라 주장하는 제7기동전단 수용을 이 기지가 해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해군이 주장하듯 현재 기동전단 전력이 진해와 부산에 분산 배치되어 있어 효율적인 운용에 문제가 되는 것을 제주해군기지가 전혀 해소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설계 변경? 그렇다면 기동전단 모항 기능은 불능
31일 발표한 시뮬레이션 시현 결과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항만 내 서측 돌제부두가 없어야 대형 크루즈 선박 두 척이 동시에 안전하게 입출항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그리고 그 돌제부두가 없는 상황을 가정해 대형 함정이 5척만 계류된 조건 하에서 시뮬레이션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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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측에 돌제부두가 없고, 해군 함정은 5척이 계류한 상황을 가정해 시뮬레이션을 시
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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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차 시뮬레이션 시현에 적용한 제주해군기지 모형. 아래 사진과 달리 항만 내 서측에
돌제부두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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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군이 1일 일부 언론에 실은 광고. 시뮬레이션 시현과 달리 서측에 돌제부두가 있는
상태에서 크루즈 선박이 서방파제에 접안한 조감도를 광고에 이용했다. 해군의 의도가
무엇인지 의아한 부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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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군은 서측에 돌제부두가 있는 상태에서 대형 함정 8척을 접안하는 경우를 상정해
해군 함정 입출항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그 결과는 ‘15만톤급 여객선이 정박중인 상태
에서 함정 입출항 어려움 있음. 숙련된 조함 능력 필요. 여객선 접안시 다른 부두 이용 바
람직’이다. 출처 : 2010. 1. 해군본부 조사 및 실험보고서. |
이 때문에 결국 당초 해군이 주장한 대로 대형함정 20척이 동시에 계류할 수 있는 기동전단 전개기지로서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검증팀 팀장인 이동섭 책임연구원(한국항해항만학회장)은 “8척이라는 것은 돌제부두가 나와 있을 때 거기에 배가 붙은 상황인 것 같다. 그림에서 보다시피 5척 이상은 더 붙이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5척이라는 것은 저희들이 시뮬레이션을 시작했을 때 그 조건을 받았기 때문이다. 5척이든 8척이든 여기서 답변할 문제는 아니다. 8척이 붙는다면 따로 논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이동섭 팀장은 또 "돌제부두는 반드시 없어야 한다는 게 저희 시현단의 생각"이라고 단언했다.
결국 이번 시뮬레이션 시현과 검증은 설계된 대로의 항만 모형을 놓고 실시한 것이 아니라, 대형 크루즈 선박 두 척이 동시에 접안 가능한 환경을 사전에 계획해 그에 꿰맞춰 실시한 셈이다.
아직 서측 돌제부두를 어떻게 하느냐 등 설계 변경은 결정되지도 않은 상황에다, 이 돌제부두가 없다면 기동전단 모항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억지라는 말이다.
이에 대해 강정마을회 등은 1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러한 중대한 설계 변경을 해군이 감수하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도 없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며 공사를 강행하겠다고 나서는 총리실과 해군, 국방부는 그야말로 무책임하다 할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시뮬레이션 검증은 안전성 논란을 피하기 위한 미봉책, 설계 오류 인정해야”
이 돌제부두를 놓고 지난해에는 공사 중지까지 거론되며 제주도정과 해군 사이에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제주도는 2012년 3~4월, 해군 측이 원활한 크루즈 선박 입출항을 도모하기 위해 해군기지 내 돌제부두를 고정식에서 가변식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힌 것은 매립실시계획을 변경하는 사항이고, 이는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라며 공사 중지 명령 발동 여부를 검토하는 청문을 연 바 있다.
청문 과정에서 그해 3월 제주도정은 "돌제부두를 고정식에서 가변형으로 바꾸는 것이 공유수면 매립면허 실시계획 변경승인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청문에서 해군측도 인정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해군 측에서는 이에 대해 "향후 변경승인 사항에 해당된다면 절차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말만 했고, 공사 정지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반박했다.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한 것이지만 제주도정은 해군의 반박에 묵묵부답으로 넘어갔다.
이 공방에 대한 법제처는 이렇게 해석했다. ‘돌제부두 조정계획은 매립실시계획을 변경하는 사항이지만, 아직 매립실시계획 승인신청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매립실시계획 변경이 향후 예상된다고 해 공사정지 명령을 내리는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돌제부두를 놓고 벌어진 이 논란에서 보듯 설계를 변경하는 것은 매립실시계획을 변경하는 사안이고, 이는 사전에 제주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안이다.
이동섭 팀장이 답변했듯 “5척이라는 것은 저희들이 시뮬레이션을 시작했을 때 그 조건을 받았기 때문”에다, 돌제부두가 없이 시현된 시뮬레이션이라면, 그 이전에 설계 변경에 대한 검토가 먼저 진행돼야 했고, 설계를 변경하려면 당초 해군이 주장한 대로 기동전단 모항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선행됐어야 했다.
강정마을회가 이런 시뮬레이션 검증에 대해 “정부의 시뮬레이션 시현 결과 발표는 설계 오류가 재확인된 것, 시뮬레이션은 원천무효”에다, “안전성 논란을 피하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해, “지금이라도 설계 오류를 인정하고 해군기지 공사를 즉각 중단해야 마땅하다”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행동인 셈이다.
꿰맞추기식 미봉책 시뮬레이션 검증 왜?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해군이 이런 ‘꿰맞추기식 미봉책’ 검증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 이유는 대형 크루즈 선박의 안전한 입출항을 보장하고 기동전단 모항으로서 기능하는 민군복합항을 건설하는 방안으로써 항만 확장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해군은 2011년 10월 설계 변경을 통한 항만 확장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이미 내렸다.
해군의 작성한 자료를 보면 해군은 “선회장 확장 위한 전면적인 사업 변경은 현시점에서 불가한 것으로 판단됨”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 이유로 먼저 사업구역 인근 좌측에는 강정항, 우측에는 강정천이 있기 때문에 동-서 방향으로는 부두 길이 확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남쪽 방향 즉, 바다 방향으로는 도면상으로는 확장은 가능하나, 다수의 제약조건으로 실효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결국 변경은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 이유로는 대규모 재설계 등 각종 선결조건 완료시까지 18개월 이상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설계에 8개월 이상, 계획 평면 변경에 따른 각종 인·허가 재협의에 1년 이상 걸린다는 것. 또 확장 시 공사비가 추가로 1,500억원 이상 들고, 현재 공사 구역의 수심이 25m인 반면, 확장할 경우 30m 깊이의 난공사가 돼 공사기간이 과다하게 걸린다는 것이다.
또 공사 중단에 따라 육상시설, 숙소 등 후속 예정 사업에도 혼선이 발생하고, 기존 공사업체에게도 문제점이 발생하며, 반대 측에서 소송을 제기하면 공사 예측 불가 상황이 되고, 지금 진행하고 있는 공사에서 탈락한 업체가 업체 재선정 등 민원을 제기할 것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해군은 대형 크루즈 선박 두 척 동시 접안이 가능하다고 강변하지만, 결국 지금 제주해군기지 설계 규모로는 기동전단 모항 기능을 포기하든지, 크루즈 선박 두 척 동시 접안을 포기하든지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해군은 입지 타당성을 검토할 여유가 없었다
정부(해군)의 이러한 속내는 지난해 1월 26일부터 2월 14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열린 시뮬레이션 2차 검증위원회의 회의록에서도 똑같이 확인할 수 있다.
회의록을 보면, 먼저 입지선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검증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OOO : 이 계획을 하면서 무슨 문제가 있었느냐 하면, 잘 아시겠지만 위치 선정 상에서 벌써 3번을 옮겼어요. 여기보다 더 좋은 지역에 있었던 것이 주민 반대 때문에 다른 쪽으로 갔다가 최종적으로 이쪽으로 오게 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좌, 우측의 확장에 제약이 걸렸습니다. … 항만 개발을 할 때 장래 개발 여지가 전혀 없습니다.
사업구역 인근 좌측에는 강정항, 우측에는 강정천이 있기 때문에 동-서 방향으로는 부두 길이 확장이 불가능하다는 해군본부 자료 내용과 똑같은 말이다.
해군은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제주해군기지 후보지로 화북항, 성산일출봉 근해, 신양리, 화순항, 형제도 지역, 모슬포 등 6개 지역을 검토한 끝에 화순항을 최적지로 선정했다.
당초 해군이 화순항을 해군기지 입지로 지목하기까지는 2년이 넘는 검토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화순 주민들의 반대로 2005년 대상 지역을 위미로 변경 추진했고, 또다시 위미 주민들의 반발로 입지 선정에 난항을 겪었다. 이러다보니 해군에게는 입지조건의 적합성이 아니라, 군사기지를 만들 지역의 주민 동의를 형식상으로라도 어떻게든 얻어내 입지로 확정해버리는 게 최우선 과제가 돼버렸다.
결국 마을의 미래와 전체 주민의 이해가 걸려 있는 해군기지 유치 문제가 강정마을에서 공개적으로 논의가 시작된 2007년 4월 12일부터 26일까지 불과 15일 만에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결정됐다. 이런 식으로 입지가 결정되다 보니 해군에게는 강정해안이 해군기지 입지로서 타당한지 검토할 여유 자체가 없었다.
먼저 충분히 검토했으면 15만톤은 안 나왔을 것
게다가 제주해군기지는 당초에는 민군복합항이 아닌 해군기지로만 계획됐다. 제주해군기지의 성격이 민군복합항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2007년 12월, 국회에서 2008년 예산안을 의결할 때 “제주해군기지 사업예산은 민군복합형 기항지로 활용하기 위한 크루즈 선박 공동활용 예비타당성조사 및 연구용역을 완료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제주도와의 협의를 거쳐 집행한다”는 부대의견을 달면서부터다.
강정마을회 등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쪽의 저항은 거세지는 반면, 해군 등 기지 건설을 밀어붙이는 쪽에서는 그쪽대로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느라 고육지책으로 내놓게 된 애매모호한 타협안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문제를 오히려 복잡하게 만든 시발점이 됐다.
이어 2008년 9월, 정부는 최대 15만톤 규모의 크루즈 선박이 기항할 수 있는 민군복합항으로 건설한다고 발표했고, 2009년 4월 국방부장관·국토해양부장관·제주도지사 간에 “최대 15만톤 규모의 크루즈 선박 2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건설한다”는 기본협약서를 체결했다.
15만톤 규모의 크루즈 선박 두 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 이름 붙인 사업의 문제점은, 그 이전에도 숱하게 제기됐다시피, 2차 검증위 회의에서 또다시 적나라하게 지적됐다. 검증위 회의에서 이런 말이 오갔다.
OOO : … 함정을 위한 해군기지로 항만설계가 이미 되어 있는 상태에서 민항기능 보장 차원에서 설계 변경은 없었다는 사실 또한 저희들이 확인한 것입니다. …
OOO : … 배의 규모를 줄여야지 그 지역에 맞지도 않은데 억지로 15만톤을 갖다가 두 척이나 넣어서 거기에 맞춘 때문에 저는 이런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죠.
OOO : 정부에서 해군기지로 건설하다가 복합항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하던 설계 검토 없이 정부에서 선약을 해버렸어요. 공약을 해버렸습니다. 15만톤 두 대를 접안할 수 있는 민군복합항으로 간다. 그런 다음에 아까 말씀드린 그러한 전체적인 사이즈가 검토된 것이죠. 충분한 검토를 하고 했으면 아마 15만톤 이것이 안 나왔을 것입니다. …
OOO : 그런데 하여튼 15만톤이라고 한 것이 잘못이예요. …
OOO : 저도 지금 와 보니까 왜 그렇게 정부에서 그것을 약속해줬는지 참.
‘군사시설’을 ‘발전시설’로 포장한 게 해군의 발목을 잡았다. 여러 검증위원들 사이에 이구동성으로 나오는 말이 사전 검토 없이 15만톤급 크루즈 선박의 입출항이 가능한 기지로 건설하겠다고 덜컥 약속한 게 잘못됐다는 것이다.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저항에 부딪쳐 ‘군사시설’을 대형 크루즈 선박이 드나들면서 제주경제 발전에 기여할 ‘발전시설’로 포장한 게 두고두고 해군의 발목을 잡게 된 것이다.
이렇게 ‘발전시설’로 포장할 당시에는 이에 대한 검증 문제가 가장 첨예한 쟁점들 중의 하나로 떠오르게 될지 해군을 비롯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7년째 강정마을 사람들이 끈질긴 저항을 이어가며 제주해군기지가 우리 사회의 가장 첨예한 쟁점으로 떠오르게 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거짓말을 하거나 무리하게 해야 공사하는데 지장 없어’
국방부는 지난해 2월 19일, “기술검증위 검증결과 및 언론보도에 대한 국방부 입장”이라는 발표를 통해 “검증위는 현 항만 설계기준을 크게 변경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항만구조물 재배치와 고마력 예인선 배치를 반영하여 선박의 통항 안정성 및 접이안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선박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하였고”라고 말했지만, 실제 검증위 회의 내용은 전혀 다르다.
검증위 회의록이 보여주는 것은 정부의 견강부회한 강요다. 사실이야 어떠하든, 공사를 중지하지 않고 계속 추진하기 위해, 설계 변경을 하지 않고도 기술적 대안이 있는 것처럼 결론을 몰아가는 게 정부의 목표였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OOO : 회의를 재개하기 전에 주관한 총리실에는 검증 문제가 조기에 빨리 매듭지어지고 국책사업이 제대로 좀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 정부의 기본 방침입니다. 저희가 그런 방침을 가지고 검증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그 점을 가지고 종합 결론을 도출해주셨으면…. …
OOO : 우리가 이 위원회를 구성한 가장 큰 이유는 계속해서 국가적으로 가장 중요한 사업 중에 하나인 해군기지 건설이 자꾸 지연되기 때문에 그것을 신속하게 마무리하고 신속한 건설을 시작하는 것이 대전제 아닙니까? … 그런데 문제는 이것을 충분히 봤을 때 이것이 얼마든지 공사를 지연시키고 할 만한 충분한 빌미를 이 자체가 주고 있어요. 우리가 결론내리고 보고서 만든 자체가. …
OOO : 잠깐만요 위원장님. 전제가 틀린 것이 저는 여기 왔을 때 아까 위원장님이 지속적으로 말씀하신 부분이 뭔가 하면 제주도가 이 항만을 제대로 해서 위험도 없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잖아요. 이 결과에 의해서 공사가 지연될 수도 있고, 지연되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
OOO : … 지금 상황에서는 정부가 그 시뮬레이션 하지 않고 바로 공사를 할 수 있는 그런 데이터를 우리보고 만들어달라고 그러는데 제가 봤을 때는 현실적으로 그것은 불가능한 것입니다. 제가. 그것은 우리가 거짓말을 하거나 무리하게 이야기를 해야, 지금 그러니까 정부의 입장이 오늘 나왔던 시뮬레이션 그것은 억셉트(인정)를 해 가지고 전혀 문제가 없으니까 그냥 공사하는데 지장 없게 해주십시오. 사실 그것이거든요. …
OOO : … 여기 구상할 때부터 전제조건은 공사가 계속 진행되는 전제에 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도 설계변경이 일어나지 않는 방법에서 기술적 대안을 찾아주세요. 그래야지요. …
OOO : 지금 저 같은 경우는 사실 ‘내부 크기 변경하지 않는 조건에서 기술위원회 활동을 하세요’라면 여기 안 왔습니다. …
OOO : 그런데 지금 현 상황에서는 아까 말씀하시잖아요. 오늘 어떻든 간에 타결점을 찾아서 보고서를 끝내겠느냐. 그렇지 않으면 그냥 가겠느냐. 그 둘 중에 택해서 잘하겠다는 것이지요.
OOO : 그냥 가는 것이 좋겠어요. …
국방부의 발표와는 달리 검증위의 검증회의는 이런 식으로 끝났다. 결국 검증위 회의 결과 정부의 발표는 크루즈 선박의 안전한 입출항과 접·이안을 위해 항만 내 서측 돌제부두를 고정식에서 가변식으로 조정하겠다는 것 한 가지가 사실상 전부였다.
“돌제부두 제거하는 것은 공사하면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아요? 그것은?” “돌제부두만 빼고(돌제부두만 조정하는 것으로 하고) 항만 규모를 키우는 것은 빼자는 말씀이시죠?”라는 대화가 검증위 회의에서 오갔다. 돌제부두 조정은 공사를 계속 추진하면서 할 수 있는 것이기에, 그것 하나로 모든 의문을 덮고 가려 한 셈이다.
게다가 3차 시뮬레이션 검증에서는 아예 돌제부두가 없는 것으로 가정해서 시뮬레이션을 시현했다.
“이상이 있을 경우 해군과 합의하에 보완”, 하지만 그럴 방법이 없다
지난해 8월 21일 열린 제주도의회 임시회의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에 관한 도정질문'에서 이석문 의원의 질의에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현재 설계되어 있는 시설을 갖고 시뮬레이션을 하고, 불가능하면 다시 확대해야”라고 답변했다. 또 “시뮬레이션해서 이상이 있을 경우 해군과 합의하에 보완하면 된다”고 답했다. 하지만 해군이 작성한 자료에서 보듯 ‘합의하에 보완’할 수 있기는커녕 보완할 방법 자체가 없다.
방법은, 거듭 반복하지만, 해군이 기동전단 모항 기능을 포기하든지 제주도정이 대형 크루즈 선박 두 척 동시 접안을 포기하든지 밖에 없다.
항만 확장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해군은 왜 돌제부두가 없는 조건을 가정해 시뮬레이션을 시현했고, 제주도정은 왜 이에 대해 묵묵부답인지 명쾌하게, 그리고 정당하게 해명하지 않은 한, 제주해군기지에 대형 크루즈 선박 두 척이 동시에 안전하게 접안하는 게 가능하다고 강변한들 그것이 그대로 인정될 가능성은 없다.
해군기지가 들어오면 제주도 전체에 경제적 번영을 가져다 준다?
명쾌한 답을 구해야 할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지난달 28일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가 주최해 연 ‘세계평화의 섬 지정 8주년 기념 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고창훈 제주대학교 교수는 강정에 건설하는 제주해군기지의 문제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고 교수는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되면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보전지역이 해군의 작전구역에 포함되어 버리는 결과를 낳게 되는데, 지난해 제주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해군기지 건설 중단 의제를 제기한 이유가 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검증단은 31일 검증 결과를 발표하면서 “시뮬레이션 조건과 동일한 항로 환경 및 항로표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결국 크루즈 선박은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보전 핵심지역, 서귀포 도립해양공원, 해양보호구역 등 3중으로 보호조치가 취해진 해상으로 입출항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제주도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보전지역에서 탈락할 우려를 낳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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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뮬레이션 상의 항로는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보전 핵심지역, 서귀포 도립해양공원,
해양보호구역 등 3중으로 보호조치가 취해진 해상을 가로지르고 있다. |
고 교수는 또 해군기지가 들어오면 제주도 전체에 경제적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해군기지 용역 보고서는 상당히 잘못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군사기지화와 작전구역의 설정이 초래할 생물권보전지역 위축과 오염, 관광업의 손해에 대해 제대로 얘기한 부분이 아예 없다는 점은 이 용역이 급조됐거나, 제주도정의 요청만 적은 아주 잘못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 교수는 이처럼 잘못된 연구 용역에다 ‘군대 점령의 하와이’를 가지고 산업화를 한다든지, 제주도를 브랜드화시킨다면 국제관광의 섬 제주도는 사라져 버리는 위험이 있는 만큼, 이를 브랜드화 하려는 생각을 하기 전에 보다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고 교수가 말하는 연구 용역은 2007년 12월, 국회에서 2008년 예산안을 의결할 때 “제주해군기지 사업예산은 민군복합형 기항지로 활용하기 위한 크루즈선박 공동활용 예비타당성조사 및 연구용역을 완료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제주도와의 협의를 거쳐 집행한다”란 부대의견에 따라 수행된 용역을 말한다.
제주대학교 경영·경제연구소가 맡아 수행하고 2008년에 제출한 연구용역 보고서에는 “강정 크루즈항은 당분간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게 되고, … 강정동의 민군복합항은 한국의 크루즈산업 발전을 선도하는 촉매항으로써 역할도 클 것”이라고 극히 장밋빛으로 기술하고 있다. 하지만 그 근거는 아예 없다시피 하거나 매우 빈약하다.
“해군기지가 오면 경제적으로 이득이 된다는 논리는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
고 교수는 또 “(해군기지로 인해) 파급될 관광이나 환경에 대한 부정적인 효과나 대책에 대한 연구가 전무한 상태여서 설득력을 상실하고 있는 점은 세계적 관광지로의 가능성이나 복합유산 등재에 걸림돌이 될 뿐더러, 유네스코 삼관왕의 브랜드화의 이면에 ‘군대 점령의 제주도’의 이미지를 구축, ‘군사의 섬’으로 또는 ‘전쟁의 섬’으로 브랜드화할 수 있는 딜레마에 빠지게 될 위험을 막을 수 있는 방법마저 없어져 버릴지 모른다”고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결국 “해군기지가 오면 경제적으로 이득이 된다는 논리는 하와이 경우를 볼 때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현지 주민들은 경제적 제약과 손해를 보게 되며, 특히 환경적으로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고 교수는 “만에 하나 중국정부가 군사기지를 이유로 관광객을 단속할 경우 이에 대한 대응책 역시 특별하게 마련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점도 언급했다.
지난해 5월 7일, 강우일 주교, 박재승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백낙청 씨 등 78인은 “우근민 제주도지사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그 발표문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을 건설하겠다는 정부와 해군의 약속이 사실상 실현되기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만으로도 당초 제주도가 승인한 공유수면 매립작업 중단을 지시할 사유로 충분하고 나아가 공유수면 매립면허 자체를 취소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수많은 국책사업이 부실사업으로 전락하여 주민들과 자치단체에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국책사업을 강행하기 위한 사탕발림으로 뻥튀기 수요예측과 부실한 타당성조사가 그 원인입니다. 완공 이후에 후회한들 이미 파괴된 자연환경과 주민 공동체의 피해, 그리고 자치단체가 져야할 경제적 손실과 부담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
지금은 항만 관제권과 관리권을 이양 받는다는 식의 조삼모사식 처방에 제주도와 강정마을 주민의 미래를 의지할 것이 아니라, 당초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의 전제가 되었던 예비타당성조사, 환경영향평가, 15만톤 크루즈 입출입 시뮬레이션 등 해군기지 건설의 근본 전제가 되는 모든 요소들에 대한 전면 재조사를 객관적인 조사기관을 통해 실시해야 할 때입니다.
강정앞바다의 천혜의 자연환경을 훼손하고 제주도민 대다수가 우려하는 군항을 건설하면서 제주도민들과 강정주민들이 얻을 수 있는 반대급부가 과연 무엇인지, 그것은 실제로 가능한 것인지 제대로 따져봐야 할 때입니다. 이를 위해 공사중지 명령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제주해군기지 공사가 착공된 이래 정부와 해군은 조삼모사식 임기응변으로 일관해왔습니다.
세 차례에 걸친 시뮬레이션 검증에서 돌제부두를 놓고 벌어지는 논란 한 가지만 해도 ‘정부와 해군은 조삼모사식 임기응변으로 일관해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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