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이 이 글을 꼭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필독]이라는 머리글을 달았습니다.
흥분이 가라앉지 않습니다.
우리들의 현실 속에서 너무나 명백하게 보여주고있는 글입니다.
사람이 가지는 어떤 소중한 가치라도 생산성과 이윤이라는 가치 앞에 무참히 짓밟히는 자본주의 사회의 현실.
현 정부가 밀어부치고있는 구조조정, 정리해고의 실상이 무엇인지 너무나 명백하게 보여주고있는 글입니다.
워크아웃을 조기에 졸업했다는 우수 기업, 너무나 자랑스럽게 세계에서 가장 빨리 배를 만들어내는 기업, 경쟁력이 뛰어난 기업.
그 실상은 어떠한지..
전 자본가들 개개인은 욕하고싶지 않습니다.
그 사람들도 나름대로 살아남기위해 그렇게 해야했을테니까요..
누구든 과정과 상관없이 아래가 어떻게 되든 무조건 짓밟고 위로만 위로만 올라야 살아남는 체제, 구조조정ㆍ워크아웃 외치지만 그 자체가 부실이고 구조조정 대상인 체제.
바로 자본가 세상, 자본주의 세상입니다.
이 더러운 세상, 이 좆같은 세상, 꼭 바꿉시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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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죽었구나"
음악이 나오지 않은 점심시간
[르뽀] 올해 5명 사망 대우조선소 현장
구름 한 점 없었다. 비 온 뒤끝이라 그런지 하늘은 더 없이 청명했다. 김해공항에서는 오전 11시 매일 한차례 거제시 옥포만 대우조선소 공장으로 들어가는 헬기가 운행된다. 헬기로 15분 남짓. 이순신이 거북선으로 왜선 42척을 격침시켰다는 옥포만은 조용했다. 그리고 대신 그 옥포만은 지금 육지로 메워져 대우조선소 일부로 운영되고 있었다.
멀리서도 육안에 들어오는 것은 골리앗 크레인과 거기에 새겨진 'DAEWOO'라는 글씨였다. 대우조선소에서 1년에 주조되는 배는 약 40척. 20년 동안 470여 척의 배가 만들어져 이 곳을 빠져나갔다. 총 면적 400㎡, 130만평. 여기에 근무하는 직원은 모두 1만 5000여명. 거제시 인구 17만 중 5만 명 이상이 대우조선소에 밥줄을 대고 있는 셈이다.
음악이 나오지 않는 점심 시간
점심시간인데 음악이 나오지 않았다.
"또 죽었구나."
대우조선소에서 사람이 죽으면 그 날 점심시간에는 음악이 나오지 않는다. 6월 19일도 그랬다. 비가 억수같이 퍼붓던 그 날 대우조선소에서는 또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날 오전 10시 20분, 가공부 소속 크레인 운전수인 권오관(45) 씨는 많은 비로 배수구가 막혀 물이 고여 있는 것을 보고 청소를 시작했다. 동료 한 명과 청소를 하던 권 씨는 동료가 다른 일을 보러 간 사이 24미터 물 호수를 이용해 다시 배수구 청소작업을 진행했다. 그 때 철판을 내려놓기 위해 후진하는 트레일러(인천 98바 5660, 대양운수 소속)가 권 씨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몇 분 후 트레일러 우측 뒷바퀴에 머리와 가슴이 압착돼 얼굴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돼 버린 권 씨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서둘러 처리됐다. 권씨는 산재 사망자가 아니라 교통사고 사망자로 분류됐다. 가해자는 트레일러를 운전했던 대양운수주식회사 소속 이아무개(42) 씨. 회사는 권 씨 사망사고 원인을 트레일러 운전수인 이 씨의 과실에서 찾고 있었다. 이 씨가 차를 후진하면서 뒤쪽을 확인하지 않았고, 정상적인 방법인 전진이 아닌 후진으로 운전을 했다는 게 과실 이유였다.
사건 발생 직후 통영지방노동사무소와 거제경찰서에서 나와 조사를 진행했지만 이 사건은 '교통사고특례법' 적용을 받아 교통사고로 처리됐고, 가해자 이 씨는 구속돼 6월 26일 통영검찰청에 넘겨졌다.
회사는 권 씨 사고를 교통사고로 처리했지만 노조 입장은 많이 다르다.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 작업 지휘자를 선임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역작업이 이뤄졌고, 트레일러가 작업장소로 후진 이동했지만 뒤를 봐주는 보조자 내지 작업지휘자가 배치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명확히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위반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것.
원래 중대재해 발생시 노조와 함께 사건을 처리하도록 약속이 돼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노조는 배제됐다. 물론 회사에서는 노조가 배제된 이유를 철저히 유가족이 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회사는 보상부분과 관련 유가족에게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하나는 산재처리고 다른 하나는 자동차 보험처리. 산재처리로 보상이 이뤄질 경우 위로금을 포함해 2억 2500만원이 가족에게 전달된다. 그러나 자동차 보험으로 처리될 경우 자동차 보험 보상금 2억 8000만원, 이외에도 3000만원의 별도 위로금과 1800만원의 장례비용을 포함해 총 3억 2800만원의 보상금이 지급된다. 여기다 회사는 권 씨 두 자녀가 원할 경우 대우조선 입사를 약속해 줬다.
회사는 또한 6월 22일 통영지방노동사무소장에게 회사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인 송민호 전무 명의로 해명서를 발송했다.
"이번 사고의 경우, 사고장소가 당사 내에서 일어난 사고일 뿐 그 책임은 전적으로 대양운수의 안전조치 미이행 및 운전수의 운전 부주의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략>...이번 사건은 철판운송 책임을 지고 조립공장으로 이동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의 적용을 받는 만큼 선처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회사가 이처럼 필사적으로 '산재처리'를 막은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올해 3월 노동부가 발표한 '사망재해 예방대책'에 따르면 안전보건조치를 하지 않아 발생한 사망재해가 연간 3건인 사업장의 사업주는 검찰 구속수사를 요청한다고 되어있다. 일명 '산재 삼진 아웃제'.
올해 대우조선에서는 권 씨 사건 이외에도 이미 네 차례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1월 12일 정해모(37, 폭발), 2월 27일 양승진(27, 협착), 3월 3일 김용암(59,추락), 백승일(45, 협착). 물론 대우조선의 관리감독 책임이 없는 협력업체 직원 정해모 씨와 김용암 씨를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원칙대로'라면 대우조선은 노동부가 지정한 산재 삼진아웃 사업장에 들어가게 된다.
통영지방노동사무소에서는 이미 김용암 씨 사고직후 검찰에 구속수사를 요청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 송지태 산업안전국장은 "권오관 씨 사건의 경우 경찰이 교통사고처리 했지만 우리(노동부)는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산재로 사건을 분류해 검찰에 구속수사를 요청했다"며 "구속수사 하느냐 마느냐는 검찰이 결정할 일이지 노동부가 관여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필사적인 '교통사고' 처리
6월 25일, 사고가 발생한 가공부 절단공장 앞에서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한창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노란 안전모 쓴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트레일러가 사고가 났던 그 지점에 서서 평소 때와 다름없이 철판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사고지점 윗 편에는 '아빠 오늘도 안전, 1,3,1 실천' 이라는 플래카드도 걸려 있었다.
대우조선은 지금 워크 아웃 조기졸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3월 9일 HSBC(홍콩상하이은행)는 대우조선이 향후 2년 7개월간 건조할 72억 달러의 수주물량을 확보해 경영상태가 그 어느 때 보다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대우조선은 당초 2003년까지 주 채무 5%를 상환하기로 했던 계획을 수정해 올해 말까지 20% 주 채무를 상환해 워크 아웃을 조기 졸업할 계획이다.
그러나 그 덕분에 대우조선에는 일이 많다. 1995년 1000여명을 마지막으로 대우조선은 정규사원 채용을 하지 않고 있다. 그 대신 협력업체(하청) 노동자들이 부쩍 늘었다. 1만 5000명 중 1/3에 해당하는 5000명이 협력업체 직원들이다. 작업량이 늘어난 것은 월급 명세표를 살펴봐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1988년 입사한 김아무개(37) 씨의 작년 4월에 연장, 휴일근무가 71시간이었지만 올해들어 4월 근무시간이 연장돼 야간, 휴일 근무를 합쳐 총113시간에 이르고 있다. 근무일수도 작년 4월 21일에서 요즘은 한달 평균 24일 이상 일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했던 '가공부'에서 6년째 근무하고 있는 김영수(가명, 25) 씨는 사고를 보면서 "솔직히 무서웠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하다가 다쳐도 산재처리를 꺼리게 됩니다. 산재처리 하면 회사에서 아주 싫어하거든요. 아파도 쉬쉬하고 공상 처리하는 이유도 그것 때문입니다. 조립하거나 용접하면서 사고발생이 잦지만 쉽게 산재처리 이야기를 꺼내지 못합니다."
- 왜 사망사고가 자주 발생한다고 보십니까.
"일할 사람이 없어요. 한 사람이 두 사람 몫 일을 해요. 하루에 일할 분량 맞추느라 급급합니다. 위험한 작업이 있을 때는 여유 있게 일해야 하는지 그렇게 못해요."
- '안전교육'은 실시되고 있습니까.
"회사는 안전사고 나면 개인과실 찾기에 바쁩니다. 회사 잘못은 없고, 개인 잘못으로 책임을 돌리죠. 안전교육 때도 개인 '과실'만 강조합니다."
김 씨는 요즘 매일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한다. 한 달에 김 씨에게 주어지는 월급은 120만원 정도. 김 씨는 젊은 나이지만 혹시 있을지 모를 일을 대비해 보험에 가입해 뒀다.
39일간 미뤄진 장례식
대우조선은 경영상태는 양호하지만 이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 만큼 피곤하다.
지난 2월 27일 사망한 양승진(27) 씨. 제2도크 내에서 작업하다가 총 무게 60톤 가량 되는 램프에 머리를 맞아 현장에서 사망했다. 양승진 씨의 경우 노조 조합원이었고 유족들도 '원칙'대로 처리되는 것을 원해 공장 안에서 씻김굿이라도 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달 넘게 시간이 흘렀고, 39일만에 겨우 장례를 치렀다. 하지만 보상비용에 대해서 여전히 회사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1998년 9명, 1999년 1명, 2000년 7명, 2001년 5명. 대우조선 노조 집계에 따르면 98년 이후 모두 21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 형태는 대부분 협착, 추락, 폭발 같은 단순 사고사. 99년을 제외하고 한해 5명 이상이 대우조선소에서 주검이 돼 나간 셈이다.
"현장 조합원들은 이제 너무 자주 일어나는 사망사고에 무감각해 버렸습니다. 분노는 없어지고 '또 죽었다'는 체념만 남은 거죠."
대우조선 노조 김정곤(41) 위원장은 작업장 분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회사가 사람 몸값을 푸줏간 고기 값처럼 생각하는 인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사고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재수 없게 사고가 발생했다고 생각하지만 안전을 생각하지 않고 생산성 위주로 공장이 돌아가는 상황에서 자꾸 사고가 발생하는 건 어쩌면 당연할 일입니다. 백 번 괜찮다가 한번 잘못해도 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한번 일어날지 모르는 사고를 위해서 안전시설에 투자하고 노력하는 겁니다. 하청노동자들의 경우 위험시설에 더 많이 노출돼 있지만 죽어도 원청 노종자들에 비해 몸값이 형편없습니다. 올해 죽은 하청업체 직원인 정해모 씨와 김용암 씨는 어떤 합의와 보상이 이뤄졌는지 저희도 잘 모릅니다."
김정곤 위원장은 "가장 최소한의 조치가 법이지만 노동부가 그 약속 마저 지키지 않고 있어 정말 답답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회사도 안전에 신경을 쓰지 않는 건 아니다. 회사 HSE(Health/Safety/Environment)팀 박원열 부장은 "이번 사고 이후 회사에서도 나름대로 자구책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씨 사고 직후 회사 출입차량에 대해 안전수칙을 만들어 점검하도록 지시했다. 더 나아가 각 부서별로 위험 작업에 대한 체크포인트 설정과 점검 지침 보고서까지 제작했다.
- 특별히 사고가 많이 나는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시스템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교육도 하고 내규도 만들고, 600개 반마다 안전을 위한 규칙을 만들고 있습니다만 안전에 대한 의식이 부족합니다. 스스로 깨우쳐야 하는데 우리 나라 국민성이라는 게 자율이 잘 안되지 않습니까."
- 회사가 생각하는 방식으로는 구체적인 해결방안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데요.
"자기가 확인하고 스스로가 안전관리자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1만 5000명 모두에게 안전요원을 붙여주면 사고가 일어나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박 부장은 이야기 말미에 사고사가 단지 대우조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듯 A4종이 한 장을 내보이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6월 25일)도 전라도 영암군 삼호조선소에서 과장 한 명이 추락사로 죽었습니다."
"좋아, 좋아, 좋아"
'안전'과 '좋아'. 대우조선소에서 이 문구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우 조선소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안전을 위해 작업시간 전에 1번, 작업착수 시점에서 1번, 그리고 작업종료 후에 1번 모두 3차례 1분씩 안전점검을 한다. 이른바 '안전 1,3,1' 수칙. 안전 수칙을 점검하고 일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은 모두 "좋아, 좋아, 좋아"를 외친다.
400㎡ 대우조선 공장 안에서 '안전'과 '좋아'라는 문구를 확인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늘도 1만명이 넘는 현장 직원들은 일종의 집단적 안전의식인 "좋아, 좋아, 좋아" 합창을 외치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렇지만 역설적이게도 대우조선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의 조건은 현실적으로 그리 좋지 못하다.
좀 더 여유 있게 일할 수 있는 근무조건을 원하는 노동자들과 '개인의 과실' 여부가 안전의 중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하는 회사와의 입장차이는 생각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다.
원진녹색병원 부위원장이자 노동건강연대 공동대표 임상혁(38) 박사는 대우조선소 사망사고 빈도가 높은 원인을 이렇게 설명했다.
"원인은 간단합니다. 죽지 않게끔 하는 비용이 죽어서 지불하는 비용보다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거제도에 있지 않습니까. 아마 서울 근처에서 한 사업장에서 다섯 명 사망 사고가 났으면 아마 큰 사회문제가 됐을 겁니다."
임 박사는 "사업주의 인식전환과 정부의 지도, 감독이 강화되면 사망사고를 줄일 수 있겠지만 제도가 있어도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어렵고 힘들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스스로가 문제를 제기하고 고쳐나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방안을 제기했다.
서울로 돌아오면서 회사 홍보팀 관계자가 기자에게 자랑처럼 이야기한 내용이 떠올랐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배를 만들 수 있는 곳이 바로 대우조선소입니다. 8달 반이면 배가 완성될 수 있습니다. 주문량, 원가, 생산성 면에서 단연 선두입니다."
'병들지 않고, 다치지 않고, 죽지 않고 일할 권리 확보'
세계에서 가장 빨리 배를 만들 수 있기 위해 대우조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10년 전 노조를 만들 당시 외쳤던 과거의 구호를 여전히 붙잡고 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