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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마셰코 하정숙 토속음식 만들기 원문보기 글쓴이: 한국관
시원+담백 자연식탁 사찰음식 | ||
사월 초파일(初八日)이 다가오면 ㅈ러간은 분주해진다. 올해는 부쩍 빨리 찾아온 더위로 절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음식을 마련하는 스님들의 손끝이 더 바쁘다. 오신채(파, 마늘, 달래, 부추, 양파)를 멀리해 담백한 사찰음식. 담백함에 시원함까지 곁들여진 것은 무엇일까
#“미역 냉국이면 됐지, 뭘 바라”
스님들은 더운 때 무엇을 드실까 궁금했다. 지리산 한 자락에서 홀로 그림 그리며 수행하고 있는 지통사 스님께 전화로 물었다. “올해는 더위가 빠르고 기세도 무섭다네요. 이런 때 스님들은 어떤 음식으로 더위를 식히시나요?” 몇가지 시원하고 화려한 사찰음식을 기대했다.
“미역 냉국을 많이 해먹어, 특별한 것이 있나. 그거면 됐지. 한철 덥고 지나칠 것을 왜 수선을 피워요.”
요즘 스님은 꽃대가 올라오기 전 따놓은 고수를 넣어 찌개도 끓이고, 무침도 해드신단다. 평소 밥상은 찬이 3~4가지 넘지 않고 단출하다. 배추밭에서 막 솎아낸 어린잎을 따다 간장에 양념한 겉절이, 봄에 뜯어놓은 취나물 무침, 가죽나무 새순에 밀가루를 입힌 부각, 새순은 끝나고 두번째 올라온 두릅잎 등.
듣기만 해도 연둣빛 지리산이 밥상에 올려진 것 같아 입안에 짙은 향이 배이는 듯했다. 스님은 지통사 마당에 폈다가 막 지고 있는 며느리밥풀꽃과 금낭화 소식도 전했다. “스님들은 요란하게 안 먹어. 요즘은 바깥 사람들이 절간 음식 더 좋아하더만. 애들 아토피다, 인스턴트 음식이다 해서 관심이 많은 것 같데. 그게 다 지나친 욕심들로 생긴 것 아니겠어요.”
#시원한 사찰음식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자리한 사찰음식 전문점 ‘감로당’ 홍연희 사장은 ‘더덕겨자냉채’와 ‘표고버섯 유자 탕수육’ 등을 꼽았다. 입맛을 잃기 쉬운 때 새콤 달콤한 맛으로 기운을 차릴 수 있고, 재료 또한 간단하다.
“‘더덕겨자냉채’는 더덕, 배, 미나리와 고명으로 얹을 잣만 있으면 돼요. 길이를 한 입에 먹기 좋게 썰죠. 겨자에 식초, 진간장, 소금, 설탕을 넣어 소스를 만들고 버무리면 됩니다. 더덕, 미나리 향이 상큼해 입맛 없을 때 좋아요.”
‘표고버섯 유자 탕수육’은 말린 표고버섯을 불려 사용한다. 쫄깃쫄깃한 맛을 살리기 위해서다. 고기양념장으로 재운 표고버섯에 감자전분과 찹쌀가루를 입혀 두번 튀긴다. 여기에 다시다 국물에 유자청 넣은 소스를 끼얹는다. 피망을 곁들이면 더욱 맛좋다. 사찰음식 전문가 적문 스님은 차게 해 먹는 음식과 음료, 당장은 덥지만 따뜻한 재료로 원기회복에 좋은 ‘취나물 쑥 완자탕’ 등을 추천했다.
◇소면시금치말이
◇산더덕삼색물김치
▲재료-더덕 200g. 배 1개. 생강 한뿌리. 감초 약간. 고춧가루 1큰술. 미나리 한줌. 소금·설탕·식초·백년초즙·치자즙·시금치즙 약간. ▲만드는 방법-①더덕은 껍질을 벗겨 손가락 굵기만큼 잘라 소금에 절여놓는다. ②배는 껍질을 벗겨 가늘게 채썬다. ③무는 얇게 썰어 소금·설탕·식초에 담가 놓는다. ④미나리는 끓는 물에 재빨리 넣었다가 건져 찬물에 헹궈 놓는다. ⑤절인 무를 3등분해 백년초즙·치자즙·시금치즙에 담가 삼색으로 만든다. ⑥더덕을 무에 감싸 하나씩 미나리 잎으로 묶는다. ⑦고춧가루와 생강즙을 베에 싸서 감초 물에 넣어 고추 물을 만들어 놓는다. ⑧고추 물에 알맞게 간을 해 더덕, 배 묶음을 넣어 담아낸다.
◇유두절(음력 6월15일) 사찰수단
▲재료-찹쌀가루 1컵. 귤병(귤을 꿀에 절인 것) 1큰술. 청배 1큰술. 대추 3개. 계피가루·꿀·잣·전분가루·설탕 약간. 오미자 1큰술. 딸기 200g. ▲만드는 방법-①찹쌀가루를 곱게 갈아 익반죽한다. ②귤병·청배·대추를 곱게 다져서 계피가루와 물을 섞어 소를 만든다. ③익반죽을 조금씩 떼어 소를 넣고 잣을 1~2개씩 넣어 동그란 경단을 만든다. ④전분가루를 묻혀 설탕물에 삶아 낸 후 냉수에 바로 넣어 식힌다. ⑤냉수에 우려낸 오미자국물이나 딸기즙에 경단을 알맞게 넣는다. |
사찰음식-마음까지 맑아지는 자연식탁 | |||||
“먹는 음식을 보면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먹거리가 풍부해진 요즘은 ‘왜 그것을 먹는가’의 의미가 더욱 중요해졌다. 맛있는 음식에 일단 끌리겠지만 ‘현대인의 병은 많이 먹는 데서 시작됐다’는 지적처럼, 건강과 직결돼 있는 먹거리는 선택할 때도 철학이 필요하다.
울산 울주군 은을암에서 열린 사찰음식축제의 현장에서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사찰음식의 정신’을 되짚어 보았다. 꼭 사찰음식대로 만들어 먹는다기보다 사찰음식의 정신을 일상의 음식과 요리에만 적용해도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 적문 스님은 “깨끗하고 정갈한 맛의 사찰음식은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의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 알맞다”고 말했다.
#자극적이거나 인공적인 재료를 쓰지 않는다 : 청정(淸靜)
말 그대로 깨끗하게 요리한다는 뜻이다. 인공조미료나 마늘·파·달래·부추 등 오신채를 쓰지 않는다. 파·마늘은 대표적 산성식품으로 아토피 등 피부질환의 원인이 되고, 강한 향과 맛이 정신을 어지럽게 한다고 불교에서는 보고 있다. 대신 천연조미료를 쓴다. 자연 그대로의 맛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서다. 천연조미료를 쓰기 위해서는 만드는 데 평소 꾸준히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예를 들어 된장과 두부로 천연조미료를 만들 수 있다. 두부 으깬 것을 소금으로 간해서 된장 속에 15일 정도 묻어둔다. 이후 고춧가루와 참기름, 통깨, 소금 등으로 양념해 다시 한달 정도 된장 속에 묻는다. 두부가 황금색을 띠면 된장과 함께 섞어 나물 무침이나 국 끓일 때 간 맞추는 용도로 사용하면 된다.
#소화흡수가 잘 되도록 만든다 : 유연(柔軟)
자극성없이 부드럽게 조리해 소화흡수를 높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음식 재료와 양념, 조리법 등이 음양의 조화를 이뤄야 몸 속에 들어가서 소화흡수가 잘 된다. 사찰음식에서 자주 사용하는 재료인 생다시마는 그것만 먹어서는 소화가 잘 안되기 때문에 반드시 식초와 함께 먹어야 한다. 보통 다시마를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이유다.
#음식마다 맛이 나는 비결을 살려라 : 여법(如法)
제철 재료를 사용하고 재료의 풍미를 살리는 것을 말한다. 요리마다 맛을 내는 포인트가 있다. 연근지짐은 밀가루 농도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농도가 짙으면 텁텁하고, 옅으면 모양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찰음식 전문점
사찰 음식은 저렴하지 않다. 음식을 만드는 데 손이 많이 가고 쉽게 구할 수 없는 재료를 쓰는 때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소측의 설명이다. 사찰 음식은 원칙적으로 파·마늘 등 오신채를 쓰지 않지만 일반인의 입맛에 맞춰 오신채를 일부 넣어 요리하는 곳도 있다.
◇산촌/ 인사동·고양 (02)735-0312
◇감로당/ 삼청동 (02)3210-3397
◇소심/ 안국동 (02)734-4388
◇채근담/ 대치동 (02)555-9173
◇고갯마루/ 상계동 (02)951-8790
▶집에서 만드는 사찰음식
#인삼야채말이
▲재료 생삼 3년생 100g·팽이버섯 1봉지·오이 1개·대추 5개·밤 5개·잣 1큰술·호두·소스(인삼엑기스 1작은술+꿀 1큰술)
▲만드는 법
①생삼과 오이는 포를 뜬 후, 부드러워지도록 꿀물이나 설탕물에 재워둔다.
②팽이버섯은 손질해 두고, 생삼·대추·밤·잣은 채썬다.
③인삼엑기스에 꿀을 넣어 소스를 만든다.
④생삼과 오이를 꿀물에서 건져내고 소스를 발라 내용물을 넣고 돌돌 만다. 소스에 찍어 먹는다.
#두부대추완자조림
▲재료 두부 3모·표고버섯 10장·대추 1되·당근 1개·피망 4개·간장 반컵·물엿 3큰술·참기름 1과 2분의1큰술·깨소금 2큰술·후추·통깨
▲만드는 법
①대추는 한쪽만 칼집을 넣어 씨를 뺀다.
②두부는 깨끗한 헝겊으로 싸서 물기를 꼭 짠다.
③당근·표고버섯·고추·피망은 곱게 다진다. 소금을 넣고 함께 볶는다.
④두부에 볶은 야채를 넣는다. 참기름·소금·후추·깨소금을 넣어 손으로 치댄다.
⑤대추 속에 두부를 조금씩만 넣고 꼭 눌러 안의 내용물이 나오지 않도록 한다.
⑥냄비에 간장·물·물엿을 넣고, 끓으면 대추를 넣어 조린다.
⑦냄비를 흔들면서 약한 불에서 은근히 조린다. 국물이 거의 다 졸면 참기름을 넣어 윤기를 낸다.
⑧남은 ④의 두부소는 조그맣게 완자를 빚어 기름에 노릇하게 튀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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