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행사로 오월 중순에 "옥토버 훼스트"에서 맥주 한잔을, 그리고 가까이에 있는 부띠끄 모나코 빌딩의 "압구정 볶는 커피집"에서 커피와 케이크를 먹으면서 학생들과 OB인 김차현선생이 "등산 한번 데리고 사 주세요" 하는 청을 들어 연휴의 중간인 어제 5월 27일에 청계산 등산을 가기로 하고. 9시까지 신분당선 2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그런데 막상 말한 김차현은 가족행사로 양해를 구하고.
3일 연휴 동안 나의 계획은 벌써 첫날 대한의학회 주최의 "장애자 평가기준에 대한 워크 샵"을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들었고, 저녁 7시에는 독일 상무성에 주최하는 독일 와인 promotion을 압구정의 "개화옥"에서 밤 10시까지.
그리고 "부처님 오신 날"은 처와 함께 아침 일찍 구룡사에 가기로 예정이 되어 있다.
그러니 하루는 나를 위해, 다음 날은 학생들을 위해, 마지막 날은 처를 위해 쓰기로 작정.
정시에 도착을 하니 4학년 대장이 보고 한다.
누구는 교회때문에, 누구는 부친의 생일을 맞아 지방에 가고 일곱명이라고.
한번은 다른 지도교수의 학생들을 끼워서 청계산 이수봉 등산을 갔는데
8시 집합시간에 나의 지도학생들은 대부분 15분전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었고
다른 지도교수의 학생은 양재동에서 "택시를 탔습니다. 청계골인데 더 가야합니까" 등등 으로
결국 아홉시가 다되어 출발한 적이 있었고 그 후는 다른 팀을 붙이지 않는다.
교수와 등산을 간다면 적어도 미리 와있어야 하고,
모르는 길이라면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 보던지, 아니면 사전답사를 하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시험을 볼 때 한시간 늦으면 시험을 볼 수가 없고
수술장에 한시간 늦으면 수술을 할 수가 없는 법.
물론 내 학생들은 나의 성격과 습관을 잘 아므로 약속시간에는 절대로 늦지 않는다.
약속시간을 지키는 것도 학생교육의 하나이다.
그러나 4학년 학생이 올해 처음 지도학생을 배정 받은 이식외과의 김교수가
자기한테 지도교수와 어떤 모임을 갖느냐고 물어
"우리는 교수님과 산에도 가고, 저녁에 술도 마시곤 합니다". 라고 하였더니
난처한 얼굴을 하더라 하여, 진작 나한테 말하였더라면 "같이 가면 좋잖아" 하였다.
젊은 여교수와 달랑 지도 학생 하나와 무얼 할 수가 있을까?
오늘은 미륵당이 열려 있네.
바깥에서 사진을 찍으니까 관리인인 듯한 분이 들어와서 보라고 손짓을 한다.
자기는 11대를 여기에서 살고 있는 토박이로
미륵당 관리만 십년이 넘도록 하고 있단다.
입장료 대신 죽은 나무껍질릉 벗겨 달라하여 떼어 낸다.
앞에 있는 조그만하고 비뚤어진 석상을 일제시대의 고관이 가져가려다 혼난이야기 등.
여러 설명을 들었다.
재작년에 베어 낸 나무 둥치.
오늘의 산행은 진달래능선-옥녀봉-바랑골로 하기로 하고
첫번 쉼터인 샘물가에서 지난번 이 동네 산악회에서 심은 금송이 잘 있나 본다.
뒷편에 오르는 등산로가 보인다.
누군가 벌이야기를 꺼낸다.
그렇치, 지난번 산행에서 정군이 입가에 붙은 벌때문에 쩔쩔 매었지.
"정말 땅벌은 무서워" 하며 80년대에 신장학회 서울지회 집담회에서 나 온 벌 이야기로 동네 뒷산에서 데이트하던 남녀 중 여자가 벌에 새카맣게 물려 쓰러지니까 남자가 동네에서 갖고 온 살충제를 분무하여 벌은 죽었으나 그 후로 여자도 죽었다며 이는 할수 없는 일이 아닌가? 벌에 쏘여 죽는 경우는 두 경우이다.
하나는 아나필락시스(알레르기성 과민 반응)이고, 다른 하나는 벌독에 의한 것이다. 라고 강의.
이 코스는 항상 등산객이 없고 호젓한 길이다.
Photospot에서 포즈를 취한 학생들
내가 들어가서 다시 한장을 "저 나온 배좀 보소"
나무 벤치가 있는 쉼터에서 가져 온 과일을 먹으면서
어느 학생 바지에 붙어 있는 송충이를 보니 생각이 나서 이야기 한다.
중학교 다니면서 산림녹화가 구호이었을 때 송충이 잡으러 갔었지.
집게로 한 바케스를 잡아 불에 태워 죽이는 데.
털이 새카맣게 타고 난 다음 먹으면 안에는 파란 젤리같이 맛있다며 짓궂은 친구들이 먹으라 한 기억이 난다.
이야기 나온 김에 "쥐를 박멸하자"란 구호로 학생 일인당 쥐꼬리 세개씩,
다행히 꼬리가 긴 큰 쥐를 잡으면 두토막을 내어 가져 갈 수 있으나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마른 오징어를 적당히 씹어 아궁이 안에서 재를 묻혀 굴리면 쥐꼬리와 흡사.
또 있다. 파리를 성냥갑 하나 잡아 오기, 파리가 많은 학교 변소까지 파리채를 들고 와서 잡은 적도 있었다.
만약 지금 그런 숙제를 내었다면 학생들과 학부형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는 불문가지.
매봉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옥녀봉 쪽으로 올라 능선의 벤치에서 쉬고 있으니
나이드신 여자 노인 두분이 가다가 두리번 하며 쉴 곳을 찾아 얼른 자리를 양보해 드리고 옥녀봉을 향하여
바람 시원한 능선을 걷는다.
드디어 도착한 옥녀봉에서 찍은 단체사진.
"손가락으로 V자를 짓는 학생들은 아무도 없지요?"
"그렇게 하다가는 나한테 야단을 맞으니까요."
이제부터는 하산길이다.
바랑골로 접어 드니 다니는 등산객이 거의 보이질 않아 지난 번에 보아 둔 자리에서 전을 편다.
술은 원지동에서 산 막걸리 세통.
안주는 보시는 바와 같이 훈제 오리, 떡갈비, 불고기, 족발. 삶은 문어, 그리고 김치.
고구마와 아까 먹다 둔 과일과 내가 가져간 마른 안주.
나는 산에 가져온 음식은 산에서 모두 먹어야 한다. 라는 주의 이다.
집에서 정성스럽게 준비해준 음식들을 남겨 가면 절대 안된다.
이러면 내려가서 점심을 먹기 힘이 들터인데.
주위의 맑았던 하늘이 갑자기 컴컴해지고.
부산스럽던 새소리도 조욯해 지더니 "우르르 쾅 쾅'하며 번개가 번쩍.
잽싸게 학생이 스마트 폰으로 확인을 하니까 서울지역에 비가 온다고.
전을 걷고는 빠른 걸음으로 하산을 하다가
주말 농장의 원두막에서 나이든 부부가 비를 피하고 가라며 손짓을 한다.
나와 학생들과는 헤아릴 수 없이 산행을 하였으나 비를 한번도 맞은 적이 없었다.
1월 북한산 산행에서 내리는 눈을 맞으며 산행을 한 적은 있어도.
처가 걱정할 것같아 전화를 해보니까 서초동에는 벌써 비가 지나갔다고 한다.
아마 소나기가 남으로 내려가는 중인 모양이다.
주말농장들을 지나 큰길에 나오기 직전.
학생들에게 두가지의 선택을 제안한다.
전에 학생들과도 가 본적이 있는 원지동의 "정선가는 길"에서 점심을.
아니면 양재동의 뮌헨호프에서 맥주를.
원지동으로 정하고 걸어가다 보니까 김삿갓 막국수(02-2058-3077)"란 식당이 보여
한번 둘러보니까 그런대로 괜찮아 보여 들어간다.
벽에 붙어 있는 TV에 나 온 장면들.
심심하게 부쳐 나온 메밀전.
냉면김치와 얼음이 둥둥뜨는 육수.
사실 편육을 시켜 맛보았으면 하였으나 산에서 하도 여러가지 고기를 먹었기 때문에 참기로 한다.
동치미 막국수
비빔 막국수
국수는 각각 두개씩 시켰으나 양이 많아 여러명이 나누어 먹고도 남을 정도 이었다.
걸어서 청계산 역까지 와서 신분당선을 타고, 양재에서 내리고, 종점인 강남까지와서 다 내려면서
"교수님 감사합니다"
오늘은 학생들과 즐거운 산행을 하였다.
첫댓글 이번 연휴 보니까, 연휴 시작에는 서울에서 빠져나가는 차량들이 너무 너무 많았고, 연휴 끝에는 귀경차량들이
매우 많았던것 같은데, 원주의 구룡사를 왔다 가셨다면, 귀경길에 고생 많이 하셨을 것 같네요... 나는 석탄일에도 오후 3시까지 근무를 했었지만, 잘 하면 만날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계원장, 아니올씨다. 개포동의 구룡사로 양산 통도사 말사이지요.
원주, 어휴, 거기는 연휴에 도저히 갈 엄두가 나지 않지요.
구룡사라는 절 이름이 여러가지이네요....
유교수 요즘 청계산 자주 가네요. 나는 6월 20일 산에 오르던 도중 갑자기 심한 저혈압으로 큰 일 날뻔 했습니다.
24시간 홀터와 ABM(ambulatory BP monitoring)이 반드시 필요할 듯 하네요.
아니 왜 등산으로 단련된 윤원장이 갑자기 심한 저혈압이 왔을까요 ?
BPH로 약 먹다가 얼마전에 카두라로 바꾸었는데 부작용으로 기립성저혈압이 생겼던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