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에 걸렸는데 휴직해야 할까요?
김병수의 우울증 클리닉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우울증을 회사에 알리기 싫다며 쉬어야 하는 데도 억지로 참고 일하며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곤 했는데, 요즘은 약한 정도의 우울증 환자도 “휴직을 하고 싶은데 진단서를 떼 달라”라고 요청하는 사례가 잦아졌다. 아무래도 우울증과 정신과 치료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줄어들었기 때문일테다.
우울증을 앓고 있으면 기억력과 집중력이 저하된다. 평소에는 쉽게 처리하던 업무가 버겁게 느껴진다. 창의적인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애를 먹는다. 의사 결정을 못 하고 일을 미뤄두게 된다. 우울증에 걸리면 업무 효율과 생산성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일하는 존재로서 자기 가치를 느껴왔던 사람이 우울증에 걸리면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는다. 존재 가치가 없어지고 직장에서 쫓겨나고 말거라는 공포에 휩싸이기도 한다. 재앙적 사고에 빠져 우울증은 심해지고 업무에 대한 자기 효능감은 더 추락한다.
경도의 우울증이라면 직장 생활을 유지하면서 치료할 수도 있다. 아침부터 기분이 우울하고 기운도 없지만 그래도 씻고 옷 갈아 입고 제때 출근해서 필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면 경도 정도의 우울증이라고 보면 된다.
기운이 없고 업무에 대한 의욕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식욕저하와 불면에 시달리고 인지 기능이 저하되어 직장과 일상을 평소처럼 유지할 수 없다면 중등도 혹은 그 이상의 우울증일 가능성이 크다. 이 정도의 심각도를 보이는 우울증 환자는 반드시 해야 하는 업무를 못 해내거나 중요 업무에서 전에 없던 실수를 한다. 업무 능력뿐만 아니라 근태에도 문제가 생긴다.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데도 억지로 출근해서 시간만 떼우다 보면 심리적인 괴로움은 더 커진다.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이 발병했다면 휴직을 고려해봐야 한다. 일에서 벗어나 치료에 전념하는 게 낫다.
휴직이 필요하다면 그 기간은 어느 정도여야 할까? 휴직이나 병가를 신청하기 위한 직장 제출용 진단서에는 치료 기간이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환자는 의사에게 “진단서에 치료에 필요한 시간을 한 달, 두 달처럼 그 기간을 꼭 같이 기록해주셔야 해요.”라고 요청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기간을 정하는 객관적 기준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골절상을 입으면 뼈가 붙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이 비교적 일관되게 알려져 있지만 우울증이나 공황장애같은 정신과 질환에서는 증상의 관해에 걸리는 시간이 환자나 환자가 처해 있는 환경에 따라 편차가 매우 심해서 휴직 기간을 객관적으로 말해주기 어려울 때가 많다. 우울증상이 사라지는 데 필요한 시간과 업무 능력이 회복되는 데 걸리는 그것 사이에 괴리도 큰 편이다. 증상은 좋아진 것 같은데 일할 정도로 회복되지는 않아 어려움을 겪는 직장인 우울증 환자가 많다.
우울증이 완전히 회복되어야 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다라고 하면 그 기간이 6개월이 될 수도 있고 일 년이나 혹은 그 이상이 필요할 수도 있다. 발병 이전 수준으로 업무 능력이 회복할될 때까지 치료 받으며 휴직하면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이렇게 될 때까지 휴직 기간을 충분히 가지기 어려운 사례가 많다. 대기업이라면 그나마 낫겠지만 대체 인력이 희소한 중소기업이라면 휴직 기간을 충분히 길게 보장해주기 어려울 것이다.
우울증 환자 자신이 장기간 휴직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흔하다. 오랫동안 회사를 비우면 나중에 복귀하더라도 원래 업무에서 배제되거나 인사상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라며 염려한다. 무급 혹은 원래 보다 적은 급여를 받고 휴직을 해야만 한다면 경제적 상황도 휴직 기간을 정할 때 함께 고려할 수 밖에 없다.
우울증이라는 동일한 진단이더라도 환자마다 짧게는 2주의 병가부터 길게는 일 년 혹은 그 이상 휴직을 하는 사례까지 다양하다. 증상만 보지 않고 환자의 직업이나 그가 몸 담고 있는 직장의 사정, 미래의 커리어, 경제적인 상황, 환자의 일에 대한 기대와 태도 등을 모두다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하려는 정신과 의사라면 “환자에게 얼마만큼의 휴직 기간을 부여하는 게 가장 좋을까?”라는 고민에 정답을 쉽게 내놓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중등도 우울증 환자에게 2주 정도의 병가는 사실 그리 큰 도움이 되지 못 한다. 항우울제를 쓴다 하더라도 적어도 2주는 꾸준히 복용해야 치료 효과가 나오는데 업무 능력에 심각한 저하를 보이는 우울증이 짧은 시간에 좋아질리 없기 때문이다. 물론 짧은 휴식만으로도 환자의 고통이 일시적으로나마 줄어들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우울증을 제대로 치료하기에는 불충분하다.
휴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한 감도 떨어지고 나중에 업무에 복귀했을 때 적응에 애를 먹을 가능성도 커진다. 휴직하고 처음 1~2주는 마음이 편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불안이 커지는 환자도 적지 않다. 일에서만 벗어나면 모든 것이 나아질 거라는 환상적인 기대를 갖는 환자도 있는데, 이런 경우 우울증이 좋아졌다가 복귀 시점이 되면 특별한 이유 없이 악화되기도 한다.
우울증으로 인해 직장 생활에 현저한 곤란이 발생했다면 적어도 2달 정도의 휴직 기간이 필요하다고 권고한다. 우울증 완치를 목표로 한다면 두 달로는 부족하다. 재발성의 중증 우울증이라면 이 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 기억력와 집중력, 의사결정 능력과 같은 인지 기능이 우울증 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다음에 회사에 복귀하겠다고 하면 6개월이나 일 년 혹은 그 이상이 필요할 수도 있다. 우울감, 흥미감소, 불면, 식욕저하 등의 증상은 비교적 빨리 호전되지만 우울증에서 비롯된 인지 기능 저하는 회복이 더디기 때문이다.
첫댓글 출첵 합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건강이 가정을 지켜 주는거네요
오늘도화이팅.
비가 내릴런지 날씨가 흐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