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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소재 5.18 기념공원 지하 1층 추모공원에 있는 5.18유공자 명패. 4200여 명의 명패가 있다. /연합
15일 전광훈 목사의 기자회견을 두고 좌파 매체들이 "또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북한 연계설을 들이밀었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전 목사의 주장은 요약하면 "5.18이 정말 민주화 운동이고, 북한과 무관하다면 왜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전광훈 "5·18 유공자들, 떳떳하다면 이름 밝히고 나서라"
전광훈 목사가 제기하는 의혹의 근본은 5.18 사태의 ‘피해자’라는 사람들이 정말 떳떳하다면 국민들 앞에 이름을 밝히고 나서라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5.18 유공자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사실 5.18 피해자 보상은 노태우 정부 때부터였다. ‘월간조선’ 2018년 12월호에 따르면, 노태우 정부가 1990년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뒤 보상한 사람은 2224명이었다. 김영삼 정부 때는 12·12와 5·18에 대한 특검을 실시하고 5·18을 ‘민주화 운동’으로 승격했다. 이에 따라 5·18을 이유로 보상을 받은 사람은 4067명으로 늘었다.
그런데 1998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5·18 유공자가 3863명,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에는 3586명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2000년 6월 1일 ‘시사저널’ 기사로 5·18 유공자가 줄어든 계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당시 매체는 "5월 단체(5·18 유공자 단체를 의미) 내부에서는 국가유공자 예우 특별법이 제정되기 전에 대대적인 자정운동과 함께 ‘가짜 솎아내기 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어 주목된다"고 전했다. "1990∼1998년 세 차례 보상금이 지급되는 과정에서 허위로 서류를 조작해 보상금을 타낸 가짜 피해자를 가려내고 처벌해야만 진짜 피해자가 ‘역사에 부끄럽지 않게’ 국가유공자 예우를 받을 수 있다"는 5·18 관련 단체의 주장을 전했다.
실제로 김대중 정부는 수백여 명의 가짜 5·18 유공자를 적발해 처벌했다. 하지만 5·18 유공자는 다시 증가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4042명, 2010년 4090명으로 늘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또 줄었다. 2014년 4252명이던 5·18 유공자는 2015년 4235명, 2016년 4225명으로 줄었다.
4200명을 오가던 5·18 유공자가 대폭 증가한 것은 문재인 정부 때다. 2017년 4377명, 2018년 4403명으로 늘었다. 국가보훈처가 ‘팩트 체크’로 밝힌 데 따르면 2018년 11월 기준 5.18 유공자 수는 4407명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유공자…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오히려 줄어
우파 진영이 ‘5·18 유공자 명단 공개’를 촉구하는 주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해찬 전 총리,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병두 전 민주당 의원 등 5·18 당시 광주에 없었던 사람들이 유공자가 된점이다. 2019년 2월 이해찬 전 총리가 이를 해명을 한 바 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당시 광주가 고립된 상황을 깨기 위해 서울이나 다른 데서 시위를 벌인 그룹이 여럿 있었다"면서 "이들이 나중에 다 광주에 관해 유죄 판결을 받고 수형 생활을 하고 광주 유공자로 분류됐는데 저도 그런 케이스"라고 밝혔다.
이해찬 전 총리는 이어 "정치인 중에서 5·18 유공자는 많지 않다. 저와 설훈, 민병두 의원 등"이라며 "이들은 광주 현지에서 활동한 게 아니고, 당시 광주가 고립돼 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즉 5·18이 아니라 민주화 운동 유공자로 선정되는 게 맞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우파 진영 일각에서는 "이해찬 등은 5·18 유공자 자격이 없다"고 비난하는 것이다.
이 전 총리의 해명을 차치하고라도 5·18 유공자 선정과 그 명단 비공개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는 다른 이유는 바로 선정 과정의 불투명성이다. 2021년 3월 19일 ‘프레시안’은 "광주 5·18 유공자 공적심사 부실 드러나 ‘충격’"이라는 보도를 내놨다. "과거 5·18 유공자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던 A씨와 B씨가 다른 심사위원의 부탁을 받고 유공자 선정에 가점을 줬다"는 요지의 내용이었다. 매체는 "두 명의 심사위원이 양심고백을 하면서 (5·18 유공자) 공적심사에 부실이 있었음이 드러나 그동안 제기되었던 가짜 유공자에 대한 논란이 확인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대중 정부 때 논란이 됐던 ‘5·18 가짜 유공자’가 지금도 있음을 의심할 수 있다.
◇5·18유공자 판정, 광주광역시장이 위원장 맡은 심의위서 결정
‘5·18 유공자 선정’의 불투명성은 심의 문제라는 지적이 옛부터 나왔다.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 제3항은 "보상심의위원회는 위원장 1인을 포함한 15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위원장은 광주광역시장이 되고 위원은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와 관계 공무원 중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무총리가 임명 또는 위촉한다"고 돼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5·18 유공자 심의’와 관련해서는 국가보훈처보다 광주광역시가 더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정황은 2018년 10월 보훈처의 국회 국감에서도 드러났다.
당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피우진 보훈처장에게 "5·18 유공자가 늘어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피우진 처장은 "(5·18 유공자) 보상위원회에서 결정을 하는데, 결정한 인원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김 의원이 "보상심의위는 보훈처에서 결정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재차 묻자 피우진 처장은 "네, 심의는 광주광역시에서 한다"고 답했다.
5·18 유공자 명단 비공개와 관련해서도 피우진 처장은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명단 비공개와 관련해 대법원이 "이름 일부만 공개해도 추정이 가능하므로 개인정보보호를 DNLGS 비공개가 적법"이라고 했지만 다른 보훈대상자와는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보훈처는 독립유공자 명단을 완전 공개하고 있다. 참전유공자 명단은 공개하지는 않고 있지만 인적 사항을 알면 조회가 가능하다. 반면 5·18 유공자 명단은 온라인 등을 통해서는 알 수가 없다. 다만 광주광역시 서구 치평동 소재 5·18 자유공원 지하 1층 추모승화공간에 4295명의 명패가 붙어 있다고 한다.
명패가 붙은 사람은 고인도 있지만 적지 않은 사람이 살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이 5·18 당시 어떤 ‘공적’을 세웠는지는 알 수 없다. 때문에 우파 진영은 "그렇게 자랑스러워하고 정부 지원까지 받아 챙길 정도의 공적이라면 밝히는 게 마땅치 않느냐"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2019년 5월 17일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 5.18유공자인 강길조 씨의 집에 ‘유공자 명패’를 붙여주고 있다. /정책브리핑
◇유공자 본인과 배우자, 자녀, 부모와 조부모까지 취업지원 대상
5·18 유공자에 대한 정부 지원도 20년 넘게 논란이다. 보훈처가 밝힌 5·18 유공자 혜택을 보면, 본인 또는 선순위 계승자로 80세 이상의 생계 곤란자에게 월 10만 원의 지원금 지급, 사망 시 영구용 태극기 및 묘비 제작비 지원, 중·고·대학교 수업료 등 면제 및 학습보조비 지급, 취업 시 본인은 10%, 배우자와 자녀, 부모와 조부모 등 가족은 5%의 가산점, 본인과 보훈특별고용 및 일반직 공무원 등 특별채용, 취업수강료, 직업교육훈련 제공, 의료지원, 주택 및 농토 구입이나 사업 또는 생활안정자금 명목의 대출 등이 있다.
가장 큰 논란이 되는 대목이 취업 지원이다. 5·18 유공자 본인에게 지원을 해주는 건 모르지만 그의 배우자와 자녀, 부모와 조부모까지 대상이 되고, 공무원 시험 등에서 최소 5%의 가점을 주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매우 크다. 공무원 시험에서는 총점의 5%가 등락을 확연히 가르기 때문이다.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는 우파 진영의 요구에 젊은 층일수록 공감하는 이유가 바로 이 취업 시 가산점 때문이다.
‘5·18 특별법’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점이 문제다. 특별법 제8조를 보면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문제는 ‘5·18에 대한 허위사실’ 여부 판단과 처벌 대상이다. 온라인을 통한 비판은 물론 공연물 전시나 상영, 토론회, 간담회, 기자회견, 집회, 가두연설 등에서 5·18에 대해서는 함부로 말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전광훈 목사는 "가능성이 충분한 다른 의견은 아예 배척하는 비민주적인 특별법"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일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 등은 전광훈 목사를 이 특별법 위반 및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광주 북부경찰서에 고소했다.
<<>>유공자 명단 공개? “김진태 의원, 광주 5ㆍ18기념공원에 와서 보시오”<<>>
입력 2019.02.15 12:40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2151274732475
광주 시민들 분노… 벽면에 피해자 4296명 명단 ‘빼곡’
“한국당 의원들, 광주항쟁에 대해 얼마나 무지하면…”
광주 서구 5ㆍ18공원 내 추모공간 벽면에 5ㆍ18 관련자 4,296명의 명단이 새겨져 있다. 김종구 기자
“김진태ㆍ김순례ㆍ이종명 의원이 한 번이라도 여기에 와서 봤다면 그런 말 못 하제.”
15일 오전 11시 광주 서구 5ㆍ18기념공원에서 만난 70대 어르신은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5ㆍ18민주화운동 유공자 명단 공개 요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질문에 버럭 화부터 냈다. 그는 “이들 의원과 자유한국당이 5ㆍ18에 대해 얼마나 무지하고 관심이 없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저길 가보라”고 대뜸 공원 내 지하 추모공간을 손으로 가리켰다. “5ㆍ18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고 떼를 쓰고 있는 김 의원과 극우보수세력들의 코를 납작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광주 5ㆍ18기념공원 내 5ㆍ18현황 조각 및 추모승화공간 전경. 김종구 기자
실제 기념공원 내 지하 추모승화공간에 설치된 어머니 조각상 뒤쪽 벽면엔 5ㆍ18 관련자 4,296명의 이름이 새겨진 오석(烏石ㆍ흑요암) 명패가 붙여져 있다. 이들 명패가 차지한 공간만 높이 2.2m, 길이 22m에 달한다. 조각상 앞쪽 벽엔 1980년 5ㆍ18 당시 전남도청 앞 금남로 모습이 대리석에 새겨져 있다.
광주시는 당초 1999년 5ㆍ18기념공원을 준공하면서 광주민주화운동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피해 보상이 이뤄진 사망자와 행방불명자, 부상자, 기타 희생자 등 4,321명의 이름을 명패에 새겨 벽면에 설치했다. 시는 이어 2000년 6월 당시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가짜 5ㆍ18피해보상자 30명의 명패를 떼어낸 뒤 2005년 5차 피해 보상 심사 때까지 확인된 관련자들의 명패를 추가 제작해 설치했다.
광주 5ㆍ18 기념공원 내 추모공간 벽면의 5ㆍ18 관련자 명단 일부. 518기념문화센터 제공
이들 명패 속 이름들은 국가보훈처가 지정한 5ㆍ18유공자(4,415명) 명단과 거의 일치할 가능성이 높다. 2002년 제정된 5ㆍ18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유공자 지정 및 관리를 담당한 국가보훈처는 5ㆍ18피해보상자들이 유공자 지정 신청을 하면 별도의 심사 절차를 거치지 않고 광주시의 보상금 지급 심사 결과를 인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 등이 요구한 5ㆍ18유공자 명단이 사실상 공개돼 있는 셈이다.
광주 5ㆍ18공원 내 추모승화공간 내부 전경. 김종구 기자
또 5ㆍ18기념공원 내에는 80년 당시 광주ㆍ전남북지역에서 활동했던 학생 관련자들의 명단도 공개돼 있다. 5ㆍ18 현황조각 공간 옆에 ‘5ㆍ18민주화운동 학생기념탑’이 있는데, 여기엔 80년 5월 당시 초ㆍ중ㆍ고교생 신분으로 사망했거나 부상을 당하는 등 5ㆍ18관련자로 인정된 300여명의 이름과 학교명이 함께 새겨져 있다. 80년 5월 당시 상황일지와 사진, 관련자들의 진술도 적혀 있다.
광주 서구 5.18기념공원 내 5.18민주화운동 학생기념탑. 김종구 기자
시민 정모(광주 북구 일곡동)씨는 “제1 야당의 대표와 최고위원으로 출마한 사람들이 광주항쟁에 대해 이렇게 무지한 것도 모자라 이를 악용해 정치세력을 규합하려 한다는 사실이 광주를 더욱 아프게 만든다”며 “이들 의원은 즉시 사과하고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