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코인, 전북은행과 실명확인계좌 발급 계약 막바지
FIU의 유통량 문제제기가 막판 변수로 떠올라
FIU 부정적 스탠스에 은행 부담 느낄 가능성 커져
계좌 확보 이달 말 넘기면 상장폐지될 수도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국내 가상자산 결제서비스 페이코인과 전북은행 간 실명확인계좌 발급 계약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금융 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변수로 부상했다. 당국이 “페이코인 7억개의 행방이 불명확하다”고 자금세탁 우려를 드러내면서, 전북은행이 계좌 발급에 부담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8일 블록체인 업계에 따르면 페이코인 운영사 페이프로토콜은 최근 전북은행과 실명확인계좌 발급을 위한 실사를 마무리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페이코인은 이달 말까지 실명계좌를 확보해야 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지원을 유지할 수 있다.
앞서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이용자에게 코인을 받고, 이를 환전해 가맹점에 정산하는 페이코인의 서비스 구조상 ‘매매’ 행위가 일어나고 있으므로 서비스를 지속하려면 가상자산 거래소처럼 은행 실명확인계좌를 확보해 사업자 변경 신고를 하라고 지시했다.
(사진=페이프로토콜 제공)
FIU가 제시한 기한 내에 페이코인이 실명확인계좌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지난달 6일부터 서비스는 종료됐지만 업비트, 빗썸, 코인원이 소속된 디지털자산 거래소 협의체(DAXA, 닥사)는 페이코인의 ‘투자유의종목’ 지정기간을 3월 말일까지 연장해주고 계좌 발급 계약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한 차례 유의 연장을 받은 만큼 이달 말을 넘기면 상장폐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페이코인 측은 그동안 “3월 말 이전에 넉넉하게 계약이 가능할 것 같다”고 자신해왔다. 실제 지난주 실사를 마치며 이번에는 실명계좌 발급 확인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FIU가 언론을 통해 페이코인 유통량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입장을 드러내면서 실명계좌 발급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지난 2일 언론 등에서는 FIU에서 입수한 자료를 근거로 페이코인 7억개가 알 수 없는 제3자에게 넘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페이코인이 누구에게 지급했는지 밝히지 않아, FIU가 자금세탁 위험을 우려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페이코인 측은 즉시 해명에 나섰다. 해당 물량은 에코시스템·어드바이저·팀 인센티브 3개 항목으로 배정된 것이며 이는 백서(초기 사업계획서)에도 명시된 내용이라는 것이다. 또, 해당 항목으로 배정된 페이코인 7억5300만개 중 실제 지급된 것은 1억9700만개라며, 의혹이 제기된 수량에 대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급 대상을 숨겼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계약서에 비밀유지 조항이 있어 공개하지 못했지만, 대상자의 이름을 마스킹한 계약서를 FIU에 제출했다”며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금융 당국의 관리 아래 있는 은행 입장에선 페이코인의 소명이 납득할만한지 여부보다, 당국이 페이코인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점에 더 중점을 두고 실명계좌 발급을 결정할 수 밖에 없다. 블록체인 업계 한 관계자는 “FIU가 페이코인에 자금세탁이 우려된다는 지적을 한 것이 은행 입장에서는 실명확인계좌를 내어주지 말라는 압박으로 느낄 수 있다”며 “당국의 보이지 않는 손에 페이코인의 운명이 달린 것 같다”고 짚었다.
임유경 (yklim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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