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0.5% 금리인하에도 달러가치는 예상보다 견고 … 1300원 벽 무너지지 않고 / 9/24(화) / 중앙일보 일본어판
미국이 0.5%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달러 환율은 여전히 견고하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가 축소되고 달러 대비 원화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달러 강세는 꺾이지 않았다. 금리가 떨어졌는데도 미 국채 수익률 역시 무풍지대에 머물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23일 오후 3시 30분 현재 1달러=1335.90원에 거래됐다. 전 거래일보다 6.80원 오른 환율로 달러 강세 국면이 다시 이어졌다. 미국 금리인하 이후 환율은 1달러=1320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이번 주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일본은행이 지난 20일 금리를 동결하고 추가 금리 인상에 신중한 모습을 보인 것이 영향을 미쳤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물가 상승 위험(물가 상승 압력)이 줄었다. 정책 결정의 시간을 벌었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7월에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상승한 엔 시세가 둔화했다.
여기에 위안화까지 급격한 가격 하락을 보이면서 아시아 통화 약세 기조를 강화했다. 엔화와 위안화의 하락이 원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이어지는 것도 환율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모건스탠리의 '반도체의 겨울' 보고서 등의 영향으로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주식을 순매도했다.
무엇보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양호하다는 지표가 계속 나오고 있는 점이 달러 강세 유지의 배경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 일본은 금리인상 미루고 미국 연착륙 기대 확대… 달러 강세 지속
지난달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1% 상승했다. 유럽이나 중국등에 비해 미국 경제는 호조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당분간 환율은 1달러=1300원대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이어진 달러 강세는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미 국채 이율도 금리 인하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양상이다. 통상은 금리가 내려가면 국채 이율이 하락하고 채권 가격은 상승한다. 그러나 미 장기 국채 이율은 상승 경향이다. FRB가 금리인하를 발표하기 하루 전인 17일에 미 국채 10년물 이율은 3.659%로 마감했지만, 20일에는 3.744%로 상승했다. 이날 오전 4시 기준으로는 전 영업일보다 0.003%포인트 상승한 3.747%를 기록했다. 10년물 국채는 미국 경기에 민감하다.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줄고 연착륙 가능성이 커지면서 채권 가격이 하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영증권 박소연 연구원은 0.5% 포인트 내린 것보다 통화정책 조정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등 파월 연준 의장의 강경 발언이 향후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금값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비트코인에 자금이 몰리는 등 금리 인하의 영향이 일부 투자시장에서는 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날 미국에서 금 현물은 온스당 2630달러를 넘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의 금값도 오름세다. 23일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순금 3.75g의 매입가격은 48만2000원을 기록했다.
금리가 떨어지면서 조달 비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리스크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날 한때 비트코인 가격도 한 달여 만에 개당 6만40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