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초등학교 앞에 살 때, 아버지가 중고 텔레비전을 사와서 화면을 틀자마자 본 것이 로마의 휴일이었다.
흑백 텔레비전에 흑백 영화, 그곳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다.
로마의 휴일을 보고, 10살 소년은 밤새 잠을 설쳤다. 그리고 소년은 다음 날부터 사춘기가 시작되었다.
‘로마의 휴일’에 대한 일기는 학교에서 선생님의 칭찬을 받았다.
소년은 영화를 보고 영화광이 되었고, 영화감독을 꿈꾸기 시작했다.
소년의 일기는 잠자던 그의 문학성을 깨워주었다.
오드리 헵번은 소년의 영원한 여인이 되었다.
그녀 보다 아름다운 여인은 그 후 나타나지 않았다.
유럽을 순방하던 이국의 젊고 호기심 많은 앤 공주(오드리 헵번)는 딱딱하고 어렵기 만한 공식 일정과 지루한 만찬 따위에 지쳐 버린다.
로마에 도착한 공주는 늦은 밤 몰래 궁을 빠져 나와 자유를 만끽하다 미국 신문기자 조 브래들리(그레고리 펙)를 만나게 된다.
곤경에 처한 그녀를 자신의 집에서 묵게 해 준 조는 다음 날 공주가 실종됐다는 첩보를 접하게 되고 자신의 침대에서 자고 있는 그녀가 바로 앤 공주라는 사실을 눈치 챈다.
특종을 노린 신문기자와 철없는 공주는 로마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꿈같은 하루를 보내며 서로 사랑에 빠지고 있음을 느낀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들의 관계는 불가능한 것이고 결국 서로를 위해 자신이 돌아가야 할 자리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앤 공주 캐릭터는 당시 타운센트 대령과 비련의 스캔들을 일으킨 영국 왕실의 마가렛 공주를 모델로 하고 있다.
앤공주는 로마 시내를 배회 하다가 우연히 이발소에 들어가고, 그곳에서 머리를 짧게 깍고 드디어 유명한 헤번 스타일이 탄생한다.
마지막 장면: 기자회견을 마친 앤 공주가 들어가고, 조는 한참을 공주가 들어 간 곳을 지켜 보았다.
그리고 기자회견장을 빠져 나오는 조의 구두 발자국 소리만 울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