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와 문화
보안의 오해와 진실: 이메일 주소가 노출되면
우리 정보가 위험해질까?
이희조(고려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
손 편지 펜팔이 유행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문구점에서 예쁜 편지지를 골라 마음을 적고, 정성스레 우표를 붙인 봉투를 우체통에 넣으며 설레던 시절이 기억납니다. 한번 편지를 보내면 답장이 오기까지 2~3주의 긴 시간이 소요되었는데 그간 편지함 앞을 서성이며 언제 답장이 올까 손꼽아 기다렸지요. 손 편지 시절은 그런 낭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긴급 업무를 대비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계약서 서명을 할 때도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이메일이 등장하면서 우리는 훨씬 쾌적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집니다. 클릭만 하면, 전 세계 어디든 0.1초 만에 내 의사를 이메일로 간편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에 따른 부작용도 생겨나, 받은 이메일로부터 악성코드 감염이 발생하거나 피싱 공격 대상이 되어 개인 정보나 기업 정보가 유출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이메일 주소를 공유하지 않는다면 좀 더 안전한 세상이 가능할까요? 그 대답이 ‘No’라는 사실은 모든 분이 예측하셨을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유동적이고 늘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며 그 기술과 활용 환경에 맞는 보안 전략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1975년 MIT Saltzer 교수와 Schroeder 교수가 제안하여 이제까지도 안전한 시스템 설계 기본 원칙으로 사용되는 보안 설계 8원칙이 있습니다. 그중 오픈 디자인 원칙을 소개해 드립니다.
“숨겨서 안전한 것은 안전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숨긴 비밀은 오래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은닉 보안 이라고 정의합니다. 예를 들면 화분 밑에 집 열쇠를 숨겨두는 방식과 같습니다. 화분 밑에 집 열쇠를 감춘다고, 도둑으로부터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이메일 주소 또한 숨긴다고 숨겨지지는 않습니다. 이메일 주소의 존재 의의 자체가 타인과의 접촉을 위한 도구이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이메일 주소가 공개될 수 있음을 전제하고, 이메일 주소가 공개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사례를 인지하여, 그에게 맞게 관리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공개하고, 웹사이트에 불필요하게 퍼질 수 있는 방식은 되도록 피해야겠지요. 더불어, 악성코드가 의심되는 메일 첨부파일이나 링크를 클릭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나 사람의 일인지라, 알면서도 악성 메일을 실수로 클릭할 때가 있습니다. ‘보도자료’, ‘채용지원’, ‘사례비 지급’과 같이 클릭하고 싶은 메일로 위장하기도 하고, 이전 업무 메일 답장인 것처럼 RE: 또는 FW:를 붙여 사람들의 실수를 유도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악성코드를 실수로 클릭했을 때도 감염되지 않도록 미리 조처해두는 습관이 매우 중요합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PC와 스마트폰 프로그램을 최신버전으로 유지하는 것입니다. 스마트폰 설정에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자주 클릭하고, Windows 기반의 PC는 [설정- Windows 업데이트]에서 업데이트 확인을 자주 실행해주면 좋습니다. Microsoft Office나 한글20XX, PDF 리더 등 자주 활용하는 문서작업 프로그램도 최신상태로 업데이트한다면 악성코드 감염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글을 쓰시는 분들이 특히 주의해야 하는 악성코드가 있습니다. 이메일 내의 첨부파일을 위장한 악성코드입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MS Word, 한글20XX, Acrobat 등의 파일들의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이것들은 EXE 실행파일 첨부 외에도 *.DOC, *.HWP, *.PDF 등의 문서파일을 위장하고 있습니다. 혹은 피싱 사이트로 유도하는 링크를 배포하기도 하는데요. 이때 문서 관련 프로그램과 웹 브라우저를 미리 최신버전으로 유지(업데이트)했다면, 악성코드를 클릭해도 감염에서 안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윈도우를 사용한다면 Windows 보안이라는 특수한 프로그램을 항상 최신으로 유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귀찮아서 혹은 자신은 안 당한다는 무모한 자신감이 있는 분 중 악성코드에 당하여 하드디스크를 저당 잡히거나(랜섬웨어), 끝없는 광고창을 봐야 하거나(애드웨어), 본인도 모르게 범죄에 자신의 컴퓨터가 사용되어(디도스) 경찰의 추적을 받는 등 큰 낭패당한 일들을 주변에서 자주 봅니다. 그런데 이렇게 큰일들이 실은 너무나 작은 악성코드 하나 때문에 일어납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기본적인 보안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라는 속담처럼 일단 악성코드 문제가 나타나면 치러야 할 대가는 너무나 큽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작품과 자료를 지키는 일은 보안 관리로부터 시작됩니다. 사용자가 보안 관리를 항상 습관화할 때, 스마트 세상의 편리한 시스템들은 안전하면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