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내의 관문이자 서울로 향하는 첫번째 역, 강매역.
1974년 5월 1일 행주역이라는 이름으로 개업하고 벌써 34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강매역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그 이유는, 2009년 9월 개통 예정인 경의선 복선전철화 공사에서 쏙 빠져있기 때문.
바로 옆 행신역과 불과 800m밖에 떨어져있지 않기 때문에 전철역 목록에서 제외된 기구한 운명이다.
타는 사람도, 내리는 사람도 모두 5명.
많지 않은 인원이다.
이들을 내려주고, 통근열차는 서울을 향해 외로이 떠난다.
강매역이 없어지게 되는 원인은 행신역과 인접해 있어서다.
실제로도 행신역과의 승강장 최단거리는 550m, 출입구의 거리는 700m에 불과하다.
전철이 개통되면, 행신역 입구의 위치가 지금보다 서쪽으로 이설되어 800m로 늘어나긴 하지만...
온통 선로와 공사자재들로 가득찬 이 곳에, 고양이가 무슨 일로 찾아왔을까...
저 발자국의 끝이 어딘지 너무나 궁금해진다.
구 행주건널목에서부터 이어지는 KTX 행신기지는, 그 덩치가 너무나도 방대하고 어마어마하다.
그래서 행신역에서 끝나지 않고 강매역 너머까지 쭉 이어진다.
그 반대편으로는, 90년대 초중반 대대적인 택지개발사업으로 지어진 행신지구(소만마을)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는 아파트단지, 뒷편으로는 KTX 차량기지... 행신역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행신-강매-화전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문산-파주-월롱 구간과 함께 공사 진척률이 가장 빠른편에 속한다.
벌써 복선 노반이 깔린지 오래고, 전차선 기둥까지 이미 모두 가설되었다.
전차선을 놓고 전기를 주입하기만 하면 바로 전동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이 구간은 "거침없이" 공사가 진행되었다.
강매역 폴사인은 아직도 90년대 중반에 만들어진 구 폴사인을 쓰고 있었다.
이미 승강장은 한 차례 이설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폴사인을 교체하지 않았다.
강매뿐만 아니라 문산-서울 구간의 경의선 역 대부분은 아직도 검은색 구형 폴사인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내년에 전철이 개통되면 이런 것들도 완전히 볼 수 없는 것들이 되어버리겠지만...
강매역의 생도 내년이면 정지되겠지...
35년간의 짧은 생을 마친 후,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겠지...
구형 역명판과 가로등에 달려있는 확성기...
삭막한 주변풍경과는 뭔가 대조적인 느낌이다.
강매역의 존재를 알려주는 파릇파릇한 역명판이다.
파주역에서도 똑같은 모양의 역명판을 볼 수 있다.
둘 다 승강장을 새로 이설하면서 만든 것 같다.
경의선에서는 이젠 공사판 중간을 횡단해서 역사로 가는 것도 더이상 낮설지 않다.
강매역과 행신역이 경의선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원조격이라도 되는듯, 벌써 전차기둥과 선로가 다 깔려있다.
강매역을 지나면 바로 강매교가 경의선상 위를 지나가고, 선로가 위아래로 분기되어 상당히 복잡한 형상을 이룬다.
화전역에서 KTX 기지입고 선로와 합쳐져서 입체교차를 하기 때문이다.
강매역 승강장으로 들어가는 곳임을 알려주는 안내판.
이런 "간이역"에서는 굳이 필요가 없는데...
강매역 승강장을 향해 되돌아보니, 구형 폴사인과 신형 역명판이 조화를 이룬 모습이 보인다.
새로운 것과 기존에 있던 것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데,
행신역과 강매역의 관계를 보면 정반대의 공식이 성립된다.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기존에 있던 쪽이 없어져야만 하는 쓸쓸한 현실이다.
운명이 다했다는 것을 예감하기라도 하듯,
표사는곳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다 찢어진 상태로 쓸쓸하게 자리를 지킨다.
아담한 컨테이너박스의 강매역...
92년에 이용객 저조로 대매소마저 없어졌지만,
행신지구 입주로 인해 96년에 다시 컨테이너를 짓고 대매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강매역 앞의 아파트들이 강매역을 다시 일으켜준 셈이다.
강매역 앞은 온통 공사판이다.
행신2지구가 중앙로를 중심으로 기존 행신동 오른편에 새로 지어지고 있다.
그 행신2지구의 끄트머리에서 강매역은 오늘도 조용히 손님을 기다리는 중이다.
강매역 주변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정작 강매역 본인은 바로 옆 행신역에게 밀려 자신의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운명에 처해 있다.
과연 강매역 폐지 이후 소만마을 주민들과 행신2지구 입주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35년의 짧은 세월을 마치고, 강매역은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긴 잠에 빠질 것이다...
첫댓글 강매라는 이름이 좀 안 좋기는 하죠. '강매'라는 말을 들으면 누구나 '강매(强賣)'가 먼저 떠오를 것입니다.
'강매'라는 이름에서 그 단어를 생각해 내실 줄이야... 그래도 실제 한자는 江梅이니까 좋은 뜻이지요. ^^
강매의 순우리말이 아마도 "가라뫼" 일겁니다. 실제로 행신동에서 서울방면 끄트머리의 행신오거리 부근을 가라뫼라고 부르죠 ㅎㅎ 버스정류장에도 가라뫼라고 안내되어 있고요...
그렇다면 차라리 역 이름을 '가라뫼'라고 고치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어차피 조만간 없어질 역이기 때문에 지금 바꿔봤자 무의미할 것 같네요...^^;
안타까운 점은 행신역을 청담역처럼 길게 늘어뜨려서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신 행신역 앞이 상업지구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쪽으로만 출구를 놓은 것 같습니다. 청담역은 도로를 따라 상업시설이 쭉 이어져 있기 때문에 비교하기는 조금 그렇네요... 게다가 청담역은 행신-강매보다 거리도 짧고 유동인구도 훨씬 많죠...
저도 고등학교 3년을 소만1단지에 살아서 강매역의 추억을 잘 압니다. 역 같지 않아 어색해 하던 같은 반 친구와, 강매역은 낭만과 운치가 있다는 국사 선생님 말씀도 생각납니다. 참 애틋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