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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7일에 있었던 인 플레임즈의 LA 공연 후기~
첨에 LA 와서는 놀러 다니기 바빴는데... 버스를 타고
다저스 구장을 가는데 우연히 아이언 메이든 광고판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 ON TOUR AUGUST 라고 씌여 있는
걸 보고 마구 심장이 뛰기 시작하는데 장난이 아니었다.
드디어 나도 아이언 메이든을 보는구나~~ 하고 엄청나게
흥분했었는데, 알고보니 동부부터 투어를 시작해서 LA는
9월 중순이었다. 아흑 ㅠ.ㅠ
그 당시 실망감으로 3일 밤을 설쳤고...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로 그룹들 홈페이지 투어란을 마구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놀랍게도 인 플레임즈가 전미 투어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아쉽게도 단독 투어는 아니고, 미국 하드코어 밴드
Earth Crisis와의 조인트 투어 형식이었다. 하드코어라..
솔직히 흥분 반 걱정 반이었다. prong님의 후기에 따르면
안경은 짤없이 깨진다고 하던데.. 과연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지..-_- (결국 안경은 깨먹는다-_-;;)
어쨌든 인 플레임즈 하나만 믿고 친구들을 꼬드겨서 같이
공연을 보러 갔다. 한가지 놀라웠던 게 티켓 값이 13.5불
밖에 안한다는 것이다. 헐..CD 한 장보다 훨씬 싼 가격에
공연을 보다니.. 울나라도 외국 밴드 왔을 때 괜히 소리도
별로 안좋은 올림픽 경기장에서 하지 말고, 작은 공연장
에서 싼 값에 여러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하는 곳은 웨스트 헐리웃의 Whisky A Go Go 라는
디스코텍(!)이었다. 1960년대에 생겨서 AC/DC와 도어즈
등 전설적인 그룹들이 거쳐갔다.. 라고 관광책자에 씌여
있다-_- 기숙사에서 버스로 20분 정도 걸리는데.. 실제
가보니 영화에서나 보던 그런 뭔가 허름하면서 심오한
분위기였다.
공연 1시간 전에 도착 했는데, 공연장 앞에는 대략 십여
명의 사람들이 삐대고 있었다. 타워 레코드에서 30분정도
놀다가 다시 와보니, 그래도 사람이 별로 많지는 않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모두 복장이 살벌했다. 전부 검은 옷에
레게 파마, 빡빡, 장발에 팔, 다리, 목 등등 문신 안 한
사람이 없고, 눈썹, 코, 귀, 혀 중에 뭐 하나 안 박혀
있는 사람이 없었다.-_-;; 그에 비해 우리의 모습은...
허허.. 군계일학이란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이라는 걸
깨달았다.-_-
어쨌든 줄을 서서 입장을 했다. 공연장에 들어가자마자
먼저 그 규모에 놀랐다. 이렇게 작을수가-_-;; 플로어가
정말 좁았고, 그 주위로 2층은 바가 있어서 앉아서 공연
을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인 플레임즈 티셔츠를 20불
에 팔길래 그걸로 갈아입어서 분위기를 맞춰줬다^^
그리고 예상 외로 인플 팬이 많아서 놀라웠다. 인플레임즈
티셔츠 입은 사람이 제법 보였고, 우리 일행도 전부 인플
티를 입고 있으니, 인플레임즈 보러 온거냐고 인사도 하고
그랬다.
이 날의 메인인 In Flames/Earth Crisis 에 앞서 두 개
의 오프닝 밴드가 있었는데, 첫번째는 Walls Of Jericho
라는 하드코어 밴드였다. 99년에 데뷔한 신인이고 보컬이
여자다. 체구도 작고 머리도 빡빡인게 리아를 연상시키는데
목소리는 오오.. 정말 거칠고 파워풀했다. prong님의 후기
덕에 플로어 앞쪽 양 옆은 안전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 쪽으로 피신해 있었는데^^; 그 때부터 슬램 댄스가
시작되었다. 오오.. 비디오로만 보던 슬램 댄스를 직접
보다니.... 그 광경을 보고는 정말 이 한마디만이 머릿
속에 떠올랐다.... '지*발*' -_-;;; 정말 이 단어로밖에
설명할수 없는 대단한 몸짓이다.-_-; 그리고 이 때는
플로어에 사람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슬램 댄서들은
자유롭게 뛰어다니면서 그 짓을 해댔고, 사람들은 이 놈
들이 몸을 던져오면 받아서 다시 플로어 안쪽으로 던져주고
그러면서 놀았다. 정말 오프닝 그룹보다 얘네들 구경하는게
훨씬 더 잼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엔 슬램 댄서끼리
서로 격렬히 부딪혀서 살벌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인플레임즈 공연 때도 저럴까.. 라며 걱정이 들기 시작했
는데, 그런 걱정은 두번째 오프닝 밴드에서 말끔히 사라졌다.
우선 플로어에 사람이 많아져서 슬램 댄싱할 공간이 작아
졌고, 하드코어가 아닌 그룹에는 슬램 댄싱을 안하는 매너
정도는 있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그룹은 Skinlab이라는
코어/스래쉬/데쓰 뭐 이런 장르의 그룹이었는데 사운드가
정말 죽여줬다. 소규모 공연장이라 울림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데 진짜 감동이었다. 그러나 젤 앞의 몇 명을 제외하고
열광적으로 호응해 주는 넘은 별로 없었다.
이 때쯤 플로어는 상당수가 인플레임즈 팬이었다. 곳곳에
인플 티를 입은 사람들이 보이고, 노래 사이에 "In Flames
Rule!!!" 이라고 외치는 넘이 있지를 않나... (물론 그 외침
에 나 포함 상당수가 환호를 보냈다^^ "닥쳐라!"라고 외친
넘도 있었지만) 그리고 Skinlab 보컬이 "인플레임즈를
기다리냐?"라고 하자 역시 나 포함 상당수의 사람들이
"YEAHHH~~~!!!" 라고 열광을 했다^^ (그 때는 사실 밴드가
측은해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마지막 곡에서는 자기네가
지금 비디오 촬영 중이라길래 좀 호응을 해주긴 했다.
드디어 얘네들도 끝나고 다시 30분 정도 장비 셋팅을 했다.
무대 젤 앞 왼쪽에 있던 우리는 그 사이에 한가운데 위치로
비집고 들어갔다. 바로 코앞에 무대가 보이는게 정말 흥분
되었다. 젤 먼저 Bjorn이 나와서 기타 사운드 체킹을 하고,
좀 있다 Daniel이 나와 드럼 사운드 체킹을 했다. 드럼,
베이스를 같이 치는데.. 캬~ 다리 아래서부터 떨림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것이다. 이것이 진짜 공연이구나... 생각하는
와중에 멤버들이 모두 무대 위로 올라왔다.
setlist
1. Bullet Ride
2. Embody The Invisible
3. Episode 666
4. Moonshield
5. Clayman
6. Behind Space
7. Only For The Weak
8. Pinball Map
encore:
9. Colony
신보 첫곡 Bullet Ride 시작되자마자 광란의 도가니였다.
미국에서도 이렇게 인기가 많은줄은 미처 몰랐었다. 연주
와 사운드는 모두 훌륭했고, Anders도 정말 열정적인 무대
매너를 보여줬다. 두 번째 곡 Embody... 를 하는데 이 곡
도입부가 상당히 멋있지 않은가.. 터져 나오는 기타 연주에
모두 미쳐서 뒤에서부터 마구 밀려오는데... 순식간에 무대
젤 앞으로 밀려버렸다. 이 때 안경을 뽀개먹었는데^^; 그래
도 무대 젤 앞인데다 안경이 없으니 헤드뱅잉하기도 편하고
오히려 훨씬 잼있게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이 곡 끝나고
Anders가 어떤 걸 원하냐? 고 하자 여기저기서 "Episode 666!"
이 터져나왔고, (역시 젤 인기곡인듯 하다) 정말로 육중한
리프의 Episode 666이 뒤를 이었다. 모두가 하나되어 "666!"
를 외치는데 정말 감동이었다^^
4,5,6번 곡 순서에는 자신이 없는데 어쨌든 모두 뛰어난
연주에 반응도 좋았다. Behind Space 할때는 Anders가
같이간 형의 머리를 손으로 툭툭 쳐주기도 했다^^; Anders는
항상 무대 젤 앞에서 노래를 해서, 계속 손을 뻗쳐 만져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한번씩 손도 잡아주고 관중들의 반응도
유도해 내고 상당히 멋있었다. Jesper는 생긴 이미지대로
연주에 충실한 편이었는데, Behind Space 솔로 할 때가
젤 멋있었던 듯 하다. 헤드뱅잉은 베이시스트(아마 Peter가
아닌 세션이었던 것 같다)가 젤 멋있게 잘했다. 특히
긴 금발로 풍차돌리기(?) 하는데 진짜 예술이었다^^
끝으로 신보에서 (당연히 할걸로 예상된) 두 곡을 했는데
후렴구는 모두 따라부르고 반응이 무지 좋았다. Pinball Map
에서는 모두 방방 뛰면서 난리도 아니었다^^ 10곡 정도는
하지 않을까 했는데, 아쉽게도 이 곡이 마지막 곡이었다.흑.
멤버들이 들어가고 모두 앵콜을 외치는데, 특히 "Ordinary
Story"가 압도적으로 인기 있었다. 나도 이 곡은 반드시 할
줄 알았는데 대신 흘러나오는 소리는 영롱한 키보드 사운드.
바로 Colony였다. Ordinary Story를 못들어서 아쉽긴 하지만
이 곡도 4집에서 1,2번 트랙 다음으로 좋아하는 곡이라
괜찮았다. 특히 헤드뱅잉 하기 좋은 리듬에 멋진 연주...
네 명이 일렬로 서서 헤드뱅잉을 하는데, 오늘 공연 중
가장 멋있는 장면이었다.
허무하게 앵콜 하나만 하고 들어가는 인플레임즈...
모두 목이 터져라 앵콜을 외쳤지만, 뒤에 Earth Crisis가
남아 있어서 미안하다며 들어가는 멤버들... 흑...ㅠ.ㅠ
그도 그럴 것이 무대 셋팅하는데 시간이 꽤 많이 걸려서
이미 인플 끝날때 12시가 훨씬 넘어 있었다. 학교 가는
버스가 1시에 끝기는 관계로 우리는 그냥 Earth Crisis는
내비두고 인플레임즈의 감동을 간직한채 Whisky A Go Go를
빠져나왔다.
9곡만 한게 너무나 아쉬웠지만, 우선 얘네들을 직접
봤다는게 만족이고^^ 그것도 무사히 젤 앞 한가운데서
죽이는 사운드로 들었다는 것도 기대 이상이었다.
올해 반드시 내한 공연이 성사되서 2시간 짜리 공연으로
다시 봤으면 좋겠다. 아니면 다트랑 같이 오는것도 좋고^^
ps. 공연 끝나고 버스 정류장에 있는데, 어떤 락커같이
생긴 넘이 CD를 5달러에 사라는 것이다. 그룹 이름이
Draconis던데 모르는 그룹이라고 그러니까, 자기가 하는
그룹이라면서 아주 전문적이고 노래도 좋다고 그러는 것다.
장르가 뭐냐니까 블랙 메탈이라고 하는데, 긴가민가 하는
와중에 같이 간 형이 그냥 사줬다. 허접하면 어쩌지라는
마음에 와서 들어봤는데... 오오.. 진짜 사운드도 좋고
노래도 좋았다. 우리한테 CD 판 넘은 보컬/기타의 Mike란
넘인데 이럴 줄 알았으면 싸인이라도 받을걸 그랬다...^^;
3인조 블랙 메탈 그룹으로 기타 멜로디가 쏠쏠하고 연주도
상당히 훌륭했다. 사운드 퀄리티도 준수했고, 나글파를
연상시키는 곡 스타일이었다. 5달러면 엄청 싼거였는데 흑..
내가 안산게 후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