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흥의 심원에 있는 송대 시인 육우와 당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가 떠오른다. 신혼 부부로 금슬이 좋았는데 아들이 과거 공부를 안하고 아내 사랑에 빠지자 시어머니가 이혼을 시켰다.
이후 육유는 객지를 떠돌다 8년 만에 고향의 심원(沈園)으로 바람을 쐬러 갔는데 이 곳은 돈 많은 지방 벼슬아치인 심(沈)씨가문의 정원으로 경치가 워낙 뛰어난 유원지였다.
마침 당완도 남편의 친구들과 함께 소풍을 나왔고 당완을 알아본 육유는 울다시피 하며 시 한 수를 담벼락에 쓰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채두봉(釵頭鳳)』이다.
채두봉(釵頭鳳) - 육유(陸游)
紅酬手 黃藤酒
滿城春色宮牆柳
東風惡 歡情薄
一懷愁緖 幾年離索
錯 錯 錯
春如舊 人空瘦
淚痕紅浥鮫綃透
桃花落 閑池閣
山盟雖在 錦書難託
莫 莫 莫
붉고 매끄러운 손으로 황등주를 따라주었네
성에는 봄빛이 가득 차고 궁궐 담장엔 버들잎
봄바람이 나빴던가 사랑이 옅었던가
한번 품은 근심의 실마리 몇 년이나 헤어져 헤맸던가
아! 잘못되었네, 잘못되었네, 잘못되었네!
봄은 예나 지금이나 의구하지만 사람만 홀로 야위어
연지 바른 얼굴에 흐르는 붉은 눈물 손수건을 적시네.
도화꽃 떨어지고, 연못가의 누각 또한 한가로운데
굳은 맹세 있다 한들 비단 글로도 전하기 어렵구나.
끝이로다, 끝이로다, 끝이로다!
그리고 얼마 후 당완도 그곳을 찾아 옛 남편이 자신을 못잊어 하는 시를 보고는 자신의 아픈 감정을 드러내어 같은 제목의 시로서 답을 한다.
채두봉(釵頭鳳) - 당완(唐婉)
世情薄 人情惡
雨送黃昏花易落
曉風幹 淚痕殘
慾箋心事 獨語斜欄
難! 難! 難!
人成各 今非昨
病魂常似秋千索
角聲寒 夜闌珊
怕人尋問 嚥淚裝歡
瞞! 瞞! 瞞!
세상의 마음은 옅다던데 그 사람 마음은 모질구나
황혼에 비를 보내니 꽃 지기가 더욱 쉬워라
새벽바람이 메마른데도 눈물자국이 남아있구나
마음을 부치고싶어 난간에 기대어 홀로 말하네
어렵구나, 어렵구나, 어렵구나!
그대와 나 제각기 가정 이루어 지금은 옛날과 다르네.
오랫동안 병든 영혼 날이 갈수록 적적하기만 하고
모서리에 부는 바람 차갑고, 밤에 난간에 홀로 서 있자니
남이 그 사연 물어볼까 두려워 눈물 삼키며 일부러 웃음 짓는다.
숨겨야지, 숨겨야지, 숨겨야지!
당완은 이 시를 써서 자신의 심정을 옛 남편에게 알린 후 우울증이 심해져 시름시름 앓다 얼마 후 세상을 버리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