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부산엑스포 유치 반대 투쟁 돌입 “한국은 자격 없다”
엑스포 유치 외교 중인 윤석열 대통령
파리 연설서 ‘연대’ 강조하기도…
“장애인 탄압하면서 연대? 엑스포 유치 자격 없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가 2030 부산 세계 박람회(아래 부산엑스포) 유치 반대 투쟁에 돌입했다. 엑스포는 경제∙문화 올림픽이라고도 불리는 국제행사로서, 현재 후보지인 부산광역시가 엑스포 유치에 성공한다면 2030년 5월부터 10월까지 부산시 북항 일원에서 개최된다.
전장연은 12일 오전 11시,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사무실이 있는 광화문 디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대한민국 윤석열 정부는 부산엑스포를 유치할 자격 없다. 엑스포가 열려 봐야 장애인에겐 의미 없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정부에는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오세훈 서울시장과 국민의힘에는 전장연 탄압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휠체어 이용자들이 “대한민국이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부산은 장애인에게 이동할 자유도 보장하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하민지
- ‘연대’ 외치는 윤 정부 엑스포 유치 외교… 장애인들 “자격 없다”
정부는 최근 이른바 ‘부산엑스포 유치 외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 브리핑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11일(현지 시각),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만찬에 참석해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등에게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 활동을 펼쳤다고 한다.
지난달 20일(현지 시각)에는 프랑스 파리시에서 열린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 참석해 연설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4차 프레젠테이션의 마지막 연사로 참여해 “경쟁에서 연대로 우리의 우선순위가 바뀌게 될 것”이라며 부산엑스포 유치의 취지를 밝혔다.
전장연은 현 상황에서 부산엑스포는 장애인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우리 모두 진정으로 함께하고 연대하는 부산엑스포 유치를 바란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엑스포 유치 구호는 허망할 뿐”이라며 “윤 정부는 출범 1년간 장애인을 차별하며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하고 장애인 목소리를 탄압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또한 “기획재정부는 권리를 한정된 예산에 가두며 장애인을 죽음으로 내모는 ‘T4 작전(독일 나치 시대 장애인 학살 프로그램)’ 중이다. 경찰과 검찰권력은 시민권을 보장하라는 정당한 외침을 표적수사로 탄압한다. 집권여당은 전장연을 시민과 갈라치고 혐오정치에 몰두하고 있다”며 “이동할 권리조차 보장하지 않고, 교육과 노동에서 배제하고, 감옥 같은 거주시설 정책을 지속하는 한 부산엑스포는 아무 의미 없다”고 비판했다.
전장연 활동가들이 광화문 디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하민지
- 장애인들, 국제박람회기구 본부 있는 파리로… “대한민국 민낯 전 세계에 알릴 것”
이날 기자회견은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사무실이 있는 디타워 14층에서 10시 30분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경찰이 강경 진압해서 디타워 안으로 진입조차 하지 못했다. 경찰은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에게 “건물주 측에서 시설보호를 요청해서 들어갈 수 없다”고 말하며 활동가들의 진입을 거듭 막았다.
같은 시각, 한덕수 국무총리는 서울시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정보보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한 총리는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하다. 디타워로 오던 전장연 활동가 중 일부는 롯데호텔로 찾아가 한 총리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나, 경찰이 활동가 휠체어를 통째로 들어서 쫓아내는 바람에 한 총리를 만날 순 없었다.
문애린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기자회견에 참석 중이다. 사진 하민지
전장연 활동가들은 11시가 다 돼서 디타워 앞으로 겨우 모일 수 있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박형준 부산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을 향해서는 △8월 2일 면담 시 2024년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을 약속하고 탈시설 이행계획 수립 △8월 7일 세계장애인대회 개막식에서 이동권 완전 보장 선포를 요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에게는 △전장연 탄압 중단 △서울교통공사 민사소송 취하 △서울시 이동권 보장 약속 미이행 사과 △서울형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서울시 추가 활동지원서비스, 탈시설 정책 퇴보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2024년 장애인 이동권 예산 3350억 원 반영 △전장연에 대한 탄압 중단을 요구했다.
활동가들은 경찰 진압으로 인해 디타워에 진입하지 못했다. 사진 하민지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전장연은 국내외를 오가며 부산엑스포 유치 반대 직접 행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8월 4일에는 공항철도 서울역에서 ‘Nothing 2030 BUSAN EXPO Without Disability Rights(권리 없이 부산엑스포 없다)’를 슬로건으로 한 캠페인을 시작한다. 8월 7일 열리는 부산세계장애인대회 개회식에서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9월 중에는 프랑스 파리로 출국해 국제박람회기구 대표단 접견을 추진한다.
박경석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장애인을 무시하고, 배제하고, 탄압하는 걸 포기하지 않는 한 부산엑스포는 기만적 행사일 뿐이라는 걸 전 세계에 알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