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을 읽어보면
결국 주장하는 요점은 <이길 수 있는 싸움만 하라>입니다.
군인의 수, 무기와 훈련의 정도, 군량 및 재화 등에서
상대보다 강할 경우 군을 일으키고 전쟁을 하는 것이 이치인 것입니다.
하지만 상황적으로 그런 것이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적보다 열세인 상황이 말이지요.
손자는 이에 대해 치고 빠지는 전술을 쓰라고 말을 합니다.
국지전의 유발...즉, 게릴라전을 통해 상대의 대군을 와해시키는 것입니다.
닥감독은 바로 지난 올랜도와의 두 게임에서 이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매치업에서 부터 범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AV-넬슨, 프조단-제이리치, 피어스-터쿨루, 베스-데이비스,
무어-듀혼, 퀴즈-레딕.
게임의 내용을 철저하게 이들의 대결로 몰고 갔습니다.
특히 공격에서 아주 두드러지게 보였습니다.
상당히 노골적으로 느껴질만큼 말이지요.
아이솔레이션만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위의 스크린을 이용한 컷인, 백도어.
픽앤롤의 도움까지 받아가면서 할 수 있는 모든 방안들이 동원됩니다.
트레쉬토크와 거친 몸싸움 역시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건 09-10당시의 게임 플랜과는 다른 것입니다.
그 때는 웨이드나 르브론 같은 에이스들과 동료들의 연결선을 끊기 위함.
즉, 팀과 팀의 대결이라는 관점에서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이건 철저하게 개인과 개인의 대결로 몰고 간 것입니다.
올랜도와 셀틱스의 싸움이 아니라
넬슨과 AV의 싸움인 것입니다.
나의 승리가 곧 팀의 승리이며,
나의 패배가 곧 팀의 패배인 것입니다.
이런 개념이기 때문에 셀틱스의 입장에서는
선수 개개인들에게 부담이 적습니다.
올랜도라는 팀 전체가 아닌,
눈앞에 보이는 나의 상대에게만 집중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모든 면에서 상대를 이길 필요가 없습니다.
AV는 넬슨을 압박하면서 최대한 그의 리딩과 득점을 방해하는 것.
그것만 성공하여도 전투는 AV의 승리입니다.
이것마저도 주위 동료들의 지원을 받으면서 말이지요.
매직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피곤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공이 가는 곳, 각각의 매치업이 만들어 지는 곳은 곧 전장이 됩니다.
전투가 벌어지는 곳은 분명 한 곳이지만,
정해진 곳 없이 산발적으로..그리고 지속적으로 벌어지기 때문에
코트 전체에 여러개의 전장이 만들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입니다.
27점이라는 큰 점수차가 벌어진 상황에서도
셀틱스의 선수들이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점수차가 크게 벌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선수 개개인들이 크게 밀렸다고 말하긴 어려운 내용이었거든요.
극단적으로 말하면 팀은 지더라도
나는 지지 않을 수 있는 것입니다.
네, 이게 참 아이러니한 것입니다.
보통의 루징팀, 팀캐미가 완전히 박살난 팀들에게 나올 수 있는 말이
팀을 이기게 만든 전술의 틀이 되었다는 것 말이지요.
그런데 말이죠.
어쩌면 여기에 바로 그 미학이 있는지 모릅니다.
팀과 팀의 대결이 아닌,
개인과 개인의 싸움으로 몰고간 셀틱스가
오히려 매직보다 더 팀플레이에 치중했습니다.
끊임 없는 스크린 플레이,
철저한 패싱게임과 협력수비에 이르기까지...
<나만 잘하면 돼>라는 말이
<다 망해도 나만 잘 살면 돼>라는 뜻이 아니라
<나만 잘하면 모두가 잘할 수 있어>라는 의미로 사용된 것입니다.
그런면에서 볼 때,
이번 올랜도와 두번의 싸움은 주는 의미가 무척 큽니다.
선수들 개개인의 자신감과 동기부여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고,
그들 상호간의 신뢰 또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이며,
미리 이들의 한계를 예단하려한 저같은 사람들이 반성할 수 밖에 없는 까닭입니다.
첫댓글 헐~대박 농구 안에 인생이 있네요
크~너무멋진글이네요
나만잘하면돼가 생각해보니 저런의미도있었죠
재밌는글이네요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