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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p.s.)
비가 오는군요.
봄비 우어어 나를 울려주는 봄비 언제까지 나리려나~
(내일모레까지랍니다.)
오늘은 인간의 정신력에 대한 잡설입니다.
문헌에 있는 분류법은 아니구요,
제 개인적인 야메분류법인디,
전 인간의 정신력을 크게 삼등분해서 봅니다.
자존심, 자존감, 멘탈
■■■ 개략적인 소개
자존심은.
일종의 '동아시아적' 자기개념이라 보는데,
한마디로, 외부에 비춰지는 내 가치레벨의 마지노선이라 볼 수 있습니다.
보통,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문화권 사람들이 갖게 되는 자기개념이고,
이것의 특징은 나 자체가 어떤가에 대한 사유思惟가 아닌,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지고 있는가의 이슈에 포커싱이 맞춰져있다는 겁니다.
자존심이 상했다/무너졌다, 자존심을 지켰다/세웠다 등의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일종의 이분법적 개념으로써,
자존심이라는 "마지노선"을 넘긴 상태(내 가치레벨에 대한 타인의 인정)와
그렇지 못 한 상태(내 가치레벨에 대한 타인의 reject/하향평가)로 구분될 수 있으며,
전자가 지향 상태라면, 후자는 지양 상태라 볼 수 있죠.
한편,
흔히들 누구누구가 자존심이 세다 라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이는 마지노선의 위치가 어디쯤에 있는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인증되어야 할(must be) 나의 가치레벨(=자존심=마지노선)이 높을 수록,
당연히 이 자존심 수성전이 고될 수 밖에 없을 거고,
나는 자존심 같은 거 안 키워 라는 사람들은
마지노선 자체가 없는 상태, 즉, 타인의 시선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이 되겠죠.
재밌는 건,
서양 문화권(문화심리학 문헌에서는 "존엄 문화권"으로 분류함)에는
우리의 자존심에 해당되는 정확한 단어가 없다는 겁니다.
어떤 개념을 뜻하는 단어가 없다는 건,
그 개념 자체가 그 지역 사람들에겐 생소한 것이라 표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 볼 수 있고,
(Ex. 결혼이라는 제도가 없는 사회에서는, 결혼이라는 단어 자체가 있을 필요가 없음)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는 서양 사람들의 성향을 생각해 본다면
그들의 언어사전에 자존심이란 단어가 수록되지 않은 것도 쉽게 수긍 가능할 겁니다.
대신 그들에겐,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있지요.
자존감은.
'전인류적' 자기개념에 가깝고,
내가 생각하는 나 자신의 가치수준이라 볼 수 있습니다.
타자의 개입이 없는. 온전히 스스로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에,
문화권(동/서양) 상관없이 전인류 공통으로 갖고 있는 자기개념이고,
다른 어떠한 자기개념들보다도 나 자신을 투영함에 있어 가장 내츄랄하단 속성을 지니고 있죠.
자존감이 떨어졌다/바닥이다, 자존감이 올라갔다/하늘을 찌른다 등의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일종의 연속성적 개념으로써,
쉽게 생각해 게임캐릭터의 HP(체력) 같은 거라 보시면 됩니다.
공격당하면 게이지가 떨어지고, 몬스터를 처치하거나 득템 시엔 올라가죠.
이건 자존심과는 달리,
거짓으로 있는 척 할 수도, 블러핑을 할 수도 없습니다.
나 자신을 상대로 속이거나 허세를 부릴 순 없는 노릇이니까 말예요.
그래서 자존감은, 있는 그대로의 자기개념(=자기가치감)에 가장 가깝다 볼 수 있습니다.
이의 효과 역시, 가장 즉결적이죠.
이게 다운되면 죽고싶어지고, 이게 올라가면 기세가 하늘을 찌르게 되거든요.
나는 가치로운 인간인가? 쓸모있는 인간인가?
동아시아 문화권 사람들은 종종, 자존감이란 단어에 생소함을 느낍니다.
자존심이란 단어에 더 익숙하기 때문이죠.
근데 이는, 우리들에게 자존감이란 개념이 없어서가 아니라,
다만 자존심의 영향력이 더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존감의 존재감이 퇴색되었다 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즉, 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느끼느냐보단,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가 더 관건이 된단 얘기지요.
그래서, 문화심리학 문헌에선 우리들 같은 문화를 "체면 문화권"으로 분류합니다.
멘탈은.
그냥 콩글리쉬에 가깝고, (ㅋㅋ)
우리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종합적 정신능력에 준한 자기개념입니다.
(Caution. 여기서부턴 문헌이 없기 때문에, 편하게 읽으시고 내용이 영 아닌 것 같음 저를 욕하시면 됩니다. ㅋㅋ)
멘탈이 좋다, 멘탈이 붕괴됐다, 님 유리멘탈 어쩔거임??, 멘탈이 썪었다, 저시키 멘탈이 그지네 등
당췌 한 가지로 정의내리기 어려운 광역 표현이라 할 수 있지만,
제 나름으로는 이를, 피플스 윈도우(people's Windows)라 정의내립니다. 즉, "운영체제"라 이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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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기계(컴퓨터)라 치면, 멘탈은 인간의 윈도우 체제이다.
이게 깔려있어야 우리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고,
이게 후지면, 고사양 프로그램 같은 건 돌릴 수조차 없다.
이게 바이러스 먹어서 먹통됐다 싶음, 회복될 때까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멘탈이 깨지면 사람들은 자신의 과거를 포맷하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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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를 들어 보자면,
인체=하드웨어, 멘탈=소프트웨어인 건데,
이런 식이라면, "휴머노이드"도 멘탈이 있는 겁니다. 아니, 되려 엄청 좋은 멘탈인 거죠.
잘 깨지지도, 붕괴되지도 않고, 항시 프로토콜대로 잘 돌아갈 테니 말입니다.
(Ex. 휴머노이드가 인베당해서 퍼킬 따인다 하더라도 멘붕될리는 없잖아요.)
하지만, 휴머노이드들에게 자존심과 자존감이란 개념이 있을까?
휴머노이드들에게도 천당과 지옥을 오르내리는 감정의 기복 같은 게 존재할까?
이 담론은, 인지과학/컴퓨터공학 등의 과학계나, 가깝게는 SF소설/영화계의 오래된 관심주제였고,
이로부터 가장 완벽한 휴머노이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되려 "감정이나 자존감 같은" 비합리적 시스템을 만들어내야 된다는 딜레마적 결론에 봉착하게 되죠.
여튼, 우린 인간이니까, 자존심에 휘둘리고, 자존감 때문에 천당과 지옥을 오르락내리락,
멘탈에 바이러스 먹고 멘탈이 붕괴되기도, 세월이 흐르면 저절로 윈도우7이 윈도우8으로 업그레이드 되기도 해요.
매우 고차원적이면서 정밀한 반면, 때론 들쑥날쑥하고, 당췌가 예측 불가능한 영혼.
(개략적이라고 했으면서, 내용이 너무 길어저버렸네요.
개같이 비생략적인 소개의 준말로 급선회합니다. 후우우. 나란 시키 요약 안 되는 시키..)
■■■ 영혼의 삼위일체
자존심 세우기의 발로는,
본인의 (취)약한 부분을 디펜스하기 위한 반동이라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내가 나 스스로 약점인 부분을 알고 있고, 그걸 감추기 위한 본능적인 "털 곤두세우기"란 거죠.
한편, 자존감이 하늘을 찌를 땐,
본인에 대한 불만(약점 지각)이 거의 제로에 수렴하게 됩니다. 당연히,
자존심에 구애받을 필요성이 하등 없어지게 되요.
이는, 친구의 놀림 섞인 말이 상황에 따라서 천차만별로 느껴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내 자존감이 높을 땐, 스스로 약점이 없다 생각하므로,
친구가 뭔 말을 하며 놀려도 허허허 잘 논다 이 시키 허허허 하면서 넘어갈 수 있어요.
허나 내 자존감이 낮을 땐, 약점 감추기에 잔뜩 민감해진 상태이므로,
친구의 놀림 섞인 말에 팍 하고 반응하게 됩니다.
그와 동시에, 마치, 칼에 베인 상처가 소금으로 지져지듯 아픔을 느끼게 되죠.
이 때, 멘탈이 약한 사람들은, 멘탈이 팍 하니 나가게 되는 반면,
멘탈甲들은 스스로를 추스리며, 상처를 자가치유해 나갑니다.
멘탈갑이라고 해서, 윈도우 막 (있지도않은) 15 이렇다기보단,
윈도우XP급이라도 보안체제가 철저해서 외부 바이러스에 잘 당하지 않는 그런 단단한 사람들이 있어요.
반면, 운영체제는 졸라 최신급인데, 시스템이 불안정해서 외부 공격에 취약한 사람들도 있죠.
셋의 관계가 대략 이러합니다.
자존감에 따라, → 자존심의 향방이 갈리고,
→ 멘탈은 다운된 자기가치를 회복시키거나, 아예 붕괴되서 본체 기능을 마비시켜버리거나.
그 이전에, 멘탈이 좋은 사람들은 대개 자존감 관리에 유리하고, 그 결과 자존심에 구애받지 않게 되죠.
이렇듯 셋은 순환적인 상호작용 관계에 놓여있습니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인데다, 체면 문화권에까지 속한 사람들이라서,
자존심이나 자존감에 언제 어택을 먹고 무너질 지 모르는 환경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건 나만 잘 한다고 유지되거나 향상되는 시스템이 아니거든요.
나는 내가 괜찮다고 보는데 주위 사람들이 다 날 깔 봐?? 바로 자존심 ↓↓↓↓,
내 딴에는 엄청 잘 나간다고 생각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죄다 엄친아, 엄친딸이야??? 상대적으로 자존감 ↓↓↓↓↓,
반면, 멘탈은 비교적 안정적이고 반영구적인 영역이죠.
멘탈만 제대로 굴러간다면, 자존심이나 자존감 영역의 훼손은 얼마든지 복구할 수 있습니다.
멘탈이 약하다?!? 그럼 답 없죠. 자존심이나 자존감에 어택 당할 시. 그 충격은 200% 크리티컬 데미지로 들어 옵니다.
"영혼의 삼위일체"
가장 안정적이면서, 우리들 모두 바라 마지 않는 궁극의 만렙 상태입니다.
자존감 쩔고, 자존심 같은 거 개한테나 줘 버리고, 윈도우 최신사양에 안철수백신 빵빵 돌아가는 상태.
근데 도달하기 힘들죠. 왜냐면,
자존심/자존감 팩터가 워낙에 변수들이 많으니까.
그러니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변수들은 어쩔 수 없잖아. 그러니 평소에 멘탈이라도 잘 챙겨 놓자. 맨탈 정비라도 상시 해 놓자.
나메크인들 있잖아요. 핵만 살아 있으면 언제든 재생될 수 있는 애들.
야 아프잖아 이 시키야
손오공 같은 넘사벽이 내 자존심을/자존감을 무너뜨릴 날이 언제 올 줄 몰라요.
내가 손오공이면 좋겠지만, 샤이아인이길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인 것 같고,
나메크인 정도로 합의해서, 언제 공격당해도 불쑥불쑥 재생되는 불굴의 멘탈을 갖는 건 어떻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비 오는 밤 내 인생의 롤모델은 피콜로대마왕으로 하는 걸로 급마무리를......
-끝-
※ 무명자 블로그 http://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역시나 무명자님 글을 믿고보네요!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자존심이 외적요인이고 자존감이 내적요인이라고 구분 지으니 쉽게 구분이 되는군요.
항상 잘보고있습니다! 기승전피콜로 이군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요즘 제가 자존심만 세우며 살아왔는데 자존감에 대한 불만족이 있었던게 아닌가 생각하게 되네요.
ㅎㅎ전 자존심은 왔다리갔다리하는데 자존감은 상당히 쎈편인가봐요ㅋㅋ무명자님 글 너무 재밌어요~
잘봤습니다.
팬입니다... 키우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키우는 앞에 생략된 목적어가 혹시 자존감이삼??? ㅎㅎㅎ
네... 제 생각에는 저의 객관적인 수치(?)에 비해서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 되네요 ㅜㅜ
너무 겸손하거나 혹은 이상적 자아(이상향)이 높은 사람이 보통 객관적 수치에 비해 자존감이 낮은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처방은 항상 상대적인 거라서, 이런 분들께는 오히려 약간의 허세가 좀 필요한 듯?
음... 감사합니다... 허세 부리는 거라... 허세 부릴 만한 것은 없어서리 ㅜㅜ
좋은글이네요~그리고 상당히 공감이 많이 됩니다. 자신의 약점을 너무 잘알아서 그걸 감추기 위해 자존심을 내세우는 것(제가 버려야할 가장 큰 문제인데 쉽지 않네요. 약점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그리고 질문이 하나 있는데, 글을 읽어보니 이런 이분법적 이론이 맞진 않겠지만 보통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존심이 강하단 의미와 비슷한 것인가요??
자존감이 낮을 땐, 자존심 세우기에 더 민감해지죠. 자존감이 높을 땐, 자존심에 휘둘리지 않게 되구요. 예를 들어, 털부풀리기 같은 생존스킬(자존심)을 가진 동물들은 대다수가 약한 짐승들입니다. 반면, 호랭이나 사자의 경우, 본신의 능력 자체(자존감)가 강하므로, 그런 외부과시용 스킬이 필요없죠. 자존감이 낮을 땐, 자존심에 민감해지는 것이고, 자존심이 강하다의 부분은 다른 차원인 것 같습니다. 본문에서 잠깐 언급하였다시피 이건 마지노선의 높낮이 문제이죠. 내가 다른 사람들 눈에 적어도 이 수준으론 비춰줘야해← 이 "수준"을 높게 잡는 사람들이 자존심이 센 사람들입니다. 남들에게 강해보이고자 하는 열망이 더 큰 거죠.
사족 좀 붙이자면, 보통은 실적이 좋을 때(잘 나갈 때) 스스로의 자존감이 향상되는데, 이 때는 나 뿐만 아니라 외부사람들 역시 날 고평가하게되죠. 객관적 지표가 뛰어나니까요. 그래서 굳이 자존심을 찾을 일이 없게 됩니다. 외부사람들이 알아서 인정해주니까요. 근데, 실적이 형편없을 땐, 자존감도 바닥을 치고, 자연스레 외부로부터의 시선을 신경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 때, 우리나라 같은 체면 문화권 사회에서는, 털부풀리기를 시전해서라도 남들의 차가운 시선으로부터 날 방어해내야하는 거죠. 외부평가가 워낙에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회니 말입니다.
근데 자존심이 센 사람들은 자존감과는 독립적으로, 내가 남들로부터 인증되어야 할 그 가치레벨 자체가 확 높아버리니까, 삶이 고단하겠지요. 예를들어, 자존심이 센 사람들은 항상 99점 100점만 맞아야 하는 거에요. 대개의 사람들이라면 90점만 맞아도 자존감이 충족되겠지만, 그들은 아니겠죠. 그렇다면, 자존심이 센 사람들은 왜 그런 거냐?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겠는데, 이건 또 다른 영역입니다. 그 사람의 어린 시절부터 쭉 훑어보면서 분석해야 하는 문제인 거죠. 결국 요약하자면, 자존감이 영향을 끼치는 건 자존심을 세우느냐마느냐의 부분인 거고, 자존심이 세냐아니냐의 이슈는 또다른 세계라는 거!
잘봤습니다~항상 좋은글 감시합니다~
좋은글이네요ㅋ
항상 많이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우오ㅏ 이번글도 정말 좋네요 ㅋㅋ
글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자존감'키우는 방법은 역시 내 할일 잘하면 되는걸까요? 참 어렵습니다.
감솨 감솨 ^-^-b
좋은 글 잘보았습니다. 무명자님 글은 빼먹지 않고 봐요~^^
크...좋습니다 좋아요
오 이번 글도 되게 재밌고 흥미롭네요! 자존심과 자존감에 대한 차이를 확실히 알게 됬습니다! 감사합니다!
출첵! 뭘 어떻게 공부하면 이런 글을 쓸 수 있나요?? 말씀도 엄청 잘하시겠죠??
저 말 엄청 못 해요. 가끔 찐따같습니다 말할 때 보면 ㅋㅋㅋ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윈도우 재설치 고고
좋은 글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