훤 '훤'의 한자는 '마를', '온난할' 훤(暄). 뜻 자체는 건조시키다, 말리다, 온난하다의 의미지만 훤이 4화분에서 연우에게 말한바에 따르면, 부친인 성조가 휘를 직접 골랐다고 하면서 "태양이 되라는 뜻"을 가졌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훤(暄)'은 날 일(日) 변에 베풀 선(宣)이 합쳐진 글자로 천지에 고루 볕을 베풀어 만물을 생장케하는 태양과 같은 인물이 되라는 의미가 된다.
왕족, 그것도 훗날 임금이 될 일국의 국본인 세자의 휘는 그만큼 의미가 깊어야 하며 임금의 휘는 당대에 쓸 수 없기 때문에 이형동의를 가지는 글자도 가질 필요가 있다. 단순히 건조하다, 온난하다는 뜻의 훤은 煊, 煖과 같은 다른 글자로도 대체할 수 있다.
민화 '민화'의 한자는 '旼花'. 훤과 같은 날 일(日) 변에 글월 문(文)자가 합쳐진 화할 '민(旼)'은 온화하고 화락하다, 안온하다는 뜻이 있다. 또한 이 글자는 하늘에서 햇볕이 비추어 물상의 무늬가 도드라지니 자연스레 화락하다는 뜻으로, 글자 자체에 고귀함과 자비로움이 있으며 공주의 이름을 지을 때 (아마도 왕이 지었을 듯) 공주의 심성이 이름복을 타길 바란 것 같다.
극중 민화의 삶에 따라 풀이해보면(본디 파자를 통한 자해 같은 경우 어원 혹은 본뜻 이 아닌, 새로운 해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민화는 용모와 재주 모두 뛰어나 왕(日)의 총신(文)이 될 선비(旼 = 日+文)의 꽃(花)이 될 팔자이며, 또한 그 선비를 그릇되게 소모하고 흐려지게 하는(花의 쓰임뜻) 여인이기도 하다.
초복(初福)은 장하여 왕실의 금과옥조와 같은 공주이며, 사모하던 훌륭한 지아비를 얻어 그야말로 "화락한(旼)" 삶이지만 화무십일홍(열흘가는 꽃은 없다)이라, 안온한 행복도 결국 지고 만다는 뜻도 된다. (원작에서도 민화는 염에게 지고 마는 꽃은 싫다면서 자기 이름에 꽃이 들어간다고 투정을 함)
연우 '연우'는 알려진대로 안개, 연기를 뜻하는 연(煙)과 비 우(雨) 자를 쓰며 뜻 그대로 안개비, 보슬비와 같은 뜻으로 생각할 수 있다. 허나 글자를 쪼개보면 역시 민화처럼 삶의 곡절을 담는 듯하다.
"연"은 불 화(火) 변에 막을 인(垔 = 陻 = 堙)이 합쳐진 글자인데, '인'자는 글자 그대로 흙 토(土) 위에 덮을 아(부수)가 얹혀진 모양으로 마치 삽으로 흙을 떼묻는 듯한 형상을 띤다. 글자 자체도 흙으로 쌓은 메산을 뜻하기도 하며 陻자를 보면 언덕 위의 흙으로 쌓은 둔덕, 즉, 무덤을 연상할 수 있다.
연(煙)이라는 글자는 막힌 불길 사이로 피어올라오는 연기를 뜻하며,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나랴는 속담처럼 연우가 산채로(가사 상태로) 흙무덤에 파묻히고 장씨도무녀에 의해 월(月)이라는 무녀로 다시 살아난 이후, 그러한 월을 본 훤은 세자빈이었던 연우의 죽음의 진상을 조사하게 된다.
연(煙)의 다른 뜻으로는 '제사를 지내다' 라는 뜻이 있는데 망자에게 지내는 제사(죽음의 코드)와 함께 세자빈으로서 종묘에 올리는 제례, 그리고 무녀로서 천신께 올리는 제사 등 (실제로 본인은 제를 올리진 않았지만) 갖가지 제사와 관련이 있음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비 우(雨)는 모든 기상과 관련한 글자들의 모체인데(雲, 雪, 雷, 露 등) 농경사회인 고대에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생작에 특히 중요한 존재였으며 비가 내리는 모습을 천지가 요동하며 조화를 이루는 모양새라고 보았다. 한자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시점의 고대의 정치가에게 치수(治水)가 중요함은 재차 주지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고로 강물의 시작이 비라고 여겼기 때문에 폭우로 인한 홍수를 방비하고 가뭄이 들면 임금이 직접 기우제를 지내며 치성을 올리는 것도 다반사였다.(우리나라의 경우 조선 태종의 기우제와 그로 인해 내린 태종우가 유명)
때문에 본디 우(雨)라는 글자는 여인보다는 사내에게 더 합이 맞는 글자이나, 극중 연우는 내규보다는 학문에 뛰어나며 지혜롭다는 점에서 어울린다. 또한 햇빛과 비는 만물의 생장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니 해를 상징하는 '훤'과 짝이 맞는 바 태생이 왕후장상임을 암시한다.(소위 성명학자라는 사람들이 작명학에서 불용문자라 하여서 '비 우'자를 이름에 쓰면 눈물바람 잘날이 없다고 꺼린다 하는데, 연우의 삶이 그러하긴 하나 그리 살펴볼만한 소리는 아니다) 흙무덤에 산채로 묻혀지는 팔자이나 결국은 왕후가 되는 인생을 의미하는 것이다.
염 염은 炎자와 焰자가 있는데, '불꽃'이라는 의미에서는 같다. 형체없는 열기가 가득한 炎자와는 달리, 焰자는 구덩이(臽)에 담겨 타오르는 불길(火)을 의미한다. 炎의 다른 뜻으로는 '아름답다'는 의미가 있는데 이는 훤출하고 수려한 외모를 의미할 수 있다. 연우와 남매라는 것을 말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불 화(火)를 포함하고 있다.
세자빈으로 간택된 누이인 연우가 병들어 죽자 조정에서는 흠있는 규수를 올렸다 하여 허씨 가문이 풍비박산날 위기에 처하는데, 민화공주가 혼인을 청해 의빈이 되어 가문을 건사한다. 의빈의 신분이기에 법도에 따라 조정에 출사할 수 없게 되는데, 특출난 지재를 드러낼 수 없이 그저 족쇄같은 신분에 묶여 왕족으로만 살아야 하는 것이 딱 구덩이 안에서 타오르는 불꽃과 다름이 없다.
양명 양명은 陽明, 말 그대로 밝디밝은 햇볕이다. 본인의 말대로 결국 태양은 되지 못하는 빛 좋은 개살구 신세. 원작에서나 드라마에서나 더없이 기구한 팔자를 살다가 갈 듯 하다. 이름에 훤, 민화처럼 날 일(日)자를 품고 있다.
사실 양(陽)은 그 자체로는 존엄한 군주의 뜻을 가졌으나, 뒤에 따라오는 명(明)으로 인해 애처로운 글자가 되고 말았다. 해와 달이 함께하는 것을 그저 '밝혀주는' 처지가 된 셈이다. 지난 3화 엔딩에서 훤과 연우가 만날 때 그것을 그저 바라보는 것처럼.
양(陽)은 해돋을 단(旦)의 변형자에 언덕 부 변이 합쳐져 너른 언덕에 햇볕이 널리 뻗어지는 것이지만, 속자들을 보면(阳, 阦, 氜) 훤, 염, 운의 동무나 의지처로서만 남는 듯한 인상이 강하다. 양명, 밝히고 또 환히 밝히는 그는 좋은 친우들과 우애깊은 동생을 두었으나 오히려 그로 인해 태양을 도모하지도 못하고 달을 뺏지도 못하는 기구한 운명이 되어버린 것이다. 훤의 행동에 위기를 느낀 파평 윤씨 세력이 모반의 핵으로 그를 점찍어 포섭하려 하나, 그는 결국 사라지더라도 찬란한 빛의 삶을 택하게 된다.
운 제운(題雲)은 월(=연우)을 마음에 품고 연정에 괴로워하지만 결국(자의반 타의반) 충의를 택하는 인물이다. 제(題)는 첫머리를 뜻하는 글자인데, 머리 혈(頁)을 옳을 시(是)가 떠받치고 있다. '제운'은 말 그대로 조선 제일검인 '운'이라는 뜻으로 볼 수도 있으나 비(雨)에 이르는(云) 마음을 접고 주군을 위하는 충의로 마음을 돌린 것, 즉, 운(雲)보다 제(題)를 우선한 것과도 연관이 있다. 어쩔 수 없는 외사랑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보경 보경(寶鏡)은 보배 보(寶)와 거울 경(鏡)을 쓴다. 대비 윤씨 집안의 권신 윤대형의 딸이며 천성이 고귀한 아가씨로 났다. 보배 보(寶)자는 집안에 구슬, 도자기, 패물 등 온갖 재물이 그득한 형상이다. 귀문여식이라는 것을 여지없이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경(鏡)이라는 글자 또한 광영과 영달을 의미하며(고대에는 거울 역시 그만큼 귀물) 권세로서 왕후가 될 운명이라는 것을 어느정도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경(鏡)은 쇠 금(金)변에 마침내 경(竟)자가 합쳐진 글자로, 집안과 본인의 부귀영화도 자신의 대에 이르러 끝날 것이라는 불길한 뜻도 가지고 있다.
설 설(雪)은 비 우(雨)에 비(빗자루) 혜(彗)가 합쳐져 만들어진 글자다.
눈 내리면 마당쓸어야 한다는 뜻에서 유래한 것이다. 연우(雨)를 떠받드는 몸종(彗, 비질하는 노비)을 의미할 수도 있다. 연우의 오라비인 염을 짝사랑하며 결국 그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데, 원작에서 장씨도무녀가 했던 말처럼 불꽃 가까이 가면 녹아버리는 눈의 팔자가 된 셈이다.
원문 출처 https://m.dcinside.com/board/sunNmoon/6087 이미지 출처 tumblr
|
첫댓글 와 정은궐씨 이거 다 생각하고서 글 쓰신걸까 개쩐다
뚜루루른 뚜르르른 뚜 뚜 뚜루룬 뚜루루른 뚜르르른 뚜 뜌 뚜르른
와 해품달 다시 정주행할까...
와 진짜 배운변태........진짜 개천재같음
와.. 쩐다
원작 꼭 봐ㅜ 보경이도 일차원적 악역 아니고 진짜 입체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