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민담
그렇다면, 당신을 법의 이름으로
신고하겠습니다
번역 / 유정숙
국민의 권리와 법치를 무엇보다 중요시했던 술레이만 술탄 황제는, 이러한 연유로 법률가 술탄(Kanuni, 터키어로는 카누니 술탄)이라는 칭호까지 얻었습니다.
어느 날 부딘 전쟁에서 귀향하는 군대가 시골길이 비좁다는 이유로 농민들이 애써 일궈놓은 논밭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이때 한 농부가 손에 들고 있던 쟁기와 농기구를 술탄 황제가 탄 말 앞에 던졌고, 이에 놀란 술탄의 말이 갑자기 멈췄습니다.
군인들은 농부의 갑작스런 행동에 깜짝 놀라 농부를 바로 포박했고 술탄 앞으로 데려가 무릎을 꿇렸습니다.
술레이만 술탄이 농부에게 물었습니다.
- 무엇이 불만이기에 내가 지나가는 길에 쟁기를 던졌느냐?
- 저희는 아시다시피 가난한 농민들입니다. 좀 전에 군대가 저희가 씨앗을 새로 뿌리고 정성스레 가꿔 놓은 논밭을 밟고 지나갔습니다. 그러니 손해 난 만큼 배상을 해주시든지 아니면 당신들 모두를 법의 이름으로 신고하겠습니다.
농부의 말을 듣고 술탄 황제가 재차 물었습니다.
- 그래, 우리를 누구에게 신고를 한단 말이냐?
- 당신은 우리의 카누니 술탄님이 아니십니까? 당신들 모두를 법의 이름으로 심판하겠습니다.
농부의 말에 감탄한 술레이만 술탄은 농부들이 입은 피해를 계산하고 전부 배상해 주었습니다.
건축가 시난의 지혜
어느 날 오스만 제국 시대에 아주 뛰어난 건축가 시난이 자신이 세운 이슬람 사원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때 사원 근처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 중에 한 아이가 시난 옆으로 다가와 말했습니다. 아이는 그가 유명한 건축가 시난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 아저씨! 이슬람 사원을 좀 보세요. 미나레(이슬람 사원에 세워져 있는 긴 첨탑)가 한쪽으로 휘었습니다.
옆에서 놀던 또래의 아이들도 모두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건축가 시난은 아이들의 말을 듣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 그래? 미나레가 휘었다면 곧게 바로 세워야지. 같이 해볼래?
그리고는 한 아이를 시켜 집에서 아주 길고 두꺼운 줄을 가져오게 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한 아이가 집으로 뛰어가 두껍고 긴 줄을 가져왔습니다. 시난은 그 줄을 미나레에 묶었습니다. 시난은 아이들과 함께 미나레를 곧게 세우기 위해서 실을 잡아당겼습니다.
- 어서, 애들아 줄을 잡아당겨!
모두 줄을 힘껏 잡아 당겼을 때, 한 아이가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 아저씨! 이제 된 것 같아요. 미나레가 똑바로 세워졌어요.
얼마 후 시난은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과 헤어졌습니다.
건축가 시난 선생은 미나레가 휘지 않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줄을 잡아당긴다고 휜 미나레가 곧게 세워지지 않는다는 것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하고 그들의 방식으로 의구심을 해소시켜주기 위해 그런 수고스러움을 마다하지 않았던 겁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아이들은 계속 미나레가 휘였다고 말할 겁니다. 점점 이 말에 의심이 생긴 마을 사람들은 결국 그렇게 믿어버릴 수도 있겠지요.
사자 두 마리
바그다드 주지사였던 알리 파샤는 사냥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느 날 사냥을 나간 그는 사막에서 갑자기 사자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파샤 근처에 있던 부하들은 혼비백산하여 순식간에 줄행랑을 쳤습니다. 사자는 파샤의 말을 갈기갈기 찢어놓은 후 사라졌습니다.
파샤 주지사는 처참한 상태로 바그다드로 돌아왔습니다. 가까스로 살아 돌아온 파샤는 자신을 홀로 남겨두고 도망친 부하들에 대한 증오감으로 복수를 다짐했습니다. 사자의 공격을 받고도 주지사가 무사히 돌아왔다는 소식에 도망친 부하들은 기뻐하기는커녕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파샤가 자신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하들은 앞으로 불어 닥칠 화를 조금이라도 면하기 위해서 파샤에게 빠른 쾌유를 빈다는 거짓 안부 인사를 전해야 했습니다.
어느 날 주지사 파샤 앞에 부하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들 중 파샤 앞으로 나온 한 사람은 도지사에게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파샤의 옷자락을 부여잡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저희들이 주지사님께 큰 죄를 지었습니다. 그러나 주지사님께서는 저희를 용서하셔야 합니다. 사자 두 마리가 서로 맹렬히 싸울 때 저희와 같은 미천한 개들이 거기에 있었던들 무슨 소용이 있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