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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우리가 아는 모든 동화는 이 책에서 시작되었다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 잠자는 숲속의 미녀…
세상 모든 동화의 매혹적인 최초 버전, 어른들을 위한 잔혹 동화
영화 〈테일 오브 테일즈〉 원작
제68회 칸 영화제와 제20회 부산 영화제 화제작으로, 이탈리아의 오스카 ‘다비드 디 도나텔로’ 영화제에서 7관왕을 차지한 영화 〈테일 오브 테일즈〉(2016년 11월 24일 국내 개봉). 〈고모라〉(2008)와〈리얼리티 : 꿈의 미로〉(2012)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이탈리아 출신의 거장 마테오 가로네 감독이 연출하고 뱅상 카셀, 셀마 헤이엑, 토비 존스가 주연을 맡았다. 압도적인 비주얼로 유명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제작진이 참여해 화려하고 독창적인 미장센이 돋보이는 이 판타지 영화는 유럽 최초의 동화 모음집 『펜타메로네』에서 고른 세 편을 창조적으로 변형하여 옴니버스 형태로 제작한 것이다.
양만큼 커진 벼룩의 가죽을 벗겨 그 가죽의 정체를 알아맞히는 자에게 자신을 시집보내겠다고 포고한 아버지 왕 때문에 괴물 오그르의 아내가 된 공주 이야기(첫째 날 다섯 번째 여흥 벼룩), 자식을 낳기 위해 용의 심장을 먹은 왕비가 나중에 질투 때문에 벌이는 사건(첫째 날 아홉 번째 여흥 마법의 암사슴), 왕과 하룻밤을 보내려는 노파 자매의 뒤틀린 욕망으로 인해 동생이 스스로 살가죽을 벗기는 엽기 행각과 그 파국(첫째 날 열 번째 여흥 살가죽이 벗겨진 여자)이 주요 내용이다.
『펜타메로네』는 17세기 이탈리아의 시인 잠바티스타 바실레가 그동안 전해 들은 민담을 집대성하고 바로크 양식을 가미해 나폴리 방언으로 집필한 작품이다. 그러나 생전에 발표하지는 못하고 1632년 사망했는데, 당시 국민 가수로 인기를 누린 그의 여동생 아드리아나가 1634∼1636년 ‘이야기 중의 이야기, 어린이를 위한 여흥Lo cunto de li cunti overo lo trattenemiento de peccerille’이라는 제목으로 한 권씩 출간함으로써 세상의 빛을 보았다. 나중에는 ‘펜타메로네Il pentamerone’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졌는데, 고대 그리스어로 penta는 ‘5’를 merone는 ‘하루’, ‘날’을 뜻한다. 곧 ‘5일간의 이야기’라는 의미로, 조반니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이 남녀 열 명이 열흘에 걸쳐 풀어낸 이야기들을 모았던 것과 비견된다. 『펜타메로네』 자체도 형식과 문체의 면에서 『데카메론』의 영향을 받아 집필된 것이기도 하다. 전체 이야기를 열고 닫는 액자소설(프롤로그·에필로그)을 합해 총 50편의 동화를 수록한 『펜타메로네』는 닷새 동안 열 명의 여자 이야기꾼이 순서대로 하루에 열 개의 이야기를 왕궁의 청중 앞에서 들려주는 형식을 띠고 있다.
저자소개
저자 : 잠바티스타 바실레
Giambattista Basile(1575?~1632)는 이탈리아의 시인이자 작가인 바실레는 이탈리아 격동기에 봉건 귀족을 보필하는 전형적인 조신의 삶과 동화 문학사의 기념비적 저자라는 두 가지 삶을 살았다. 1575년경에 나폴리 외곽의 포실리포라는 마을에서 태어났다. 나폴리 중산층 출신이고 형제가 많았다는 것 외에 초기의 삶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나폴리에서 후원자를 찾았으나 여의치 않자 여러 곳을 거쳐 베네치아에 도착한 것이 1606년경이었다. 이때 군인으로서의 생활을 시작했고, 어느 베네치아 귀족 밑에서 문학 경험을 쌓기도 했다. 1608년에 나폴리로 돌아와, 나중에 국민 가수로 추앙받게 되는 여동생 아드리아나의 추천과 영향력으로 본격적인 조신 생활을 시작했다. 동시에 창작 활동에도 집중하여 1608년부터 1612년 사이에 대부분의 작품을 출간했다. 시집 《성모의 눈물Il pianto della Vergine》(1608), 해양 소설 《불운한 모험Le avventurose disavventure》(1611), 희곡 《고통받는 비너스La Venere addolorata》(1612) 등이 이 시기에 출간되었다. 1631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전염병이 돌았을 때 병에 걸려 이듬해인 1632년에 사망했다. 사후에 여동생 아드리아나가 출간한 《이야기 중의 이야기, 어린이들을 위한 여흥Lo cunto de li cunti overo lo trattenemiento de peccerille》(1634~36)은 이후 ‘펜타메로네Il pentamerone’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 작품으로 바실레는 ‘지중해의 셰익스피어’라는 찬사를 받았고, 오늘날까지 동화 문학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역자 : 정진영
역자 정진영은 홍익대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현대 호러의 모태가 되는 고딕 소설과 장르 문학에 특히 관심이 많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걸작들을 소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세계 호러 걸작선》 시리즈, 《아울크리크 다리에서 생긴 일》, 《러브크래프트 전집》 등이, 필명(정탄)으로 옮긴 책으로는 《해변에서》, 《내가 샤일로에서 본 것》, 《언데드 백과사전》 등이 있다.
목차
프롤로그
첫째 날
첫 번째 여흥오그르 이야기
두 번째 여흥도금양
세 번째 여흥페루온토
네 번째 여흥바르디엘로
다섯 번째 여흥벼룩
여섯 번째 여흥고양이 첸네렌톨라
일곱 번째 여흥상인
여덟 번째 여흥염소 얼굴
아홉 번째 여흥마법의 암사슴
열 번째 여흥살가죽이 벗겨진 여자
막간극도가니
둘째 날
첫 번째 여흥페트로시넬라
두 번째 여흥푸른 초원
세 번째 여흥비올라
네 번째 여흥갈리우소
다섯 번째 여흥뱀
여섯 번째 여흥암곰
일곱 번째 여흥비둘기
여덟 번째 여흥어린 노예
아홉 번째 여흥맹꽁이자물쇠
열 번째 여흥친구
막간극염색
셋째 날
첫 번째 여흥칸네텔라
두 번째 여흥손이 잘린 펜타
세 번째 여흥얼굴
네 번째 여흥끈기의 사피아
다섯 번째 여흥바퀴벌레, 생쥐, 귀뚜라미
여섯 번째 여흥마늘밭
일곱 번째 여흥코르베토
여덟 번째 여흥얼간이
아홉 번째 여흥로셀라
열 번째 여흥세 요정
막간극난로
넷째 날
첫 번째 여흥수탉의 돌
두 번째 여흥두 형제
세 번째 여흥세 동물 왕
네 번째 여흥돼지껍질 일곱 조각
다섯 번째 여흥용
여섯 번째 여흥세 개의 왕관
일곱 번째 여흥두 개의 케이크
여덟 번째 여흥일곱 마리의 비둘기
아홉 번째 여흥까마귀
열 번째 여흥벌 받은 자존심
막간극갈고리
다섯째 날
첫 번째 여흥거위
두 번째 여흥열두 달
세 번째 여흥핀토 스마우토
네 번째 여흥황금 줄기
다섯 번째 여흥해와 달과 탈리아
여섯 번째 여흥지혜로운 여인 사피아
일곱 번째 여흥다섯 아들
여덟 번째 여흥넨닐로와 넨넬라
아홉 번째 여흥세 개의 시트론
열 번째 여흥에필로그
옮긴이의 말
출판사 서평
우리가 아는 모든 동화는 이 책에서 시작되었다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 잠자는 숲속의 미녀…
세상 모든 동화의 매혹적인 최초 버전, 어른들을 위한 잔혹 동화
영화 [테일 오브 테일즈] 원작
2015년에 열린 제68회 칸 영화제와 제20회 부산 영화제 화제작으로, 2016년 이탈리아의 오스카 ‘다비드 디 도나텔로’ 영화제에서 7관왕을 차지한 영화 [테일 오브 테일즈](2016년 11월 24일 국내 개봉). [고모라](2008)와 [리얼리티 : 꿈의 미로](2012)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이탈리아의 거장 마테오 가로네 감독이 연출하고 뱅상 카셀, 셀마 헤이엑, 토비 존스가 주연을 맡았다. 압도적인 비주얼로 유명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제작진이 참여해 화려하고 독창적인 미장센이 돋보이는 이 판타지 영화는 유럽 최초의 동화 모음집 『펜타메로네』에서 고른 세 편을 창조적으로 변형하여 옴니버스 형태로 제작한 것이다.
거대한 벼룩의 가죽을 벗겨 그 가죽의 정체를 알아맞히는 자에게 자신을 시집보내겠다고 포고한 아버지 왕 때문에 괴물 오그르의 아내가 된 공주 이야기(첫째 날 다섯 번째 여흥 [벼룩]), 자식을 낳기 위해 용의 심장을 먹은 왕비가 질투 때문에 벌이는 사건(첫째 날 아홉 번째 여흥 [마법의 암사슴]), 왕과 하룻밤을 보내려는 노파 자매의 뒤틀린 욕망으로 인해 동생이 스스로 살가죽을 벗기는 엽기 행각과 그 파국(첫째 날 열 번째 여흥 [살가죽이 벗겨진 여자])이 영화의 주요 내용이다.
『펜타메로네』는 17세기 이탈리아의 시인 잠바티스타 바실레가 당대에 구전되던 민담을 집대성하고 바로크 양식을 가미해 나폴리 방언으로 집필한 작품이다. 그러나 생전에 발표하지는 못하고 1632년 사망했는데, 당시 국민 가수로 인기를 누린 그의 여동생 아드리아나가 1634∼1636년 ‘이야기 중의 이야기, 어린이를 위한 여흥Lo cunto de li cunti overo lo trattenemiento de peccerille’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함으로써 세상의 빛을 보았다. 나중에는 ‘펜타메로네Il pentamerone’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졌는데, 고대 그리스어로 penta는 ‘5’를 merone는 ‘하루’, ‘날’을 뜻한다. 곧 ‘5일간의 이야기’라는 의미로, 조반니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이 남녀 열 명이 열흘에 걸쳐 풀어낸 이야기들을 모았던 것과 비견된다. 『펜타메로네』도 구성과 문체 면에서 『데카메론』의 영향을 받아 집필된 것으로, 이야기 모음집이라는 점에서 ‘천일야화’라 불리는 『아라비안나이트』(10세기경),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14세기 말), 『데카메론』으로 이어지는 설화문학의 전통에 속해 있다. 전체 이야기를 열고 닫는 액자소설(프롤로그·에필로그)을 합해 총 50편의 동화를 수록한 『펜타메로네』는 닷새 동안 열 명의 여자 이야기꾼이 순서대로 하루에 한 편씩 열 개의 이야기를 왕궁의 청중 앞에서 들려주는 형식을 띠고 있다.
젊은 시절에 후원자인 영주를 찾아 여러 곳을 떠돌면서 각지의 민담을 수집한 바실레는 봉건 귀족을 보필하는 조신으로 일하며 문학 경험을 쌓아 시, 소설, 희곡을 두루 남겼다. 그런 그의 다양한 경험이 녹아든 대표작 『펜타메로네』에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해와 달과 탈리아]), 신데렐라([고양이 첸네렌톨라]), 백설공주([어린 노예]), 라푼첼([페트로시넬라]), 장화 신은 고양이([갈리우소]), 헨젤과 그레텔([넨닐로와 넨넬라]) 등 유명 동화의 원형이라 할 최초 버전이 포함되어 있다. 바실레에게 영감을 받은 샤를 페로보다는 50년, 그림 형제보다는 200년가량 앞선, ‘유럽 동화의 원조’라 할 『펜타메로네』는 동화가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독립된 문학 장르로 자리 잡는 데 초석이 되었다.
샤를 페로, 그림 형제, 안데르센 이전에 바실레가 있었다
‘지중해의 셰익스피어’ 바실레가 유럽 최초로 동화를 집대성한 기념비적인 저작
『펜타메로네』는 출간 당시 선풍적 인기를 얻었고, 그림 형제를 비롯해 후대 동화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형 야코프 그림(1785~1863)은 이 책에 수록된 동화 한 편을 독일어로 번역했고, 끝내 실행하지는 못했으나 완역하려는 계획도 세웠다고 한다. 동생 빌헬름 그림(1786~1859)은 “이 책은 오랫동안 한 나라에서 발견된 가장 풍부한 이야기를 담은 훌륭한 동화 모음집이 될 것이다. 저자 바실레는 이야기들을 모으는 데 특별한 재능을 지녔을 뿐 아니라 방언에 조예가 아주 깊다”고 바실레와 그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독일 낭만주의의 대표 작가이자 고딕소설가 E. T. A. 호프만(1776~1822)은 “유럽에서 가장 재능 있고 혁신적인 동화 작가”라며 바실레를 극찬하기도 했다.
그런데 바실레가 샤를 페로, 그림 형제와는 달리 누려야 마땅한 명성과 인기를 누리지 못한 채 잊히고 만 것은 왜일까? 『펜타메로네』가 17세기 나폴리 방언으로 집필된데다 당시 사회상과 문화를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비유와 농담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다 보니 2세기가량 잊히고 말았으나 이탈리아의 철학자이자 비평가 베네데토 크로체(1866~1952)에 의해 재발견되어 그 중요성과 가치를 다시금 평가받게 된다. 『펜타메로네』를 “17세기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이라 평한 크로체는 이 책을 현대 이탈리아어로 번역하고 1925년 발간하여 언어의 장벽을 허물었다. 그러는 한편, 작품 속에서 낮과 밤의 변화를 묘사하는 “새롭고 기괴한” 메타포들을 높이 평가함으로써 바로크 문학의 걸작으로 자리매김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환상소설로 유명한 이탈리아 소설가 이탈로 칼비노(1923~1985) 또한 “나폴리의 셰익스피어가 꾼 괴상한 꿈” 같다고 이 작품을 평하면서 풍부한 메타포와 기상천외한 상상력에 주목했다. 영국의 작가이자 모험가 리처드 버턴 경(1821∼1890)은 나폴리에 장기간 체류한 경험을 바탕으로 나폴리 방언의 영역으로는 최초의 완역본을 펴냈는데, 본 번역서는 이 책을 저본으로 하고 다른 번역본을 참고한 것이다. 이렇듯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하다가 20세기 들어 재조명된 『펜타메로네』는 동화 애독자나 연구자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을 뿐만 아니라 이야기 자체의 매력과 재미로 일반 독자들까지 매료하고 있다.
어떻게 해서 닷새 동안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나
발레 펠로사(‘울창한 계곡’) 왕국의 공주 초차는 웃는 모습을 보인 적이 한 번도 없다. 왕은 이 외동딸을 웃게 하려고 온갖 방법을 다 써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느 날 초차는 창밖을 내다보다가 항아리에 기름을 채우던 노파와 시동이 걸쭉한 욕설을 주고받으며 싸우는 모습을 보곤 난생처음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초차에게 격분한 노파는 요정의 마법으로 인해 무덤에 누워 잠들어 있는, 캄포 로툰도(‘둥근 들판’)의 왕자 타데오를 남편으로 맞이하지 않으면 평생 결혼할 수 없다는 저주를 내린다. 저주를 풀어 타데오를 깨어나게 하려면 무덤 앞에 걸려 있는 물통을 사흘 안에 눈물로 가득 채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초차는 칠 년을 돌아다닌 끝에 왕자의 무덤을 찾아 이틀에 걸쳐 물통 눈물로 가득 채웠다. 그러나 물통을 거의 다 채워갈 무렵 우느라 지친 초차는 깜빡 잠이 들었고, 마침 지나가던 여자 노예가 물통을 낚아채고는 눈물을 몇 번 짜냈다. 이로써 물통이 가득 차자 긴 잠에서 깨어난 타데오 왕자는 그 노예를 자기 왕국으로 데려가 아내로 삼았다. 망연자실한 초차는 여행 도중에 만난 요정들이 절실한 순간에 사용하라며 건네준 마법의 열매를 이용해 노예에게 마법을 걸어, 재미있는 이야기가 듣고 싶어 안달이 나서 타데오를 조르도록 했다. 임신한 노예가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배 속의 아이를 죽이겠다고 겁박하자 타데오는 노련하고 달변인 이야기꾼 열 명을 가려 뽑아, 각자 하루에 한 편씩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명령하는데…
이 책은 위와 같은 내용의 ‘프롤로그’로 시작하여 이야기꾼 열 명이 한 편씩 닷새간 이야기하는 구성을 띠고 있다. 열 명이 이야기를 모두 마치면 왕궁의 관리 두 사람이 나와 세상사를 풍자하는 유쾌한 ‘막간극’을 벌이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식이다. 그리고 다섯째 날 열 번째 여흥에 해당하는 ‘에필로그’에 이르면 초차가 자신의 이야기를 좌중 앞에서 풀어내어 노예의 속임수와 악행을 고발함으로써 진실을 밝힌다. 그리하여 만삭의 노예는 처형을 당하고 초차는 타데오와 결혼하면서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라는 형태로 50편의 이야기를 일관성 있게 엮어낸 바실레의 능란함과 참신한 기지가 돋보이는데, 결말로 다가갈수록 초차 공주에게서 타데오를 빼앗아간 노예를 저격하는 양, 설정이 유사한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도 일종의 복선 역할을 하면서 긴장감을 돋운다. ‘프롤로그’에서 타데오가 이야기꾼들에게 명령을 내리며 하는 말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이 얼마나 큰 것인지 되새기게 한다.
“고귀한 여인들이여, 이 세상에서 다른 이의 행함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즐거운 일은 없다. 위대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나름의 이유를 들어, 멋진 이야기를 듣는 것이 인간의 가장 큰 행복이라고 말했다. 이야기를 듣노라면 근심과 슬픔이 사라지고 수명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듣고 싶은 욕구 때문에 직공이 일터를 떠나서, 상인이 거래를 그만두고서, 변호사가 소송을 팽개치고서, 상점 주인이 가게 문을 닫고서 뜬소문과 험담과 허풍을 듣기 위해 이발소와 재담꾼을 찾는다. 그래서 나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우울한 충동에 사로잡혀 있는 아내를 대신해 사과하노라. 만약 그대들이 기꺼이 왕자비의 욕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