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철의 ‘압색 남발’, 이환우의 ‘검찰권 남용’... 검사들의 가증스런 이중잣대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10-29 14:13:40
검사들의 말은 언제나 번지르르하다. 입만 열면 ‘정의’를 얘기하고, 때마다 ‘인권의 보루’, ‘법의 수호자’, ‘공익의 대표자’를 내세운다. 실제로 대부분의 검사들은 이러한 신조에 충실할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많은 경우, 검사들의 ‘정의’와 ‘인권’과 ‘공익’은 지독하게 선택적이다.
검사들의 말은 언제나 번지르르하다. 입만 열면 ‘정의’를 얘기하고, 때마다 ‘인권의 보루’, ‘법의 수호자’, ‘공익의 대표자’를 내세운다. 실제로 대부분의 검사들은 이러한 신조에 충실할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많은 경우, 검사들의 ‘정의’와 ‘인권’과 ‘공익’은 지독하게 선택적이다.
"압색 자제해야 한다"는 '조국 70여 곳 압색'의 주역 김유철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장으로 전파진흥원의 옵티머스 수사의뢰를 무혐의처리했던 김유철 원주지청장은 27일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린 소위 ‘해명문’에서 ‘비례와 균형’을 얘기하며 “의도하지 않은 피해를 우려하여 계좌추적과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유철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서 ‘압수수색 남발’의 극단적인 사례였던 ‘조국 수사’를 주도했던 일원이었다. 조국 수사의 압수수색은 2019년 8월 27일 30여 곳을 시작으로 70여 군데에 이르렀다. 모두 고발인과 피의자 조사 없이 김유철이 담당했던 ‘수사정보’만을 기초로 이루어진 압수수색이었다.
전파진흥원의 수사의뢰서는 그대로 공소장으로 써도 좋을 만큼 구체적이었고, 이후 남부지검의 공소장 내용과도 오차 없이 일치하고 있었다. 거기에 의뢰인과 피의자 조사까지 마쳐놓고도 “자산운용사 등 금융기관에 대한 압수수색, 계좌추적 등 강제수사는 감독당국의 고발이 있거나 지급불능 등 피해사태가 발생할 경우에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으로 영장 청구조차 하지 않았던 김유철의 신중함은 조국 수사에서는 전혀 발휘되지 않았고, 오히려 거꾸로 내달았다.
정말 묻고 싶다. 김유철의 검사 생활 동안 고발인과 피의자 조사도 없이, 오로지 첩보 차원의 ‘수사정보’와 언론보도만을 근거로 압수수색 등의 강제수사에 들어간 경우가 있었으며, 그 정도로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벌인 경우가 있었는지.
펀드만 놓고 보더라도, 펀드 및 금전 거래의 규모와 예상되는 피해 규모에 있어 옵티머스와 코링크PE가 감히 비교가 되는가? 그런데 김유철은 옵티머스의 경우 답안지를 갖다바쳤는데도 ‘비례와 균형’, ‘의도치 않은 피해’ 운운하며 영장 청구조차 하지 않았고, 코링크PE는 오로지 그것이 ‘사모펀드’라는 이유 하나로 관련자와 관련 업체를 일제히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이게 도대체 정상적인 사고능력을 가진 자가 할 짓인가?
단순 협박피의자 20일간 구금했던 이환우의 '검찰권 남용' 탄식
제주지검 형사1부 이환우 검사는 28일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추미애 장관에 대해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지휘권·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의 인사와 감찰을 비판하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검찰권 남용 방지라는 검찰개혁의 핵심적 철학과 기조는 크게 훼손됐다"고 말했다.
‘검찰권 남용 방지’. 그렇다. 이는 검찰개혁의 매우 중요한 목표이며, 나에게 검찰개혁의 목표를 딱 하나만 고르라면 바로 이 ‘검찰권 남용 방지’를 꼽고 싶다.
그런데 이환우 검사는 2017년 2월 동료 검사의 약점을 폭로하겠다고 문자를 보내다 긴급체포된 이모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20일간 독방에 수용하고 접견·교통권을 전면 제한했다. 이를 취재한 경향신문 강진구 기자에게 그는 여러 ‘해명’ 또는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그 해명이 모두 옳다고 치더라도 독방 수용과 접견·교통권 전면 제한 자체가 전형적인 ‘검찰권 남용’이다.
그는 “당시 이씨가 제3자를 통해 동료 검사의 명예에 치명적 손상을 줄 수 있는 사실을 외부에 유출할 위험도 있었고 증거를 인멸할 우려도 있어 본인 동의를 거쳐 독방 수용과 함께 접견·교통권을 제한했던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씨는 “독방 수용에 대해 사전 설명도 없었고, 구속수되고 한참 지나서야 동의서에 서명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검사에게도 김유철 지청장에게 했던 질문을 똑같이 하고 싶다. 그동안의 검사 생활 동안 단순 협박범을 긴급체포하고 접견·교통권을 전면 제한한 채 20일간 독방에 구금한 사례가 있었던가?
이 검사는 “동료 검사에 대한 2차 가해를 우려한 조치였다”고 하지만, 우려된다는 2차 가해라는 것이 신체와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도 아니고 어떤 사실을 알려 명예를 훼손하는 정도인데, 그것을 우려하여 피의자를 구금하고 연락과 교통을 전면 차단한다는 것이 21세기 문명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피의자 이씨는 이 검사 동료검사에 대한 어떤 내용을 실제로 공개하여 해당 검사의 명예를 훼손한 것도 아니었고, 단지 “명예를 훼손하겠다”고 ‘협박’했다는 혐의로 1심에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 검사가 이후에 이 일에 대해 반성을 했는지, 이 일과 관련하여 징계 등의 조치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강진구 기자의 기사만 놓고 본다면 그의 ‘검찰권 남용’에 대해 반성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아예 인식조차 못하고 있다. 그런 그가 “‘검찰권 남용 방지’라는 철학과 기조가 훼손됐다”고 한탄하고 있다.
이처럼 “같은 사람의 말이나 행동이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을 사자성어로 자가당착(自家撞着)이라고 부르고, 이런 행위를 스스럼없이 하는 것을 후안무치(厚顔無恥)하다고 한다. 일반인의 자가당착은 그저 비웃음과 신뢰손상 정도에 그치지만, 국민의 인신을 구속하고 재산을 처분하는 엄청난 권력을 가진 검사의 자가당착은 국민의 인권을 유린하고 한 인간의 인생을 짓밟을 수도 있다.
김유철과 이환우, 그리고 이들과 같은 생각을 가진 검사들이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검찰을 떠나야 한다. 그것이 그들이 우리 공동체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