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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5월 8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AFC(아시아축구연맹) 창립 50주년 기념 행사.(WWW.THE-AFC.COM) |
양지에서 시작된 아시아 챔피언을 향한 꿈
10월 18일, 수요일 저녁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 전북의 대역전극이 다시 한번 펼쳐졌다. 준결승 1차전 2-3 패배의 불리함을 딛고 2차전에서 울산을 4-1로 제치면서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른 것이다. 상하이 센후아(중국)와의 8강전에서도 짜릿한 2차전 역전승부를 연출했던 전북의 투혼이 또다시 빛을 발했다.
“K리그에서 저렇게 뛰었으면 벌써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했겠다.” 어느 취재기자의 말이었다. 전북 선수들의 움직임은 K리그와는 뭔가 달라 보였다. 열정이 가득했고 투혼이 살아 있었다. 전북 선수들은 AFC 챔피언스리그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아시아의 최강 클럽을 가리는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이제 모든 아시아 클럽의 소망이 됐다.
그러나 AFC의 클럽 대항전이 한국에서 나름대로의 위상을 갖게 된 것은 불과 몇 년 밖에 되지 않았다. 한국팀으로 AFC 클럽 대회에서 처음으로 성과를 올린 팀은 ‘양지’였다. 양지는 38년 전인 1968년 아시안클럽챔피언십 결승에서 이스라엘 클럽인 마카비 텔 아비브에 져 준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양지의 주축 수비수로 활약한 수원 삼성 김호 전 감독은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에서 북한이 8강에 진출한 게 양지팀을 만들게 된 동기로 알고 있다. 중앙정보부에서 나이가 비교적 많은 조윤옥 선배같은 선수는 제외하고 젊은 선수들 위주로 월드컵에 대비한 최강팀을 구성했다. 난 그때 제대 후 제일모직에 소속돼 있는 상태에서 양지팀으로 차출된 케이스였고 대부분의 선수들은 입대 후 기초 군사훈련을 마친 뒤 양지팀으로 파견을 나가는 형태였다”며 당시 양지팀의 조직 배경을 설명했다. “그때는 그게 무슨 대회였는지도 잘 몰랐다. 그냥 외국 어디에서 어떤 팀과 경기가 있다기에 가서 뛰었다”며 당시 AFC 클럽대회에 대한 느낌을 전했다.
그로부터 17년 동안 아시안클럽 챔피언십은 1970년과 1971년 단 2차례밖에 열리지 못했다. 1972년 이후에는 오일 쇼크 등의 영향으로 참가팀이 급격히 감소해 개최되지 못했고 1985년 아시안 챔피언스컵이라는 이름으로 AFC 클럽 대항전이 다시 시작됐다.
새로운 이름으로 시작된 1985년 첫 대회에서 대우 로얄스(부산 아이파크 전신)가 국내팀으로는 처음으로 아시안 클럽 챔피언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당시 대우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던 장외룡 현 인천 감독은 “그냥 단일 이벤트 대회와 같은 성격으로 생각했다. AFC가 주관하는 최고의 대회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1968년이나 17년이 지난 1985년이나 AFC 클럽 대항전에 대한 국내팀들의 반응은 별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아시안 챔피언스컵을 바라보는 국내 프로팀들의 반응은 이후에도 그저 그랬다.
다시 10년 후인 1995년 또다시 국내 클럽이 우승컵을 거머쥐었지만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당시 일화 천마(현 성남일화)를 이끌고 아시안챔피언스컵 우승을 달성했던 박종환 현 대구 FC 감독은 “멀리 사우디아라비아까지 가서 우승하고 돌아왔다. 그 대회는 중동팀들이 상당히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우리 팀이 다른 아시아 팀들을 쉽게 이겼기 때문에 대회에서 거둔 성적이 지금처럼 크게 평가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화의 우승 이후 1997년과 1998년 포항 스틸러스가 연속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K리그 팀의 위력을 아시아 무대에 떨쳤지만 AFC 클럽 대항전이 국내팀들에게 본격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브라질에서 제1회 FIFA 클럽 월드컵이 열리면서부터다.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와 남미 클럽선수권대회 우승팀이 맞붙던 도요타컵을 FIFA가 인수해 대회규모를 확장시켰다. 대회 상금 규모가 상당히 컸고 클럽의 이미지 제고와 국제화를 위해서는 최고의 대회였다.
수원 삼성을 이끌고 2001년과 2002년 아시안 클럽 챔피언십에서 연속 우승한 김호 감독은 “세계클럽선수권대회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지만 예정된 대회가 계속 연기되면서 결국 세계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올해 전북이 결승전에 진출했는데 꼭 세계대회에 나가서 내가 못 이룬 꿈을 이뤄주길 바라고 있다”며 자신의 수제자인 최강희 감독에 대한 애정을 직접적으로 나타냈다.
AFC 챔피언스리그의 진화를 위해
AFC 챔피언스리그는 2002년 8월 AFC가 아시안 클럽 챔피언십과 아시안컵 위너스컵 그리고 아시안 수퍼컵을 통합해 만들어 낸 새로운 대회다. 1990년대 말 유럽에서 컵위너스컵이 폐지되며 상대적으로 UEFA 챔피언스리그의 규모가 커진 것과 비슷한 경우다. 그러나 무엇보다 AFC 챔피언스리그의 질적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FIFA 주관의 세계클럽선수권대회의 창설이다.
AFC 챔피언스리그의 우승상금은 60만 달러(약 5억 7천만 원)이지만 세계클럽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만 해도 최하위 상금 100만 달러(약 9억 5천만 원)를 챙길 수 있다.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약 15억 2천만 원의 거금을 벌 수 있다. 그리고 세계클럽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면 상금으로만 최대 약 48억 4천만 원(60만 달러 + 450만 달러)을 받게 된다. 전북의 손지훈 마케팅 팀장은 “거의 모든 상금이 선수들에게 분배되기 때문에 이렇게 상금 규모가 늘어난 것은 팀뿐만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큰 동기 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대회 규모의 확대는 각 리그의 활성화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 많은 K리그 팀들이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목표로 정규리그 외에도 출전자격이 부여되는 FA컵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사실도 이러한 현실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AFC 챔피언스리그는 아직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먼저 리그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8강전부터 중동지역의 클럽과 경기를 치러야 하는 동아시아 팀들의 어려움이다.
전북의 최강희 감독은 “한번은 중동에서 챔피언스리그 주중 경기를 치른 뒤 금요일 새벽에 입국해 곧바로 토요일 부산 원정을 간 적이 있다. 이런 경우는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AFC와 충분한 스케줄 조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면서 “실제로 우리팀은 3월 4일부터 6월 6일까지 일주일에 한번 경기를 치른 경우가 단 한 주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협회 고승환 대외협력국장은 “11월 21일 열리는 AFC 경기위원회(Competition Committee)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그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해결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일단 현실적으로 중동팀과 최소한 결승전에서 만나거나 4강전부터 만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가별로 차등이 없는 출전팀 수도 문제를 낳고 있다. 이번 시즌 울산이 속한 F조를 포함해 2개조에서 태국과 인도네시아 클럽 4팀이 등록 마감시한을 넘겨 출전 자격을 박탈당했다. 일부 축구관계자들은 각국의 클럽랭킹을 고려하지 않고 AFC 산정랭킹 상위 14개국에서 똑같이 2팀씩 참여하는 현 방식(올시즌부터는 호주에게 2장이 배정되고 베트남과 태국은 1개 클럽으로 줄어든다.)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울산과 도쿄 베르디가 속해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실력 차가 있는 태국과 인도네시아 클럽이 굳이 항공료와 제반 비용을 부담해 가며 한국과 일본원정을 하겠느냐는 얘기다. AFC는 원정팀에게 19명에 대한 숙박비와 버스, 승용차 각 1대씩만을 제공하고 있으며 추가 인원에 대한 예산과 식비, 항공료 등은 구단에서 직접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협회 고국장은 “태국팀이 일부러 경기를 회피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AFC의 지원금도 이번 회의에서 논의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각국의 클럽랭킹을 환산해 출전권을 차등 분배하는 방식은 아시아 클럽들의 수준 차로 봐서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 E조에서 베트남 클럽 다낭이 전북과 다롄, 감바 오사카 등 동아시아 3개국에게 1득점 27실점한 상황은 지역 안배를 떠나 정확한 국가별 리그랭킹 산정제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SPORTS2.0 제 23호(발행일 10월 30일) 기사
장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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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유야 어쨋건 알레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