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밭 달리는 뜨로이까(트로이카), 한겨울 속 러시아
◀우편 실은 뜨로이까 달려가네.(Вот мчится тройка почтовая)(보뜨 무치짜 뜨로이까 빠츠따봐야)
◼모스크바 그리스정교회 합창단
◼레오니드 하리또노프(Леонид Харитонов)
◼발랄라이까 연주
◀스비리도프의 뜨로이까 (Свиридов тройка)
◼영화 눈보라 ost(The Snowstorm:Метель.1975)
◀차이코프스키의 뜨로이까
◼모턴 굴드(Morton Gould)
◉ 큰 추위란 이름을 단 대한(大寒)입니다.
그런데 추위가 풀리고 유난히 포근한 겨울날이 찾아왔습니다.
최저 기온이 영하 2도 전후, 낮 기온은 10도 이상으로 올라갑니다.
낮에는 한때 겨울비까지 다녀갈 모양입니다.
‘소한의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
옛말이 그대로 들어맞은 올겨울입니다.
다만 올해는 소한마저 춥지 않았습니다.
◉ ‘대한 끝에 양춘(陽春) 있다’는 말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실제로 곧 있을 설날 연휴가 끝나면 다음 달 3일 입춘(立春)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따스한 봄날이 멀리 있지 않습니다.
기대할 만한 봄이 기다리고 있지만 시절이 하도 수상해서 어수선한 마음에 나라 밖으로 눈을 돌려보게 됩니다.
동토의 나라 러시아도 올해는 유난히 포근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현지 교민이 보내는 소식을 보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혹독한 겨울이 아직 길게 남아있습니다.
실제로 모레부터 추워지면서 영하 20-30도의 한파가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 러시아 겨울 이야기를 하는 것은 겨울 눈밭을 달리는 러시아어로 뜨로이까(тройка)
영어로 트로이카(troika)로 부르는 삼두마차를 만나보기 위해서입니다.
하얀 설원을 달리는 뜨로이카의 모습과 그 노래는 겨울의 묘미를 가져다줍니다.
눈 덮인 러시아에서 뜨로이까는 과거 겨울의 주요한 교통수단이었습니다.
다른 교통수단이 많아진 지금은 겨울 러시아를 상징하는 관광상품이 됐습니다.
그래서 러시아는 외국인에게 뜨로이까를 타고 달리는 겨울 문화 체험 코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 ‘트로이카’하면 로마 시대 ‘삼두정치’를 떠올리게 됩니다.
로마공화국에서 제정으로 넘어가기 전의 과도기 체제로 등장했던 이 체제는 별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3권 분립의 모티브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힘의 균형이 잘 유지되면 삼두체제도 잘 유지되고 삼권분립도 효율성을 발휘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축이 무너지면 안정이 무너지고 혼란을 불러오게 됩니다.
◉ 삼두마차 뜨로이까도 마찬가지입니다.
세 마리 말의 힘의 분배가 잘 이루어져야 마차가 원활하게 달릴 수 있습니다.
가운데 달리는 말 Leader와 양쪽에 달리 말 Wheeler 사이에 힘의 균형이 잘 이루어져야 합니다.
왼쪽 말이나 오른쪽 말이 일방적으로 날뛰면 마차는 곤두박질칠 수 있습니다.
마부가 그 힘의 균형을 잘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뜨로이까는 보통 때는 마차로 이용되다가 겨울이 되면 차바퀴를 떼 내고 차체를 썰매 위에 얹어 달리기도 합니다.
방울 소리를 내며 눈 덮인 설원을 달리는 뜨로이까는 민요 등 많은 음악의 서정적인 주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 가장 널리 알려진 민요가 ‘우편물 실은 뜨로이까가 달려가네’(Вот мчится тройка почтовая)
(보뜨 무치짜 뜨로이까 빠츠따봐야)입니다.
그리 유쾌한 내용은 아닙니다.
뜨로이까를 모는 마부에게 왜 그렇게 우울하냐고 물었더니 부자이자 이교도인 따따르 부자가
사랑하는 여인을 채 가버려서 행복하지 않다고 불평합니다.
그래서 따따르 주인을 욕하면서마차를 몬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먼저 모스크바 정교회 합창단의 합창으로 먼저 만나봅니다.
https://youtu.be/yUKsnS9zxmo
◉ 따따르는 과거 러시아를 30년 동안 지배했던 몽골의 후예들입니다.
그래서 러시아 역사에 많은 영향을 줬습니다.
러시아는 이를 ‘따따르의 멍에’(Татарские Иго:따따르스키예 이고)라고 부르며 의미를 축소합니다.
그렇지만 사실은 창피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러시아 문학이나 음악 속에 등장하는 따따르는 비천하거나 비굴하게 그려지기 일쑤입니다.
이 노래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러시아에 살고 있는 따따르의 후예는 5백만 명 이상으로 슬라브계 러시아인 다음으로 많습니다.
이교도라고 칭하는 것은 상당수가 이슬람교를 믿기 때문입니다.
수백 년 세월을 지나면서 외모도 사는 방법도 러시아화된 이들을 흘겨보는 일을 이제는 멈출 때도 됐습니다.
러시아의 국민 성악가 바리톤 레오니드 하리토노프(Леонид Харитонов)노래로 다시 한번 들어봅니다.
https://youtu.be/zfYLgOO27HM?si=m15bXx3ayz7SQCTn
◉ 러시아 민요에 들어있는 정서를 표현하는 최고의 러시아 민속악기가 발랄라이까(балалайка)입니다.
삼각형 나무 몸통에 보통 세 줄로 된 발현 악기입니다.
러시아 무희의 춤이 곁들여진 발랄라이까 연주의 ‘뜨로이까’입니다.
기타로 연주된 이 음악은 테트리스(Tetris) 게임의 배경음악으로도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https://youtu.be/nd38xioy3t4?si=2lEL7Ys87ZEf13Rb
◉ ’눈보라가 갑자기 천지를 휘덮고 검은 까마귀가 날개 피리를 불며 썰매 위를 낮게 쓸고 지나가는구나!
말들은 눈에 힘을 주고 저 멀리 어둠을 바라본다.
갈기에 두려움을 곤두세우고’ 러시아의 대문호 뿌쉬낀의 ‘눈보라’ 속에 등장하는 뜨로이까를 만날 차례입니다.
철의 장막 소련 체제 아래서 암울한 시대를 살았던 러시아의 현대 작곡가 스비리도프가 음악으로 만들었습니다.
◉ 뿌쉬낀의 ‘눈보라’(Метель:메쩰리)는 영화로도, 아이스발레로도 유명하지만 스비리도프의 음악이 없었다면
그런 명성을 얻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 가운데 ‘로망스’는 김연아의 피겨 배경음악으로도 등장해 귀에 익은 음악이 됐습니다.
1975년에 만들어진 영화 ‘눈보라’ 속에 들어간 ost ‘뜨로이까’입니다.
눈 위를 매끄럽게 달려가는 뜨로이까의 모습을 잔잔한 멜로디로 담은 음악을 러시아의 겨울 설경과 함께 만나봅니다.
https://youtu.be/jCMEzz_XlAI?si=sP4WfQbQz2mLgOht
◉ 러시아의 구력은 13일이나 늦어서 러시아의 겨울은 사실상 11월에 시작된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차이코프스키의 ‘뜨로이까’는 11월의 음악 주제가 됐습니다.
그 음악을 한겨울 1월로 불러옵니다. 차이코프스키의 ‘뜨로이까’는 네크라소프(Некрасов)의 시가 소네트 역할을 합니다.
‘외로울 땐 길을 돌아보지 마라.
삼두마차를 따라 달려 나가지도 마라
마음을 억누르면 열망과 두려움이 마음속에 영원하리니’
눈 덮인 들판을 달리는 뜨로이까에 몸을 맡기고 마음의 슬픔을 노래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미국의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모턴 굴드(Morton Gould)의 연주로 듣습니다.
방울 소리 섞인 노래와 눈 내리는 겨울 풍경을 피아노 연주로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https://youtu.be/8PlisrjdhWg
◉ 뜨로이까는 세 마리 말이 견제와 균형을 맞추면서 눈길을 원활하게 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러시아의 독특한 교통수단입니다.
그래서 러시아를 상징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됐습니다.
그런데 러시아 안을 들여다보면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이참에 지금 한국의 상황은 어떤지 살펴보게 됩니다.
(배석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