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살 동갑내기인 김기남과 정재권(이상 MF)이 그 주인공들.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대표팀에서 잠깐 한솥밥을 먹기도 했던 이들 듀오는 지난해 나란히 포항에 새롭게 둥지를 튼 고참 이적생들로 최근 눈부신 빡빡머리 때문에 둘이 형제 아닌 형제가 된 것.
먼저 머리를 민 쪽은 김기남.그는 부천 SK에서 뛰던 지난 99년 7월 처음 삭발했으며 이후 줄곧 빡빡머리를 고수하고 있다.사실 처음에는 벗겨지는 머리 때문에 이를 은폐(?)하기 위해 깎았다고. 대머리보다는 빡빡머리가 낫다는 게 그의 생각이며 또 대머리를 감추기 위해 삭발하는 스포츠 스타가 전세계적으로 많다는 게 그의 주장.그런데 정작 삭발을 하고 나니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 높아져 그대로 삭발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최근 동기생인 정재권마저 머리를 밀어버렸다.정재권은 포항의 전지훈련을 떠나기 직전이던 지난달 19일 각오를 다지기 위해 삭발을 감행했다.작년 2월 부산에서 포항으로 적을 옮긴 정재권은 이후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해 재기를 벼르고 있던 터.그러던 중 동료인 김기남으로부터 삭발의 효력에 대해 일장 연설을 들었고 결국 과감하게 머리를 밀었다는 것.
포항이 전지훈련 중인 크로아티아 폴레치의 팔렌티움 호텔에서는 연일 이들 쌍라이트 형제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인근 보스니아,헝가리,오스트리아 등지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건너온 프로팀 선수들은 이들의 비슷한 머리모양에 신기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며 호텔직원들 또한 이들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해프닝을 연출하고 있다.
김기남과 정재권은 삭발 각오를 서로 잊지 않으려는 듯 2∼3일에 한 번씩 면도날을 바짝 세워 머리털을 깎으며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