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022-09-23)
< 삼계탕을 먹다 > - 文霞 鄭永仁
아주 오랜 간만에 단골집으로 삼계탕을 먹으러 갔다. 토종 삼계탕이라 한다. 아주 오래 전에 알음알음해서 안 삼계탕만 하는 전문 음식점이다. 하마 20년쯤 단골이 되나보다. 내가 소개해준 지인들도 여기가 으뜸이라 한다. 지나가는 길에, 새로 생긴 부천 상동호수 ‘수피아 식물원’을 들렸다. 식물원은 한 동으로 주로 열대 식물원이다. 그저 대충 보면 한 30여분, 눈여겨보면 1시간은 가져야 할 것 같다.
식물원을 뒤로 하고 삼계탕 집으로 향한다. 이사 오기 전에는 자주 들리던 삼계탕집이다. 언제나 들려도 이 집은 변한 것이 없었다. 이번에 가 보니 두 가지 변했다. 그전에는 포장주문을 안 받았는데 포장주문도 받는단다. 또 하나는 가격이 올랐다는 것이다. 15,000원 하던 영양 삼계탕이 17,000원, 옻삼계탕이 17,000원에서 19,000원이 되었다. 요즘 세상에 안 오르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하기야 쌀 10kg이 32,000원인데 2인분이 34,000원이니 비싼 편이다. 그 정도 쌀이면 우리 두 식구 한 달은 먹을 수 있는데……. 이 삼계탕 집의 특징은 언제나 그 양, 그 맛, 그 크기라는 것이다. 거의 변함이 없다. 대개가 좀 잘 팔린다 하면 맛이 떨어지거나 질이 떨어지기 일쑤이다.
곁 들어오는 인삼주 한 잔에[ 아주 푹 고아지고 흐물흐물 한 삼계탕을 먹는다. 반찬은 날 양파무침, 열무김치, 심심한 무장아찌, 그리고 맵지 않은 아사이고추다. 진한 국물에 푹 고아진 밥도 함께…. 우리 동네에서 저번에 먹은 유명한 서울 압구정동의 삼계탕과 천양지차다. 멀건 국물에 얼마나 질기던지……. 아마 그런 것이 특징이었나 보다. 아마 한국의 음식 중에 보양식으론 삼계탕만한 것이 없을성싶다. 여름의 대표적인 보양식은 삼계탕, 보신탕, 추어탕이 있다. 더구나 어려운 서민들이 길러서 잡아 보신할 수 있는 것의 대표적인 음식은 삼계탕, 보신탕, 추어탕이다. 누구나 길러서 잡아먹을 수 있는 유일한 단백질 원이기 때문이다. 이젠 보신탕은 야만인이라는 세계적인 눈총 때문에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다. 거기다가 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 접어들고부터는 더욱 그렇다. 그 바람에 흑염소탕이 보신탕 대체식품으로 뜨고 있다.
이사를 하니, 이 삼계탕 집이 우리 동네에서 꽤나 멀다. 한동안 뜸했다. 집사람이 먹고 싶다고 야단이기에 먹으러 온 것이다. 입맛이 다 다르겠지만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사위가 오면 씨암탉을 잡아주는 이유를 알겠다. 그나저나 닭값 치킨값이 자꾸 오른다니 야단이다. 어려웠던 시절에 서민의 주요 단백질 식품이었던 삼계탕도 점점 서민과 멀어지려나. 모임에서 삼계탕집에 갔다. 한방 삼계탕이 무려 2만원이다. 상황버섯을 넣은 한방 삼계탕이라는 것이다.
닭 찹쌀 인삼 대추 밤 등이 푹 고아진 토종 삼계탕을 훌훌 먹다.
우리나라 전통적인 강장식품으로는 계삼구칠우망흑월(鷄三狗七牛望黑月)이라 했다. 닭을 먹으면 3일 효과가 있고, 보신탕을 먹으면 7일 효과가 있으며, 쇠고기를 먹으면 15일 효과가 있고, 흑월(黑月)을 먹으면 한 달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흑월(黑月) 가물치를 말한다. 가물치는 오행상 검은 색이라 정력에 좋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보신탕은 우리 곁에서 점점 사라지고 가물치는 구하기도 어려우니 이젠 삼계탕이나 추어탕, 염소탕이 대세다. 보신탕집이 없어지니 염소탕집이 문전성시라 한다. 염소탕 값도 만만치 않으니…. 그래도 제일 저렴한 것은 미꾸라지탕이 아닌가 한다. 몸에 좋다고 하면 뱀탕, 곰쓸개, 사슴피 등을 섭렵하는 한국 남자들의 강정의식을 혀를 내두르게 한다. 하기야 그런 것에 열광하는 한국 남자들은 그것에 약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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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 무엇이든 입맛 맞으시면 많이 드세요.
많이 구경 댕기시고.
이젠 입맛도 줄어듭니다.
우리 동네에 들깨삼계탕 집이 개업했습니다. 한 번 가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