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내천에서 용감한 맹꽁이 살려주다. 7월 10일 비 내리는 성내천, 물놀이장을 기어오르던 맹꽁이 공주
퇴근길에 억수같은 비가 내렸습니다.
마침 성내천 정모가 있길래, 빗줄기를 맞아서 몸을 흠뻑 적셔보고자 했지만,
비는 조금 내리는 둥 마는 둥 하다가 그쳤습니다.
정모를 마치고 귀가해서 샤워를 끝내고 저녁 식사를 하려는데, 갑자기 후두두둑
빗줄기가 나무, 지방, 화분, 창문을 때리기 시작하였습니다.
하늘에 검은 비구름이 잠시 머물러 있는 듯 했습니다.
얼른 벗어두었던 옷을 갈아입고, 성내천으로 달려나갔습니다.
나의 옷은 이미 물에 충분히 담가놓은 세탁물처럼 홍건히 적셔서 있었고,
서서히 시원해지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땅거미가 서서히 내려앉아, 멀리 가로등이 하나둘 씩 밝혀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성내천물놀이장으로도 맑은 우수가 유입되어 그 안을 거닐어보기도 하고, 가지고 나간
플라잉디스크로, 운동기구들이 설치된 장소에서 작은 원형의 기구를 통과시키는 가벼운 운동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기분전환이 되어서 여유가 생겨, 물이 얼마나 불고 있는지를 보려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문득 눈에 스치는 검은 물체가 보였습니다. 둥글고, 느리고, 자세히 보이지 않아도 그건 맹꽁이였습니다.
맹꽁이는 성내천에서 기어올라 성내천 물놀이장으로 향했습니다. 물놀이장은 두 개의 턱이 있는데,
맹꽁이는 거침없이 아랫쪽으로 떨어지기를 두 번이나 했습니다.
아직 성내천에 흐르는 물은 맑았고, 우수가 심하게 유입되는 상황은 아니었는데, 빗소리, 빗줄기로,
가늠하여, 성내천의 물이 급격하게 불어날 것을 예상한 맹꽁이의 안전지대로의 이동이었습니다.
물놀이장 바닥에는 적은 양의 맑은 빗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떨어진 맹꽁이는 그리 강한
흐름도 아닌데, 물에 떠내려가면서 허우적거리고 있었습니다.
본시 헤엄을 잘 못치는 맹꽁이, 그래서 물이 흐르지 않는 곳을 선호하는 맹꽁이, 습지는 좋아하지만,
환경이 열악하더라도, 물이 너무 많이 고이지는 않는 논두렁이나 10cm~50cm정도의 얕은 물에서
서식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맹꽁이를 그대로두면 바로 배출구(배수구)에 빨려 들어가서, 다시 성내천으로 쓸려내려가겠기에,
가지고 나간 원반으로 맹꽁이를 건져서?(건질 물이 아니고 바닥에 10mm정도 흐르는 물이었기에),
윗쪽 우수관쪽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맹꽁이는 약 15초정도 고민을 하는 듯 싶더니, 곧 그 틈으로 들어갔습니다.
이제 거기서 나오려면 맹꽁이의 느린 걸음으로 하루쯤은 길고긴 여정을 가야할 것이지만,
거기에 맹꽁이 왕자도 살면서 자주 맹꽁이 공주를 사모하는 세레나데를 불렀기에, 심심치는
않을 것이고, 내년 짝짓기 계절까지 생존할 것입니다.
맹꽁이의 예측대로 잠깐동안의 집중호우로도 성내천은 범람했고, 성내천 주변의 모든 것들을
쓸고 가 버렸습니다.
첫댓글 맹꽁이가 성내천을 탈출하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면 그 맹꽁이는 물살에 휩쓸려 죽을
가능성이 컷다고 하시네요.
^^ 완전 큰일하셨습니다.
작은 것들의 생명도 지나치지 않는 모습, 존경합니다.
맹꽁이 공주, 맹꽁이 왕자~
이야기가 대게 재밌어여.^^*
맹꽁이도 두꺼비처럼 이주를 하는군요.
전설님의 필력 ㅎㅎ 한발늦어 맹꽁이공주를 못 만났어요.
맹꽁맹꽁ㅎㅎ 즐거운 글 잘 보고갑니다 ㅎㅎ
전설님께서 맹꽁이를 구하시는 이야기를 보니까,
비를 보고 물이 불어날 것을 예측한 맹꽁이의 시선에
그 구원은 세상 이해하기 힘든 기적으로 여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세상 속을 살아가는 사람도 어떻게 보면 맹꽁이 같은데
본인이 인지 못하는 묘한 조화에 의해 일이 잘 풀릴 때마다
자신의 판단과 노력과 의지로 그리 된거라는 좁은 시각과 오만을
결코 가져서는 안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정겹고 멋진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해요^^
복받은 맹꽁이가 눈에 그려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