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박지리 어게인
오늘은 아빠가 좋아하는 작가 박지리 님의 <번외>라는 소설을 읽었단다.
이번 소설은 200페이지도 안 되는 무척 얇은 두께였어.
하지만, 지금까지 실망시키지 않은 박지리 님의 작품들이었기에
기대를 걸고 책을 펼쳤단다.
아빠 읽은 박지리 님의 소설들은 꼭 죽음이 관여되어 있었던 같은데,
이번 소설은 죽음 한 가운데 있었던 한 고등학생의 이야기가 펼쳐진단다.
죽음 가득한 소설을 읽다 보니,
문득 박지리 님은 언제부터 그런 결정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는지 궁금하더구나.
아빠가 몇 번 이야기했지만,
박지리 님의 결정은 뛰어난 작가를 잃은 독자들에게도 큰 상실감이었단다.
자, 그러면 바로 이야기를 시작해 볼게.
소설이 짧으니
편지도 짧게 하마.
1. 죽음에서 돌아온…
주인공 ‘나’는 고등학생인데,
1년 전 다니던 학교에서 동료 학생의 총기난사사건이 있었어.
선생님 한 분과 학생 열일곱 명, 총 열여덟 명이 목숨을 잃었단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던 주인공 ‘나’만 살아남았거든…
이런 상황에 ‘나’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1년 전의 사건을 좀더 자세히 이야기할게.
학년 소풍을 가게 되었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열아홉 명이 소풍을 가지 않게 되었어.
‘나’는 어렸을 때 동물원에서 꽃가루 알레르기로 쓰러진 적이 있는데
소풍을 그곳으로 간다는 거야.
그래서 못 간다고 했단다.
소풍을 안 간 열아홉 명은 시청각실에서 모여서 영화 감상을 했단다.
그런데 중간에 한 명이 사라져서, 선생님은 ‘나’에게 사라진 친구 K를 찾아보라고 했어.
‘나’가 사라진 K를 찾으러 간 사이 그 일이 벌어진 거야.
바로 K가 시청각실에서 총을 난사하여 그곳에 있던 열여덟 명을 죽인 거였어.
사실 ‘나’와 K는 친구였단다.
아주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알고 지내던 친구였어.
이 사건 이후 ‘나’는 트라우마로 나는 왜 살아남았을까를 늘 생각하고
죽으려는 생각도 자주 했어.
그리고 이 흔치 않은 사건은 전국에 알려졌고,
‘나’의 신상도 다 털려서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없었어.
그렇다 보니 ‘나’는 대부분 열외였어.
숙제를 안 해와도 혼나지 않고,
몸이 안 좋아 조퇴를 한다고 해서 뭐라 안 하시고,
지각을 해도 혼나지 않는 등 ‘특별’ 대우를 받았어.
하지만 그런 것들이 과면 ‘나’의 트라우마 극복에 도움이 되었을가?
‘나’는 그 사건 이후 오랜 기간 병원에서 정신 치료를 받았어.
하지만 그 트라우마는 완전히 치유될 수 없었지.
일찍 조퇴하는 날 길거리를 가도
모두 ‘나’를 알고보고 공사장 인부들이 안전모를 건네고,
어떤 이는 껌을 선물하고,
어떤 이는 마스크를 건네주었단다.
그 사건을 이야기하면서 말이야.
그들은 ‘나’에게 관심을 주면서 위로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그 사건들이 다시 떠올라 더 힘들었을 것 같구나.
‘나’는 익명의 다수의 관심이 오히려 부담스러웠단다.
아빠래도 그랬을 것 같구나.
한 동안 집을 나가지 못했을 같고,
나가더라도 모지 깊게 눌러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릴 것 같구나.
이 소설은 죽음에서 살아 돌아온 ‘나’가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그린 소설이란다.
뿐만 아니라 때론 죄책감에 시달리고,
삶에 대한 허무함에 무료해져 자살을 생각하기도 하는…
….
실제로도 소설 속 사건보다 더 무서운 사건 사고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단다.
그 사건 사고에서 극복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단다.
그런 사람들이 잘 적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빠도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해 봤는데,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그런 트라우마에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 좀더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졌으면 좋겠구나.
오늘은 이만 짧게 마칠게.
PS,
책의 첫 문장: 스피노자의 선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내내 이제 저렇게 훌륭한 인간은 다 죽어 버린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끝 문장: 내 앞을 낮은 펜스가 가로막고 있고 공중에 신기루 같은 모래가 아른거린다.
책제목 : 번외
지은이 : 박지리
펴낸곳 : 사계절
페이지 : 160 page
책무게 : 160 g
펴낸날 : 2018년 09월 20일
책정가 : 12,000원
읽은날 : 2024.07.18~2024.07.19
글쓴날 : 2024.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