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paradoxinteractive.com/investors/financial-reports/interim-report-january-march-2021
매출액은 3억 6450만 크로나로, 전년 동분기 대비 9% 감소했습니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 연매출로 환산해서 원화로 2000억 원쯤 됩니다. 연매출 2000억이면 대충 시몬스침대쯤 되네요.
와! 역설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시몬스침대, 정말 데단해~~!!
그런데 게임회사 특성상 영업이익률이 30% 수준에 근접하는데다가, 직원 수도 7백 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훨씬 낫죠.
그러면 매출액 9% 감소가 문제가 되느냐인데, 제 생각에는 그렇지 않아보입니다.
첫 번째 이유는, 작년 1분기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분기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3월 14일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죠. 이탈리아는 2월 말부터 폭발하고 있었고,
동아시아는 2월 초부터 이미 불타오르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작년 1월~3월 기간은 갑자기 출근을 못하게 된 사람들이 게임을 포함한 각종 소비재들을 사재기하던 시점입니다.
그때에 비하면 매출이 줄어들더라도 이상하진 않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환율 문제입니다.
코로나-19로 세계경제 전체가 교란되면서, 지난 1년 간 달러 대비 크로나 가치가 13%나 폭등했습니다.
역설사는 전형적인 수출기업이므로, 수익의 상당 부분이 달러화 등 각종 외화로 들어옵니다.
그런데 환율이 꼴아박았기 때문에, 같은 양의 달러를 벌더라도 이를 크로나로 환산하면 13%씩이나 폭락하는 꼴이 되죠.
위와 같은 이유로 인해, 매출이 감소하는 것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영업이익입니다. 9250만 크로나로, 전년 동분기 대비 44%나 감소했습니다.
영업이익은 매출(번 돈)에서 매출원가(재료비)와 판관비(인건비, 전기/수도료, 감가상각 등)를 뺀 돈입니다.
그런데 게임을 만드는 데에 '재료'가 필요한가요? 침대를 만드는 데에는 나무가 필요하지만, 게임에는 그런 거 없죠.
따라서 게임회사 같은 무형자산 기업에게, 매출원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판관비일 것입니다.
그러면 영업이익이 왜 그렇게 줄었을까요? 힌트는 20년 4분기 실적발표 보고서에 있습니다.
https://www.paradoxinteractive.com/investors/financial-reports/year-end-report-2020
매출이 전년 동분기 대비 14% 증가하는 동안, 영업이익은 무려 51%나 감소했습니다.
뭐죠? 회사가 망하는 건가요?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20년 3분기 실적도 살펴봅시다.
https://www.paradoxinteractive.com/investors/financial-reports/interim-report-january-september-2020
매출이 75% 증가하는 동안, 영업이익은 102% 증가했네요.
대체 3개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런 조울증 진단서 같은 결과가 나온 걸까요?
해답은 크킹3와 엠파이어 오브 신에 있습니다.
크킹3는 작년 3분기에, 엠파이어 오브 신은 작년 4분기에 발매되었습니다.
그런데 무형자산은 사용 가능해지는 시점부터 '상각'이라는 걸 하게 됩니다.
상각은 일상생활에선 정말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개념이기 때문에, 굳이 이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도 비전문가의 왜곡된 설명이나마 듣고 싶으시다면, 아래를 참조해주세요. 아니면 넘어가셔도 좋습니다.
크킹3를 만드는 동안에는 비용이 들어갈 것입니다. 그런데, 비용만 지출되고 수익은 없는 상황은 비정상적이죠?
그래서 크킹3가 완성되는 순간까지의 지출액은, 회계상 비용처리를 하지 않고 계속 쌓아만 둡니다.
그러면 언제부터 비용처리를 하느냐? 크킹3가 발매되어 '가치'를 갖게 되었을 때부터입니다.
무형자산은 20년 동안 상각 처리를 하기 때문에(스웨덴도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크킹3를 만드는 데에 들어간 비용은 앞으로 20년 동안 균등하게 지출된다고 치자"는 것이 '상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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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이런 '상각'이 발매 직후부터 계산되기 때문에, 2개의 신작을 발표한 뒤의 회계상 지출액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회계상 처리'이기 때문에, 실제 현금흐름과는 무관합니다. 현금흐름은 현금흐름표를 봐야 알 수 있죠.
그밖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판관비가 늘어났을 것입니다.
바르셀로나 틴토 스튜디오의 신설은, 당연히 판관비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또한 역설사는 19년에 비해 20년의 투자비용을 50%나 늘렸습니다. 이 역시 판관비입니다.
게다가 역설사는 작년 초까지 500명 규모이던 직원 수를, 올해 3월 31일 기준으로 696명까지 늘렸습니다.
1년 사이에 200명이나 고용을 늘렸으니, 당연히 인건비가 더 나갑니다. 이것도 판관비죠.
그리고 이것은 추론의 영역입니다만,
뱀파이어 더 마스커레이드 블러드라인 2를 포함한 몇몇 프로젝트들을 연기 및 취소했던 점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계약상 위약금이 지출될 수 있는데, 이것도 대부분의 경우는 판관비에 들어가거든요.
다음으로는 현금흐름입니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1억 4570만 크로나로 상당히 줄어든 편이고,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1억 8920만 크로나이기 때문에 1분기 현금흐름만 보면 적자입니다.
하지만 2020년 동안 쌓아놓은 현금이 워낙 많아서, 현재 확보해놓은 현금은 7억 1760만 크로나로 기업재정은 튼튼합니다.
지난 분기 대비해서 '현금(현금성자산?)'의 변동은 -5천만 크로나로, 큰 타격은 없는 수준이죠.
이렇게 패러독스 인터랙티브의 1분기 실적발표 보고서를 간략하게 살펴봤습니다.
역설사의 꿍꿍이를 알 수는 없지만, 투자 규모는 늘리면서 정작 게임개발 프로젝트 몇 개를 폐쇄하는 것을 보면,
뭔가 '선택과 집중'을 하고 싶은 어떤 프로젝트들이 있는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다음 패독콘을 기대할 수밖에 없겠네요.
혹시 또 누가 압니까? 빅토리아 모바일이 공개될지도요. 님폰없??
첫댓글 엌 님폰없은 진짜 레전드였죠
이렇게 보는거구나... 배워갑니다
아, 이건 역설사가 아직 우량기업의 지위를 상실하진 않았다는 가장 기초적인 기업분석일 뿐이고, 단기적으로 보았을 때 주가가 흘러내릴 만한 악재인 건 맞습니다. 아직은 그냥 접근하지도 마세요.
주가에는 악영향을 미치기 충분하죠. 고용인원은 30%이상 늘렸는데, 매출은 감소하고 신규 프로젝트 철회되고. 신규 프로젝트 차질은 그대로 매출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게 되죠. 특히나 역설사의 매출은 엔씨마냥 과금 정책 강화로 해결될 수 있는게 아니죠. 끊임없이 신규 프로젝트를 런칭해서 매출을 일으켜야 합니다. 지금같은 상황을 맞이한 역설사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장단기를 불문하고 그냥 안 좋은 회사가 맞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얘기가 약간 다릅니다. R&D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게 제 신조라서요.
지금 회사측에서 계속 강조하는 게 "비공개 프로젝트"인데, 이게 대체 무엇이냐를 보고 넘어가야 할 거 같습니다. 당장은 크킹3라는 캐시카우가 확보된 상황이라 그렇게까지 암울한 상황도 아니구요.
패독콘 상황을 먼저 보고, 바닥 치는 걸 확인하면 중단기 트레이딩 관점에서 접근해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장기투자해도 무방할 정도로 저렴한 구간은 여전히 아니지만요.
@인생의별빛 비공개 PJT가 뭔지 봐야겠지만, 지금 시점에서 갑자기 대작게임 낼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죠. 그런 회사 아니잖아요? 맨날 그 나물에 그 밥인 장르로 울궈먹는거 말고는 매출 비중에 유의미한 게임이 있는지도 의문이고.
근데 매출 비중에 대해서는 저도 재무제표나 공시 같은 걸 본 건 아니라서 자신이 없긴 하네요.
@PoKion 애초에 시황이 게임주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어서, 사실 대작게임이 나온다 쳐도 건드릴 일은 거의 없겠는데, 어쨌든 지금은 신작 모멘텀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지지선 없이 계속 흘러내리는 중이기 때문에, 뭐가 되었든 모멘텀 하나만 나와서 다음 지지선을 재확인하자는 취지인 거죠.
상방은 막혔고 하방은 뚫려있어서 장기적으로나 단기적으로나 지금 접근하긴 부담스러운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관심목록에서 지워버려야 할 정도로 대책없이 망가지진 않았다는, 그런 정도의 이야기예요.
저는 만약 패러독스사 주식을 매수할 경로가 있다면 할것같습니다. 전 패러독스사가 시장내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구축해놨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은 생각하는 것처럼 움직이지않습니다. 오히려 게임이 출시하기 전에 기대심리가 반영되어 주가가 선반영 되어있는편이죠.
게임회사라는게 게임 하나가 대박터지면 순이익이 어마어마하게 발생하기때문에, 신규 게임에 대한 주가 반영도 상상이상으로 크게 발생합니다.
패러독스사의 주식이 폭락한것도 dlc의 실패나 매출액의 감소가 아닌 신규게임 개발이 취소됨에 따라 그 게임에 반영되었던 기대심리만큼 주가가 빠졌다고 보는게 타당합니다.
안타깝게도 이번 dlc가 졸작인건 사실이지만, 이것이 주식시장에 반영이 된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반대로 말하면 주가하락이 dlc에 의한것이 아니니 패독콘에서 신규 ip나, 신규 게임이 발표된다면 하락된 주가만큼 회복할 여지가 있다는것이죠.
그리고 현재 패러독스사 작품중 가장 기대되는 작품이 뭐겠습니까, 그렇죠 빅토리아3입니다 끼요오오오옷!
ps. 만약 패러독스사에 투자한다면 적기는 신작발표전 3~4일, 그리고 패독콘 발표후 매도가 가장 타당할듯합니다.
리스크를 상당히 크게 짊어지는 스타일이시네요. 전 그러다가 피 본 적이 많아서, 신작 발표 후 반등을 확인하고 매수해서 신작 발매 직전에 매도하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액티비전블리자드가 액티비전 + 블리자드 + 킹 인데
블쟈가 똥을 싸서 떨궜지만
액티비전에서 새로 출시한 콜옵이 대박났고 캔디크러시 시리즈 만든 킹도 꾸준히 잘팔려서 나중에 다시 오른걸로 압니다.
반등한거는 블리자드 때문에 오른게 아니예요.
2020년 기준 셋 중에 매출 및 영업이익 꼴지가 블리자드 였습니다. 킹한테도 따였음. ( https://zdnet.co.kr/view/?no=20210205091607 )
뭐 이후에 디아쪽에서 정신차리면서 긍정적으로 바뀌긴 했는데
그 시점에는 이미 님폰없으로 떨군 주가 다 회복하고 역대 최고점 찍고있을 시기여서...
뭐가 되었든 다음 프로젝트가 중요하다는 거군요. 우량 게임회사의 지위를 유지하느냐, 바닥으로 굴러떨어지느냐...그리고 우리카페가 모하비황무지가 될지 수도황무지가 될지도...
회계알못인데 재밌게 잘 봤습니다
빅토3는...온다!
다필요없고 크킹3에 크킹2만름의 컨텐츠 좀 채워줘.... 크킹3 그래픽에 유로파5로 유로파4 컨텐츠를 채워줘...
망한 줄 알았네 빅3 나올때까지 망하면 안되지 암!
좋은글 감사합니다
수익만 없고 비용만 있는 상황이 비정상적이라서 저렇게 하는게 아니라 수익-비용 대응이란걸 하기 위해서 저렇게 처리하는 겁니다. 회계의 기본 목적은 이해 관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겁니다. 기업의 기간별 성과 평가라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 투입된 원가를 자산으로 잡아뒀다가 관련된 수익이 발생할 때 자산에서 비용으로 바꾸는 상각이라는 과정을 통해 수익과 비용을 대응시켜 보여주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