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샘이 찾아간 청람 전도진 특별전
120년 근대문화유산 제물포구락부에서 만나는 ‘칼과 붓의 시간’
문자조형예술 60년 발자취를 조명하는 청람 전도진 특별전
청람의 예술적 여정과 한국 문자조형예술의 새로운 가능성
60여 년 동안 칼과 붓을 통해 독창적인 문자조형예술의 세계를 구축해 온 청람 전도진 특별전 '木·金·土, 칼과 붓의 시간'이 인천의 대표적인 근대문화유산인 제물포구락부(인천시 유형문화재 제17호)에서 열리고 있다.
1901년(광무 5년) 건립된 제물포구락부는 개항기 인천의 역사를 간직한 근대 건축물이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후 여러 용도로 사용되다가 2007년 복원공사를 거쳐 현재는 시민들에게 개방된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120년의 시간을 품은 역사적 공간에서 현대 문자조형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연 청람 전도진의 작품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청람 전도진(1948년생·평안북도 철산 출생)은 인천의 원로 서예가 동정 박세림(1924~1975) 선생에게 사사하며 서예의 길에 들어섔다. 이후 서예를 기반으로 전각, 판화, 조각, 디자인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문자조형예술을 개척해 왔다.
그는 근대서가회 회장, 한국전각협회 고문을 역임했으며, 대한민국미술대전과 국립현대미술관 초대작가전,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등 국내외 주요 전시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또한 대한민국 국새 제작 자문위원을 맡았고, 목원대학교 겸임교수를 비롯해 한성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인천대학교, 경희대학교, 인하공업전문대학,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한국방송공사(KBS) 등에서 후학 양성에도 힘써 왔다.
전도진의 작품은 인천의 문화 현장 곳곳에서도 만날 수 있다. 지역 문예지인 『인천문학』과 『경기문학』의 제호를 비롯해 시집 제목, 시화전 서체, 인천일보·경인일보·기호일보 등의 신문 제호에도 그의 필적과 예술혼이 담겨 있다. 또한 고 이석인 시인, 고 김구연 아동문학가 등 지역 문인들과 깊은 교류를 이어오며 인천 문화예술 발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木·金·土, 칼과 붓의 시간'은 작가의 60년 예술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세상을 필묵(筆墨) 삼고 만물을 인재(人材) 삼아 60년. 나무의 결 위에 흔적을 남기고, 금석에 정신을 새기며, 흙에서 비롯된 재료 속에 예술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그의 작업은 단순한 글씨나 인장이 아니라 시간을 견뎌낸 수행의 기록이며, 삶과 예술이 하나 되어 빚어낸 흔적이다."
미술평론가 김찬호는 "전도진은 60여 년 동안 문자를 중심 소재로 삼아 서예와 판화, 회화, 전각, 조소, 디자인을 융합하며 문자예술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왔다"며 "탁본과 각(刻)의 기법을 결합해 문자의 의미를 조형예술의 감상 영역으로 확장시킨 작가"라고 평가했다.
또한 "1980년대부터 전통 서예의 필획을 바탕으로 기존 형식에서 벗어나 문자추상과 도상, 문양을 시멘트·석고·스티로폼·흙·나무·기와·돌·점토·도자 등 다양한 재료와 결합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조형언어를 구축했다"고 평했다.
청람 전도진은 전각과 서예의 조형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문자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꾸준히 탐구해 왔다. 전통적인 먹의 세계에 머물지 않고 빨강, 노랑, 파랑, 초록, 검정 등 다양한 색채를 적극 활용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새로운 조형미를 완성했다.
이번 특별전은 서예와 전각, 판화, 조각을 아우르는 문자조형예술 60년의 발자취를 한자리에서 조명하는 뜻깊은 전시다.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제물포구락부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청람 전도진이 걸어온 예술적 여정과 한국 문자조형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함께 만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환경경영신문 https://ionestop.kr/ 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장, 환경경영학박사, 시인,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