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웰팍의 토요모글클리닉(좌절의 날)
입춘(立春)을 지나 찾아온 영동(嶺東)의 폭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새침하게 흐리기만 한 주말의 웰팍.... 그래도 명색이 강원의 산골인데.... 시시로 흩날리는 눈들이 밤이 되자 비로소 보도(步道)를 하얗게 점령하네요!!
벌써 시즌이 중반을 훌쩍 넘었고 그에 따른 웰팍의 토요모글클리닉도 그 회(會)가 몇 번을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지나간 시간의 무상함에 그저 마음만 애달파질 따름입니다.
어쨌든~ 몸도 마음도 가볍게~ 이 시간을 즐길 수만 있다면야.... 참 좋으련만!!
희끗 나붓거리는 눈송이를 맞으며 대면한 오늘의 강사님은 이대선 선생님입니다. 웰팍의 첫 클리닉 강사였던 대발 코치님과 오랜만의 만남이어서인지 괜스레 좋은 예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현실은..... -_-"
가벼운 몸풀기로 올라간 챌린지 상단에서의 짧은 숏턴에 바로 꼬리(?)를 내렸습니다. 인터스키의 숏턴처럼 스키의 테일을 사용하지 않고 탑(Top) 부분만을 이용한 짧게 끊어지듯 한 숏턴 연습에서 슬롭을 구르지 않고 무사히 내려온 것 만으로도 안도의 숨이 절로 나옵니다. 휴~~
평상시의 스킹과는 다르게 클리닉 때만 되면 왜 이리 몸이 굳어지고 온몸엔 힘이 잔뜩 들어가는지.... 모글에서의 낮은 자세와 준비된 폴 체킹, 흔들리지 않고 고정된 상체, 모든 것이 어렵고 힘든.... 한마디로 총체적 부실입니다. -_-;;
몇 번인지도 모르게 챌린지 상단의 평사면 숏턴과 브라보 모글에서의 와이드 턴.... 그리고 챌린지 얼음 모글에서의 사이드 슬립 턴(?) 연습....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열정적으로 변하시는 이 코치님의 모습과는 달리 자꾸만 꼬이는 몸과 오지 않은 느낌에 제 마음은 꽁꽁 언 모글의 백사면처럼 굳어만 가네요~ (T_T;)
모글의 경사와 사면에 맞게 한 박자 빠른 리듬과 멀리 보는 시선, 항상 낮은 자세의 출발과 모글의 높은 골짜기에선 다리(무릎)를 펴고 점차 깊은 골로 들어서면서 다리에 힘을 빼고 무릎을 굽혀 항상 스키가 설면에 붙어 있어야 한다는 머리의 생각에 몸이 따라가지 못해.... 물과 기름 같이 분리된 감각을 언제쯤 한 몸으로 동화(同化)시킬 수 있을지....
여전히 어려운 숙제만 한 보따리 짊어지고 돌아온 시간이라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한 하루.... 껍데기만 탈바꿈한 화려한 나방이 아닌 몸으로 느끼고 본능이 진화되어 한층 성숙된 변태(變態)의 모습을 내일은 맛볼 수 있을지..... 바라건대, 하룻밤 꿈속에서나마 그 느낌 받기를 간절히 염원(念願)해 봅니다.
2/15 웰팍의 토요모글클리닉(퇴보)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 김용택(金龍澤) 시인의 "봄날"
얼음 속에서 불러내는 것이 따스한 봄바람이라더니 바람 한 점 없이 맑은 하늘과 따스한 봄볕에 잔설(殘雪) 녹듯 몸이 열(熱)해집니다.
사실, 출근을 핑계로 이른 시간부터 슬롭을 배회(徘徊)하는 저 자신이 조금은 안쓰럽고 처량했지만, 곧 온종일 낮 스키를 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자꾸 헛웃음이 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입니다. (미춰~버리겠네요~ ㅋ)
비록 덜되고 굼닌 스킹이라 할지라도 며칠 전에 만든 에코 모글이 더 깊어지기 전에 꼭 타고 싶어 작정하고 거짓을 하였지만, 저만을 의지하는 식솔(食率)들에겐 미안하고 부끄럽기만 하네요. 다신 그러지 말아야겠습니다. -_-"
슬롭의 경사는 세지만 아직 골이 깊지 않은 에코 모글은 초보자인 제게도 무척이나 편안(?)한 스킹을 만들어 줍니다. 물론 곧 세우지 못하는 상체와 시선 처리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처럼 남겨두었지만요!!
높지막하니 뜬 해와 꼬르륵거리는 배꼽시계가 정오(正午)가 가까이 옴을 알립니다. 잠시지만 여기에 있을지.... 클리닉을 갈지.... 선택의 기로(岐路)에서 머뭇거리다 이내 슬롭을 내려왔습니다.
촉박한 시간에 허겁지겁 배를 채우고 스키학교에서 비브를 받았습니다. 막간(幕間)을 이용해 봉지 커피도 한잔하고 나가니 김도엽 선수가 저 앞을 걸어갑니다. 늘~ 빠지지 않고 웰팍을 찾아오는 그 열의와 성심(誠心)이 너무 고맙습니다. 항상 고마워요~ m(_ _)m
일곱 번째 웰팍의 토요모글클리닉이 한 시에 시작되었습니다. 열분의 초급반과 서너 분의 입문반으로 분반하여 입문반은 김도엽 선수가.... 저희 초급반은 한상설 선생님께서 맡으셨네요.
지산의 클리닉 사진 속 모습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비니 차림에서 아주 오래된 지우(知友)를 만난 듯 정감이 가는.... 역시나 목소리도 낮고 차분하게.... 그러나 강습에서 보여주신 높은 점프 턴과 하키스탑만은 아주 절도(節度)있게 선보여 보는 이의 감탄을 절로 유발케 하십니다. (º д º ;;)
오랜만에 웰팍에 오셨고 시즌의 모글도 첨이라 조금은 낯선 환경에서도 그 열의를 다 보여주신 한상설 선생님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이 자리를 빌려 다시 올립니다. 다음에도 또다시 만나 뵙기를 진심으로 희망합니다. 꾸벅^^
준검정 시험이 다가와서인지 많은 스키어들이 브라보 모글에 모인 주말!! 골은 깊고 횡으로 길게 늘어진 모글은 쉽사리 완주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와이드 턴으로 모글의 둔덕을 넘으려 아무리 용써 보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무뎌지는 감각의 끈은 한여름의 엿가락처럼 늘어지기만 합니다. 끙~~
될 듯.... 되지 않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분(感)은 언제 오실지? 이제 곧 봄물이 흘러들어 양지(陽地)의 매화 송이도 봉긋할 텐데....
제자리만 맴돌며 어떤 날은 한숨만 나오는 시간.... 묶이지도 않을 끈만 부여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발걸음이 잦아 길이 된다고 했다지만 자꾸만 퇴보하는 현실에서 모글리지만 쌓인다고 그 길이 보일지? 깊은 한숨만 안주 삼아 봅니다. 음~~~
봄날 같은 하루의 일손을 마친 지금.... 오늘도 헷갈리고 어려운 모글 밭에 우둔한 나의 길을 만들기 위해 또다시 뛰어가려 합니다. 크게 화이팅을 외치며..... 아자아자~
첫댓글 항상 밝은 미소로 환대해주시는 덕만형님 감사합니다.한건 없는데 시즌이끝나가는것같아 넘 아쉽습니다.그래두 스프링시즌이 다가오니깐 그땐웰팍에서 같이많이 타길기대합니다^^
해는 길어지고 볕살은 따스해지는데.... 언제쯤 김도엽 선수와 함께 달려 원포인트를 한번 받을지.... (3월엔 껌딱지처럼 김 선수 옆에 꼭 붙어 있을 겁니다~~ ㅋ)
왜 안올라오나 했습니다. ㅎㅎ 역시 후기 읽는 재미가 솔솔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서 대장님을 못 뵈니.... 게으름 병이 도지네요~ ㅋㅋㅋ 늘~ 감사드리며 3월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