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에 가장 매력적인 도전
30대의 젊은 감성으로 바라보는 고향마을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타지에서 온 여행자의 시선과는 분명 다를 터다. 여행자들이 놓치는 많은 것들, 예를 들면 개업한 지 30년이 훌쩍 넘은 작은 문방구나 동네 할머니들의 뽀글이 파머를 책임지는 마을 어귀 허름한 미용실 그리고 마을 터줏대감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주유소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을 테니까. 이야기는 여행을 풍성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이다. 관광두레 주민사업체 엘오알오(LORO)는 문경이 품은 다양한 이야기를 찾아내고 이를 시각적으로 되살리는 작업을 한다. 일명 ‘로컬 로망(Local Roman)’ 사명인 엘오알오는 여기에서 따온 이름이다.
엘오알오에서 운영하는 로컬 편집샵 (제공: 엘오알오)
엘오알오를 이끄는 박현희 대표는 2017년 고향인 문경으로 돌아왔다. 녹록치 않은 타지생활이 결정적이었지만 자신이 전공한 미술로 고향에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자신감도 있었다. 박현희 대표가 귀향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콘텐츠 발굴이다. 문경의 관광지들을 수없이 돌아보고, 지역민들의 이야기를 닥치는 대로 수집했다. 그렇게 들인 발품의 결과는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엘오알오 만의 작품으로 태어났다.
2018년 관광두레 주민사업체로 선정됐다.
엘오알오는 로컬 콘텐츠 그룹이다.
2018년 관광두레 주민사업체에 선정되면서 기존의 아이디어에 문경이라는 정서를 더했다. 기분 좋은 변화에 힘입어 선보인 제품이 ‘문경새재 도자 마그넷(이하 마그넷)’이다. 문경새재와 도자기. 문경을 대표하는 두 관광자원을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재해석한 이 제품은 엘오알오의 가능성을 다시금 확인시킨 최초의 작품이다. 엘오알오 뿐 아니라 문경시에도 마그넷은 귀하고 반가운 선물이었다. 매년 찻사발축제를 개최할 만큼 도자기로 유명한 고장에 도자기로 만든 이렇다 할 관광기념품이 없었기 때문. ‘작품으로는 몰라도 상품으로는 팔지 않는다’는 지역 도예가들의 자부심은 도자로 된 관광기념품 개발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었다. 지역 도예가들을 일일이 만나 설득하고, 도자기 만드는 법을 배워 제품으로 개발해 내는 일을 박현희 대표가 뚝심 하나로 해냈다. ‘최애 제품’을 묻는 질문에 박대표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마그넷’을 꼽는 이유다. 마그넷은 각기 다른 채색을 통해 문경새재의 낮과 밤 그리고 봄을 표현했다. 마그넷을 위해 개발한 디자인은 에코백과 머그컵에도 함께 사용한다. 마그넷, 에코백, 머그컵은 엘오알오의 판매 순위 1·2·3위를 다투는 효자상품들이다.
문경새재 도자 마그넷
문경새재 키링
뚝심이 만들어낸 세상에 하나 뿐이 로컬 굿즈
마을매거진엽서는 문경새재, 가은성당, 가은역, 궁전미용실, 보건약국, 욱일주유소, 호돌이문방구 등 30년 이상 자리를 지켜온 공간과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단순한 상품 이전에 문경을 기록한 역사서로도 가치가 크다. 역사서라는 말이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라져 가는 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건 그만큼 중요하다. 그것이 문화재든 동네 작은 문방구든. 마을매거진엽서는 역사서라고 하기엔 사실 너무 예쁘다. 당장에라도 지갑을 열게 만드는 세련된 일러스트와 감성적인 사진은 보는 이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화기애애한 대화가 끊이지 않는 마을 할머니들의 작은 궁전’ 같이 각각의 장소를 한 줄로 소개한 정감어린 글귀도 마음을 끈다.
이야기가 담긴 마을매거진엽서
마을매거진엽서를 구입했다면 매거진엽서 속 공간에 꼭 한 번 방문하길 권한다. 상큼한 일러스트와 따뜻한 사진으로 정성껏 소개한 공간을 두 눈에 담는 것만으로도 문경여행이 몇 배는 더 풍요로워진다. 엘오알오에서는 이들 제품 외에도 문경새재키링, 작은손그림책, 문경사진엽서, 문경새재입체카드 등 문경의 아름다움을 꼭꼭 눌러 담은 아기자기한 제품들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작은 손 그림책
문경새재 스카프
엘오알오는 창엽 3년만인 지난 해 12월, 문경버스터미널 앞에 아담한 로컬편집샵을 오픈했다. 엘오알오에서 기획하고 제작한 모든 제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넓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가은역 카페나 산양정행소의 공간을 빌어 제품을 전시·판매할 때와는 비교하면 부족함 없는 공간이다.
아기자기한 로컬편집샵 내부
화이트 톤으로 꾸며 화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독점이 아닌 상생과 공존을 최우선으로 하는 로컬기업답게 로컬편집샵의 많은 부분을 지역 작가와 소규모 업체에 할애한다. 판로를 찾지 못해 고생하는 지역 작가와 업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주기 위해서다. 실제로 로컬편집샵에 전시된 80여 종의 제품 가운데 엘오알오의 제품은 40% 정도에 불과하다. 박현희 대표는 이런 작은 실천이 지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엘오알오가 그랬던 것처럼.
소규모 지역업체에서 제작한 천연비누
문경새재의 초성으로 ‘오굿’이란 글씨를 만들었다.
엘오알오는 디자인 외에 다양한 사업도 준비 중이다. 최고의 디자인으로 최고의 관광기념품을 선보이겠다는 욕심과 함께 지역 청년들의 일자리와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는다. 귀향을 원하는 젊은이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로컬 메이커 프로젝트 ‘달빛탐사대’도 그런 취지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이다. 로컬콘텐츠그룹 엘오알오의 ‘우리 생에 가장 매력적인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여행정보
엘오알오LORO (경북 문경시 문경읍 문희로 14)
- 문의: 010-2548-6627
- 참가방법: 현장 방문
- 기간: 수~금 13:00~18:00, 토·일 11:00~18:00
- 이용요금: 무료
-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local_roman
숙박정보
- 문경관광호텔 : 경북 문경시 문경읍 새재2길 32-11 / 054-571-8001 / www.mghotel.com
- STX리조트 : 경북 문경시 농암면 청화로 509 / 054-460-5000 / www.stxresort.com
- 이너스호텔 : 경북 문경시 문경읍 온천강변2길 46 / 054-572-8800
식당정보
- 문경약돌한우타운 : 명품약돌모음 / 경북 문경시 문경읍 문경대로 2426 / 1588-9075
- 새재할매집 : 석쇠구이 / 경북 문경시 문경읍 새재로 922 / 054-571-5600
- 채가네들깨국수 : 들깨국수 / 경북 문경시 문경읍 온천3길 10-16 / 054-571-8881
글/사진 : 정철훈 여행작가
※위 정보는 2021년 6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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