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나무정리 엔진톱 작업 마무리
2023년 2월 24일 금요일
음력 癸卯年 이월 초닷샛날
12개월 중 가장 짧은 달,
2월이 오늘을 포함하여 닷새가 남았다.
남녘에는 어느새 매화꽃이 피기 시작했단다.
이 산골은 오늘도 영하 4도의 기온으로 시작되는
차가운 겨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그래도 햇살이 퍼진 한낮에는 영상의 기온이다.
바깥에서 일을 하다보면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다. 이럴땐 봄은 저만치에서 손짓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어김없이 찾아
오는 것이 바로 계절이다. 다만 조금 빠른 곳도 있고
이 산골처럼 많이 늦게 오는 계절이 봄이다. 사람의
마음, 아니 촌부의 마음은 늘 이중성인 것만 같다.
너무 빠르게 흐르는 세월이라고 한숨을 내쉬면서도
눈과 추위가 싫다면서 겨울더러 어서가라고 성화를
부리며 봄이 어서오기를 바라니까 하는 말이다.
드디어 단지에 베어놓은 나무정리를 모두 다 끝냈다.
작업 일수로 13일만이다. 그래도 당초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빠르고 수월하게 마무리를 한 것 같다.
작업의 대부분이 엔진톱을 사용하는 것이라서 항상
조심스럽게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일을 하느라
힘이 들긴 했다.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어제는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한번
도전을 해보자며 용기를 냈다. 지름이 20~30cm
가까운 통나무를 토막내는 엔진톱 작업을 성공했다.
마을 아우를 비롯한 엔진톱 고수들이 보면 웃을 일,
그러나 촌부에겐 많이 버거운 일이다. 조심, 또 조심
숨을 죽여가며 잘랐더니 되는 것이었다. 뿌듯하고
흐뭇했다. 아내도, 이서방도 대단하다며 수고했다고
칭찬을 했다. 촌부만 수고한 것이 아니다. 이서방도
잘라놓은 나무를 손수레로 한곳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느라 꽤나 힘들게 일했다. 뿐만아니라 통나무 중
목공예 재료로 쓸 나무를 가져다 갈무리를 하느라
많이 바빴다. 보기싫게 자라는 주목나무 세 그루를
베어 토막을 내는 것과 재미삼아 나무그루터기를
엔진톱으로 다듬어 의자를 만들어 보는 것을 끝으로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렇게 나무정리를 다 끝냈다.
작업이 거의 끝나갈 무렵 마을 아우들이 놀러왔다.
'청바지' 모임 멤버들이다. 나무를 베어준 아우라서
정리된 것을 보고 단지가 아주 훤했졌다며 웃었다.
앞으로 천렵을 갈 때 사용하자며 가슴장화 구입한
것을 가지고 왔다. '청바지' 모임의 단체복이라고
할까? 다섯 명이 단체로 구입한 것이다. 다음 주쯤
날이 좋으면 천렵을 다녀오기로 했다. 이런 소소한
재미에 산골살이를 하는 맛을 느끼게 된다.
아내가 손수 만든 땅콩버터쿠키를 가지고 웃마을에
있는 보건진료소에 찾아갔다. 뭐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아내 나름 정성껏 만든 쿠키라서 그런지
소장님께서 너무나 좋아하셨다. 이 산골에서 다들
농사지은 농산물을 조금씩 갖다주곤 하겠지만 아내
처럼 손수 만들어 구운 쿠키 선물은 처음이라고...
베풀면 되돌아 온다고 했던가? 보건진료소를 나와
면사무소에 달려갔더니 좋은 일이 생겼다. 얼마전
작고하신 엄마의 위로금 지급대상이 된다고 했다.
보훈가족에게 지급되는 위로금인데 모르고 있었다.
지급신청을 해놓고 평창군에서 주는 해피박스까지
받아왔다. 갖가지 산나물과 생필품 그리고 귀엽고
예쁜 평창군 마스코트 눈동이 인형까지 들어있었다.
첫댓글 널부러진 일들을 정리했을 때의 마음
그래도 시원하시겠습니다. 나무들을 정리하시고
오늘도 다음을 준비하시는 촌부님을 응원해 봅니다.
오늘도
즐겁고 멋진날 만드세요
단단한 나무들을
잘 다스리시네요.
그래도 전기 톱을보니
주의가 요망됩니다.
제가 동경하는 생활을 하시는 모습....존경스럽고 부럽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