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몇 가지 금기 사항이 있다. 그중 하나가 성 정체성에 관한 영역이다. 윤슬빛 작가는 도발적으로 금기 사항을 입 밖으로 끄집어 내는 것으로 만족하기보다 삶의 주제로 삼고 음지에서 양지로 관심 지역으로 독자들을 초대하고 있다. 무대의 주변부가 아니라 중앙으로 과감하게 옮기는 시도를 하고 있다.
독자들의 다양한 생각을 감안하여 배경이 되는 스토리를 탄탄하게 끌어왔다. 우리도 잘 아는 바와 같이 보이지 않게 많은 어려움을 겪는 일반 가정들이 많다. 그 속에서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불안함을 느끼고 도움의 손길을 기다린다. 관심받고 싶어하고 이해받기를 원한다. 비난과 손가락질보다 말없이 지켜봐 주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얻는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우리는 선택하지 않은 것들로 인해 각자 결이 다른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부모의 이혼이 자녀의 선택이 아니듯이 말이다.
청소년들이 겪는 성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도 새롭게 다가온다. 예전과는 다르게 혐오 분위기가 많이 사라진 듯 하나 아직까지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서로 다름을 솔직하게 바라볼 수 있는 용기 있는 태도가 우리에게 필요함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사람을 판단할 때 겉으로 보이는 부분에 비중을 많이 둔다. 사회가 세워둔 기준에 못 미칠 경우 비정상이라는 굴레를 씌워버린다. 혼란한 시기를 지나고 있을 사람의 형편은 전혀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내 기준으로 상대방을 평가할 뿐이다.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소리 없는 외침을 외면하기보다 그가 처해 있는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할 수만 있다면 도움의 손길을 뻗어 보는 것은 어떨까?
공교육 안에서 '성교육' 자체가 많이 위축되어 있는 상황 속에서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우리 사회가 좀 더 옳고 그르다는 식의 방법으로 접근하기 보다 본인이 선택하지 않은 것들로 인해 경험하고 있는 고통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누구도 쉽게 써 볼 수 없는 주제를 지면으로 채워간 저자의 용기에 눈이 번쩍 뜨인다. 또한 저자의 필력에 다시 한번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