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사 대성루 상량문
창주 전극념
산기슭 맑은 시냇물 가에 좋은 재목 쌓아놓고 옛날식으로 보수하면서 임형에 아름다운 쐐기를 박아서 갑자기 새롭게 지으니, 하늘은 청명하고 땅(대지)에서는 환호하는 소리 진동하였네.
돌이켜 보건대 백산 남쪽의 한 구역인 지성 서쪽 십 리에 자연 풍경이 심히 아름다운데 저녁에는 작은 동천(洞天)에 별과 달이 비치고 숲과 골짜기는 청아하고 기이하였으니, 이는 대라천(大羅天)의 경지가 아닌가! 청도(淸都)에 가까워서 신선이 사는 복지가 한가롭고 티끌 하나 없는 듯하였다.
돌이켜보니 절이 바위 밑에 숨었으니, 덕 높으신 도선국사께서 점지한 곳이다. 누대는 멀리 나무 끝에 보이니, 이는 신라, 고려 때부터 내려오는데 미봉(彌峯) 골짜기는 층층의 성으로 둘려있고, 아래로 굽어보니 위태롭기 그지없다. 회랑(回廊) 사방에는 운문(雲門)이 있고 채색 벽에는 그림자가 드리웠다네. 약야계(若耶溪) 옆 한산사(寒山寺)로부터 멀리 종소리 들리는 듯하여 고소성(중국지명) 너머에서 마치 천지가 분열될 때 나는 소리 같았다.
몇 번이나 전쟁을 치르고 문물이 바뀌었는가! 이미 금벽(金碧, 단청)은 퇴락하였도다. 그러나 옛적 터는 변하지 않았는데, 능곡에 남아 있는 주초(柱礎)는 오히려 많은 전쟁을 치른 장소(천지)에 남아 있도다. 계객(桂客)이 돌이켜 산을 바라보니, 오를 수 없는 곳에 소나무가 보름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찌하여 배회하는 곳마다 폐허를 마주하게 되어 정회(情懷)를 일으키는가! 금성(金城)을 지나는 곳에 쑥대가 보이니, 회한(悔恨)이 인다네. 돌 독을 유람할 때 난간에 기대어 피리를 불기 어려웠고 기둥에 기대어 휘파람을 불지 못하였네.
누가 옛적 이야기를 알까?
마침내 새로운 고사(故事)에 이르러서도 황학의 억울한 사연을 풀지 못하였고, 구름이 한없이 높이 떠 오르니 푸른 새는 그 아래에 있다. 층층의 산 헤아리는데 해는 서 있지 않고 무지개는 달과 시내에 걸쳐있고, 한적한 절은 빛을 발하고 날아다니는 신기루는 안개 낀 언덕에 솟았있군. 절 문에 빛이 움직이니, 옥으로 꾸민 방과 화려한 방이 없지 않고 화려한 기둥과 문미는 빈 처마 같지 않고, 석양의 해는 누대 난간을 비추고, 아침 해가 채색 글씨에 섞여서 빛을 발한다. 옛적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오늘 비로소 보니 달빛 창가에 노자와 석가모니불께서 노닌다네. 숲속 시내와 산마루에는 시인과 서예가(書藝家)가 왕래하면서 시 읊고 글씨 씀이 많았다. 술 취한 많은 사람 어느 틈에 깨었는지 천둥소리 노랫소리와 화합하니, 몽매한 많은 사람을 불러 먼 산에 올랐다네.
동굴에서는 썰렁한 바람이 불고 승려들은 늠름한 기세라네. 수놓은 서까래에는 규룡이 분리됨을 헤아리지 못하였고, 신령한 절터에는 아로새긴 서까래가 많다. 나는 학은 하늘이 높음을 알지 못하지만, 응당 조물주가 기뻐함은 알았다. 다만 제비와 참새가 축하하러 오지 않아도, 계궁(桂宮, 달)의 비밀스러운 첩지(牒紙)를 상고해보면서 아름다운 노래 부른다네.
옥루(玉樓, 천상의 낙원)의 책을 상고해보니, 좋은 노래 부름을 다 말할 수 없어서 시로써 노래하겠다.
어기여차 들보를 동쪽에 던지니
반짝이는 해 푸른 동해에 떠오르고
누대에 가득한 사람들 기둥에 기대었는데.
자세히 보니 처마 그림자가 점차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어기여차 들보를 서쪽을 던지니
푸른 물은 채색한 난간의 서쪽으로 흐른다.
속세에 더럽혀진 인연 갈고 씻으려고 목욕하러 온다네
법상에 높이 누우니, 해는 아직 저물지 않았다.
어기여차 들보를 남쪽으로 던지니
높은 누각에 기대어 두 눈으로 강남을 바라보니
강남의 산수는 새로운 경치 제공하는데
청려장(지팡이)도 의지하지 않고 부질없이 남쪽을 바라본다네.
어기여차 들보를 북쪽으로 던지니
처마 북쪽을 보니 비 갠 봉우리가 검(劒)이 줄지어 선 것 같았고
아른거리는 산 기운과 세세한 노을이 뭉게뭉게
스님은 푸른 병풍산을 사랑하여 북쪽을 바라본다네
어기여차 들보를 위로 던지니
나는 듯한 난간 저 멀리 안개구름이 피어오르고
붉은 계단은 높고 높은 은하수와 맞닿았다.
모임에서 보낸 나그네 흥취 피어오른다네.
어기여차 들보를 아래로 던지니
첩첩의 물 첩첩의 수림이 모두 내려다보이고
인도(印度)의 서린 용이 오르락내리락
국청사와 영은사가 고하를 가리기 어렵다네.
엎드려 원하는 것은 상량한 뒤에
긴긴 세월 열어보아서 멋진 경치와 함께하기를 기대하고, 난야(蘭若)는 후일까지 길이 보존되어 아직도 소식(蘇軾)이 쓴 개원사(開元寺)에서 다른 해에도 폐지되지 않음을 알았으므로 어찌 오도자(吳道子)의 그림을 기다려야 하는가? 시절은 옮기고 세상은 변하여 바다와 산악이 화려함을 드러냈고. 해가 지고 달이 뜨니 바람과 우레의 경사로움을 쓴다네. 동쪽 울타리에는 안락한 복이 이르고 서쪽 수림에는 병과 재앙이 끊어지고, 춘하추동 사계절에 각기 경치 구경하는 말씀을 올리고 동서남북의 많은 방위에서 함께 기이한 경관을 받든다네. 신승(神僧)은 홀로 스님들보다 뛰어나지 않으니 속세에서 고명한 선비를 초청하여 달 밝은 누대 가운데서 길이 눕게 하리라
[原文]
南長寺 大省樓 上梁文
滄洲 全克恬
委靈材於磵麓 修以舊規 簉仙栱於林衡 突然新制 諸天休氣 大地歡聲 顧惟柏山南面一區芝城西距十里烟霞水石之佳麗 莫是小有洞天星月 林壑之清奇 無乃大羅境地 清都密邇 有神仙綠福地 寛閒絕塵埃 想寺藏巖底 卜自明鑑師道兟師 樓迥林端 歷來新羅氏高麗氏 彌峯跨谷 層城萬圍 俯險乘危 回廊四注雲門 彩壁影落 若耶溪傍 寒山遠鐘聲起 姑蘇城外 天分地裂 幾兵火之搶攘 物換星移 已金碧之頽碎 故基不幻於千變 陵谷遺礎 尚存於百戰乾坤 桂客看山 顧無登臨之所 松賓望月 那有徙倚之場 對丘墟而興懷 金城過處 覽蓬荻而招恨 石甕遊時 長篴難奏於倚欄 清嘯未舒於憑柱 誰知由舊之章 終至就新之典 不待黄鶴之上訴 千尺騰雲 自有青鳥之下 揆百層 匪日佇 虹梁於月磵 蕭寺生光 翊蜃楹於烟臯 松門動色 不無珉房砥室 未若畵棟瓊楣虛簷 晚輝光搖 鏤檻晴軒 早照彩綴文棍 其舊如何 于今始覩 風欞月戶 仙翁釋子之所逍遙 林霤山甍 墨客騷人之自來往 豐隆奏事 醒衆醉於乘虛 列缺和音 唤羣蒙於豋遠 接凄風於洞穴 凜勁氣於沙門 繡桷虬分未料 靈址是廣雕榱 鶴跂不知清漢為高 應知造物者致歡 不徒燕雀之來賀 考桂宮之秘諜 可吟清謠 稽玉樓之靈篇 宐興善頌 語難悉矣 詩以歌之
抛梁東
暳日蒼茫上海東
光景滿樓人倚柱
細看簷影漸移東
抛梁西
碧溪流過畫欄西
浴來磨洗塵緣累
高卧禪床日未西
拋梁南
倚高雙眼送江南
江南山水供新賞
不必青藜謾向南
拋梁北
晴峯劔列重簷北
浮嵐細靄日霏霏
僧愛翠屏看向北
拋梁上
飛欄迢逓烟雲上
丹梯接漢勢嵬嵬
會遣遊人乘興上
拋梁下
萬水千林皆眼下
天竺蟠龍可頡頏
國清靈隱難高下
伏願上梁之後
閱到千霜 携將萬景 蘭若長存於後日 尚認蘇學士題開元不廢於他年 何須吳道子畫 時移世變 海嶽呈華 日往月來 風雷寫慶 致東藩安樂之福 絶西林淫疾之災 春夏秋冬四時 各獻勝賞 東西南北羣位 同奉異觀 不使神僧獨超緇 塵域裏更招高士 長卧明月樓中
대라천(大羅天): 도교에서 말하는 삼십육천(三十六天)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하늘이다.
청도(淸都): 하늘 위에 있는 상제(上帝)의 궁궐을 뜻하는 말. 청도(淸都): 하늘 위에 있는 상제(上帝)의 궁궐을 뜻하는 말.
약야계(若耶溪): 중국 절강성(浙江省) 회계현(會稽縣) 동남쪽에 있는 시내 이름이다. 춘추 시대 월나라의 미녀 서시가 그 근처에서 연밥을 따고 빨래를 하면서 놀았다고 한다.
한산사(寒山寺): 중국 장쑤성(江蘇省) 쑤저우시(蘇州市) 교외의 펑차오전(楓橋鎭)에 있는 절. 당나라 장계(張繼)의 <풍교야박(楓橋夜泊)>의 시로 유명하다.
계객(桂客): 과거 급제자를 뜻하는 말이다. 진(晉)나라 극선(郤詵)이 천하제일의 대책문으로 과거에 급제한 뒤에 “계수나무 숲 속의 가지 하나요, 곤륜산의 한 조각 옥돌이다.〔桂林之一枝 崑山之片玉〕”라고 자칭한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난야(蘭若): 범어 āranyaka의 음역인 아란야(阿蘭若)의 준말로, 출가자가 수행하는 조용한 곳, 즉 사원을 말한다.
소식이---기다려야 하는가?: 소식(蘇軾)의 〈개원사에 있는, 오도자가 부처님의 입적을 그린 그림
을 보고 그것을 기록하여 자유에게 답하다〔記所見開元吳道子畫佛滅度以答子由〕〉 시에 “서방 진인의 모습을 그 누가 보았던가. 칠보 장식 옷을 입고 쌍사자를 따르게 하였네. 당시에 도 닦느라 무척이나 고생스러웠는지, 두 팔엔 잣나무가 자라고 어깨에는 까마귀가 둥지를 틀었네.〔西方眞人誰所見, 衣被七寶從雙狻. 當時修道頗辛苦, 柏生兩肘烏巢肩.〕”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東坡全集 卷1》
[출처] 창주집[滄洲集]
[자료제공] 창주선생 11대 종손 전상룡
[번역] 전과웅
[감수] 홍산 전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