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왔냐?"
"부처님! 생신 축하합니다. 만수무강 하소서!"
"축하 고맙다. 근데 만수와 무강이는 누구냐?"
"나참, 생신 축하하러 왔는데 오늘도 농담부터 하십니까?"
"저번처럼 니가 나 골탕먹인 거 기억나서 오늘은 내가 선수치는 거다 왜?"
"저는 수행자가 아니라서 아무 말이나 거침없이 하죠. 그럼 부처님도 제 수준이란 말씀입니까?"
"알았어, 미안하다. 오늘은 장난 치지 말고 건전한 얘기나 나누자"
이때 맏상좌가 다가와 부처님 귀에 대고 속삭인다.
'선생님, 이놈은 이번에도 보나마나 또 골탕 먹이러 온 게 빤하니 대꾸하지 마소서.
지 마누라는 병원에 있는데 저렇게 태평한 놈 첨 봤습니다'
부처님이 맏상좌를 째려보며 호통을 쳤다.
"얌마, 얘 마누라 병원에 있는데 니가 보태준 거 있어? 당장 꺼져!"
맏상좌를 내쫓은 부처님이 멋쩍은 미소로 입을 열였다.
"미안하다. 저놈이 끼어들어 우리가 어디까지 얘기했는지 다 까먹었다. 너는 기억나냐?"
"예, 부처님, 이제 장난치지 말고 건전한 대화 나누자고까지 했었습니다"
"그렇구나... 치매인지 요즘 깜빡깜빡한다"
"부처님도 치매가 와요?"
"아직은 모르는데 낼이라도 치매센터 가서 검사해 봐야겠어"
"예? 아니 부처님이 인간들에게 검사를 받는다고요?"
"그럼 안 되냐? 그나저나 니 마누라는 어디가 아파서 그렇게 오래 입원해 있냐?"
"의사도 딱 잘라 무슨 병이다 말하지 않으니 답답합니다"
"생로병사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우주의 법칙이니 그러려니 하고 염불이라도 열심히 외어라"
"열심히 외웁니다만, 응답이 없습니다"
"그래? 내가 내려다 보니 염주에 십자가가 달렸던데 그게 뭐냐?"
"아, 예 묵주입니다"
"뭐? 성당에서 쓰는 묵주 들고 염불을 한다고? 그러니 응답이 없지. 기도는 어떤 순서로 하는데?"
"주의 기도, 성모송... 뭐 많은데요. 외우지는 못하고 만지작거리다가 관세음보살로 마칩니다"
"푸하하, 나랑 닮았구나, 나도 불경 읽고 나서는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비나이다로 마친다"
"부처님! 아무래도 부처님과 저는 중증인 것 같습니다?"
"그게 어때서, 세상이 다 치매인데 나나 니가 치매라고 이상할 거 있냐?"
"공감이 갑니다만. 그래도 언제 날 잡아서 저랑 치매 검사 받으로가시지요? "
"알았어. 근데 너는 왜 얼굴에 수심이 가시지를 않냐? 니 마누라만 아프냐?"
"꼭 마누라 때문만은 아니고 그냥 세상이 싫습니다"
"세상이 싫어? 세상이 너를 싫어하는 거 아니고?"
"?..."
"세상이 싫은 건 나도 마찬가지야, 정말 짜증난다"
"부처님도 세상이 싫다시니 세상에 문제가 있는 건 분명하군요. 세상이 왜 이럽니까?"
"그건 가수 나훈아에게 물어봐"
"무슨 말씀이신지요?"
"나훈아가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라고 하던데 은퇴쇼를 하는 걸 보면 답을 찾은 거 같더라"
"부처님 처는 심각하게 말씀드리는데 다시 농담이십니까?"
"아니면 저기 뭐냐? 프로야구 선수 중에 소크라테스라고 있던데 그 선수에게 물어보든지"
"부처님! 지금 제 머리에서 수증기가 솟구치려 합니다"
"지금 겁박하냐? 생일이라고 대중들이 몰려와 큰소리 칠 수도 없고 이거 환장하겠네. 야, 빨리 꺼져"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또 온다고? 안 와도 돼"
'내맘이지 지가 왜 오라마라 해......,'
"너 지금 뭐라고 했어?"
"헉! 혼잣말인데 들으셨어요? 아아안녕히 계세요"
첫댓글 '부처님 오신 날' 이 다가오는군요
開東선생님!
평온한 나날 되시기 바랍니다.
네 우리 모두 평온합시다.
개동님, 만수무강하소서!!!
신도 포기한 세상,
덕분에 웃었습니다.
어차피 웃자고 쓴 글이니 웃을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면 다행이네요 ^^
부처님과의 대화..
덕분에 미소를 짓는 하루가 시작됩니다.
오늘도 행복날 되세요~
미소를 짓게 했다니 다행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기도로서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기도? 별로 신뢰하지 않아 ^^
대승적이십니다
크게 안고 사는 세상
좋은거지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ㅡ
대승적이라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냥 스트레스 풀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주절대고 있거든요 ^^
@開東 이시찬 아무려면 어떴습니까
좋은건 스승이고
나쁜 건 안하면 되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