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가 사라진다”… 태평양 섬나라의 ‘눈물’
해수면 상승에 ‘공해’로 참치 이동
2050년까지 참치 어획량 20% ↓
섬나라들, 재정 대부분 참치에 의존
김송이 기자
입력 2025.02.20. 15:10
기후 변화가 태평양 섬나라들의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참치가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벗어나 공해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치 어획량 감소는 이들 국가의 수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 2022년 4월16일(현지 시각) 스리랑카 한 어항에서 한 남성이 참치를 배달차에 싣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22년 4월16일(현지 시각) 스리랑카 한 어항에서 한 남성이 참치를 배달차에 싣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19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녹색기후기금’은 태평양 섬나라들이 기후 변화로 인해 참치가 자국 해역을 벗어나는 상황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이들에게 1억 700만 달러(약 1554억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한국에 본사를 둔 녹색기후기금은 유엔(UN) 산하 기구로,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변화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기후변화 특화 기금이다.
지원 대상은 쿡제도, 피지, 마셜제도, 파푸아뉴기니 등 태평양 14개 국가이며, 지원 자금은 이들 국가들이 참치 이동 변화를 추적할 수 있는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에 사용될 예정이다. 또 해수 온도 상승으로 참치가 해당 국가들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벗어나게 될 경우, 지원금을 활용한 보상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번 지원은 녹색기후기금 역사상 단일 프로젝트로서 가장 큰 규모의 무상 지원이다.
녹색기후기금에 참치 관련 과학적 근거를 제공한 컨서베이션 인터내셔널의 선임 부사장 잭 키팅거는 “이들 국가는 기후 위기에 거의 기여하지 않은 데다 가장 모범적으로 해양 자원을 관리해 왔음에도 중요한 자원을 잃게 될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이것이야말로 궁극적인 기후 정의 문제”라고 했다. ‘기후 정의’는 기후위기로부터 야기된 불평등과 양극화의 문제를 공정하게 바로잡는 것을 의미한다.
14개 태평양 섬나라들은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참치 어선들에게 조업 면허를 발급하고,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창출한다. 일부 국가에서는 참치에 의존하는 수입이 전체의 80%에 달하기도 한다. 이들 국가는 전 세계 참치 어획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태평양 섬나라의 EEZ에서 포획된 황다랑어, 가다랑어, 눈다랑어 등은 대부분 일본, 중국, 한국, 미국 등으로 수출된다.
태평양 섬나라들은 참치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만큼, 해양 자원 보존을 위해 노력해왔다. 1982년 8개 태평양 섬나라가 나우루에 모여 어업을 공동 관리하고 수익을 공유하기로 합의한 ‘나우루 협정’을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이들 국가는 나우루 협정을 통해 선망어업(긴 사각형 그물로 어군을 둘러싸고 포획하는 방식)을 규제하고, 참다랑어 남획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러나 최근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참치 어군이 14개 국가의 EEZ를 벗어나 공해로 이동하고 있다. 참치 어선들은 태평양 섬나라들에게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고도 참치를 대량으로 포획할 수 있게 됐다. 컨서베이션 인터내셔널의 연구에 따르면, 태평양 9개 섬나라와 뉴질랜드 영토인 토켈라우의 EEZ에서 잡히는 참치 어획량은 2050년까지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이들 국가는 연간 약 9000만 달러(약 1295억원)의 수익을 잃게 될 전망이다.
기후 변화는 태평양 섬나라들의 식습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수면 상승과 함께 전통적으로 태평양 섬나라에서 주로 소비되던 산호초 어류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태평양 섬나라 주민들이 참치 소비를 늘릴 수 있도록 녹색기후기금의 지원금이 사용될 예정이다. 또 바다에 떠 있는 인공 어초를 활용해 참치와 대형 어종을 유인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태평양 섬나라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녹색기후기금에 대한 50억 달러(약 7조2000억원)의 기여금을 철회한다고 발표한 점을 우려하고 있다. 태평양 도서국 수산청의 루드비히 쿠모루 수산 관리 국장은 태평양 섬나라들이 기후 변화에 대한 해결책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며, “기후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멸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송이 기자
오늘의 핫뉴스
법 허점 노린 방시혁… 주가 50% 폭락에도 4000억 챙겨
국제 많이 본 뉴스
“참치가 사라진다”… 태평양 섬나라의 ‘눈물’
[Why] “결국 돈”…트럼프가 동맹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이유
“슈퍼 리치 몰린다”… ‘패밀리오피스 허브’ 된 홍콩
100자평도움말삭제기준
100자평을 입력해주세요.
당신이 관심 있을 만한 콘텐츠
암진단금 최대 '1억', 새로 나온 "암보험" 최저가 맞춤설계+할인혜택!...
해외에서 유명한 '팔자주름' 개선법 (+노하우공개)
팔자주름 8개월만에 극복한 경험글 (+실제후기글)
병원에서도 은폐하는 이명 진짜 극복방법
암진단금 최대 '1억', 月 *만원대 "암보험" 최저가 가입인기! 할인혜택...
깊게패인 '팔자주름' 미국에서 유명한 '이 방법'
Recommended by
많이 본 뉴스
1
[단독] ‘FA-50 큰손’ 말레이시아 방한… 2차 수출 기대
2
車 관세 25% 예고한 트럼프… GM, 韓 철수 가능성 재점화
3
“HBM 다음은 유리기판”… 엔비디아·TSMC 패권에 도전하는 국내외 다크호스들
4
“내가 그간 뭘 먹은 거야” 가짜 영양제에 뚫린 소비자 안전… 미온적인 쿠팡·식약처
5
“참치가 사라진다”… 태평양 섬나라의 ‘눈물’
6
4000억 챙긴 방시혁에… 한국거래소, 상장 심사 때 최대 주주 관련 계약도 본다
7
방망이 짧게 잡아도 유리… 6개월 예금 금리, 1년보다 높다
8
[재테크 레시피] 요즘 애들 ‘엄카’ 안 쓴다… 5만원 쓰면 5000원 할인 청소년 카드는
9
“우리 동네도 ‘핫플’ 성수동으로 이름 바꿔주세요”... 송정동 주민 70% 찬성
10
‘종합 관광 기업’ 야심 드러낸 대명소노그룹은 어떤 회사?
연예 많이 본 뉴스
1
선혜윤 PD "남편 신동엽 7일 7음주 몰라…사업으로 100억 빚 떠안아" (형수는케이윌)[종합]
2
권은비, 골프 웨어를 입어도 글래머 자태는 못 감춰…역시 '워터밤 여신'
3
박해미, 전남편 음주 사망사고 수습→'15억' 빚더미 "子와 죽을때까지 갚아야"('안 나가요')[종합]
4
'사망' 무도 출연 요가강사 이유주, 생전 고통 토로했다 "물 한모금 어려워" [종합]
5
'연봉 357억 재벌♥' 박지윤 "가수 데뷔 후회"..6년간 두문불출한 이유[종합]
6
“부동산만 1300억”..유재석→양세형, ‘건물주’ 비결은? [Oh!쎈 초점]
7
안선영 아들, 레이싱스키 금메달..예비 국대 탄생
8
유혜원, 흘러내린 자켓 속 잘록 바비 몸매 자랑…"유혹하지 마세요"
9
낸시, '2023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 1위 선정
10
"2NE1 열심히 하겠다" 박봄, 계정 삭제 완료 [종합]
개인정보처리방침
앱설치(Android)
Copyright 조선비즈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