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 발간 International Trade 월드링크 ‘일본편’ 2015년 10월호>
일본의 프리미엄(쁘띠제이타쿠) 식품 시장을 공략하라
WRITING 김용태 기자 dragon@kita.net
일본에서 유행하는 단어로 ‘쁘띠제이타쿠(プチ贅)’가 있다. 작다는 의미의 프랑스어 ‘쁘띠(petit)’와 사치라는 뜻의 일본어 ‘제이타쿠’가 결합된 단어로 일상생활의 한도 안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지나치게 비싸지 않은 약간 고급스러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 성향을 말한다. 엄선된 재료를 사용해 기본 상품보다 10~20% 정도 비싼 프리미엄급으로 보면 된다. 일본인들이 1990년대 초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 ‘잃어버린20년’을 겪으면서 절약 생활에 찌든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리가 내포된 단어라고 볼 수 있다.
(아사히그룹이 설립한 고객생활문화연구소)아오야마해피연구소가 지난해 11월 일본 전국의 20세 이상 남녀 2,5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85.9%가 쁘띠제이타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오사카에 사는 40대 응답자는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때로 숨 돌리기나 ‘가스 누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가스 누키는 집단이나 조직 내부에 불만 혹은 긴장이 고조됐을 때 감정 폭발을 억제하기 위한 김 빼기를 말한다. 실제로도 응답자의 83.8%가 쁘띠제이타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쁘띠제이타쿠의 유형을 남녀별로 보면 큰 차이가 없다. 남성의 1위는 외식(고급스러운 점심, 회식), 2위는 술(프리미엄급 맥주, 와인 등), 3위는 식품·신선 식재료였다. 여성의1위는 과자·디저트, 2위는 외식, 3위는 식품·신선 식재료가 차지했다.
위의 설문조사 결과처럼 소비자가 손쉽게 사치를 누릴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식품이다.일본 식품업계에서도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각종 쁘띠제이타쿠 식품을 내놓고 있다.에자키글리코가 출시한 ‘비스코’는 과자 사이에 발효 버터로 만든 크림을 넣어 누구나 먹기 쉽게 만든 제품으로 1933년 첫 선을 보인 후 아직도 인기가 여전한 장수식품이다. 지난2007년 ‘보존용’으로 출시한 제품은 5개씩 포장한 여섯 봉지를 한 깡통에 담아 통조림처럼 만든 것으로 유통기한이 무려 5년이나 돼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비상식량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출시 8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80주년 스페셜 비스코’에는 기존 제품에 비해 2배나 많은 2억 마리의 유산균이 들어 있고 고급스러운 금색으로 포장이 바뀌었다. 지난 1968년 세계 최초로 시판용 레토르트 카레를 선보였던 오쓰카식품은 최고의 품질로 평가받는 ‘The 본카레’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일일이 수작업으로 손질한 감자와 부드러워질 때까지 와인으로 푹 삶은 소의 정강이살, 소꼬리 등 최고급 재료를 사용했고, 보존료와 화학조미료는 전혀 쓰지 않았다. 1899년에 창업한 일본 최대의 토마토 가공식품업체 가고메는 지난 3월 단맛이 강한 포르투칼산 토마토를 100% 사용하고 독자 기술로 토마토의 향기를 완벽하게 재현한 ‘가고메 토마토케첩 프리미엄’을 출시했다. 한편 일본 최대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을 운영 중인 세븐&아이홀딩스는 쁘띠제이타쿠 소비를 겨냥한 자체 상표(Private Brand) 상품인 ‘세븐프리미엄’의 대상을 야채부터 음료,세제까지로 늘려가고 있다.
우리 농식품의 대일 수출은 침체에 빠져 있다. 한류 붐을 타고 2011년 4,840만 달러로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던 막걸리의 수출은 지난해 915만 달러에 그쳐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뿐만 아니라 소주, 김치, 김, 파프리카 등 우리의 대표적인 농식품 대부분 너나 할 것 없이 지난해 두 자릿수의 감소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국내산 과일로 만든 건조 스낵류, 황금상황버섯, 천연 조미료 등으로 틈새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우리 농식품업계는 일본의 쁘띠제이타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